Arsenal of the Left/Writings
Critic for Burzum's Ambient
Grimloch
2013. 9. 29. 23:52
초기의 거친 음악을 연주했던 Burzum이 본격적으로 '앰비언트' 의 색깔을 비치기 시작했던 것은 아무래도 1994년의 "Hvis Lyset Tar Oss" 앨범부터일 것이다. 물론 이 앨범은 블랙메틀 앨범이지만, 앨범에는 아마도 Burzum 최초의 앰비언트 트랙일 'Tomhet' 이 수록되어 있었다. 1994년에 나왔다는 것 때문에 사실 음악을 들어 보면 전혀 상관없는 스타일이지만 바로 이 '앰비언트' 는 같은 해에 나왔던 Aphex Twin의 "Ambient Works Volume II" 와 은근히 비교되었던 것을 생각보다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둘 다 앰비언트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점만큼은 동일하겠지만, Aphex Twin과 Burzum이라는 두 이름 사이에 놓인 간극은 '다들 아시다시피' 메워지기가 쉽지 않다(심지어 커버는 Aphex Twin이 더 괴악하다). 그렇지만 확실히 'Tomhet' 이 서양 앰비언트 뮤직의 전통에서 비껴나가 있다고 볼 만한 건 아니었다. 사실, 'Tomhet' 은 1970년대 크라우트록 거물들의 앰비언트, 즉, Tangerine Dream이나 Klaus Schluze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Filosofem" 에서 25분짜리 앰비언트를 수록하는 시도가 있었던 뒤에, Burzum은 잘 알려진 바대로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많았던)두 장의 앰비언트 앨범을 발표했다.
뭐, 그렇지만 사실 Burzum의 '앰비언트' 시기는 개인적으로는 Burzum 음악의 가장 취약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앰비언트에서 다시 벗어난 지금이 그렇게 나아진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내가 Klaus Schulze와 Tangerine Dream의 음악 중 많은 부분을 그리 즐기지 않는 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자의식 강하기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뮤지션인 Varg가 자신의 색깔이 아닌, 오로지 남의 색깔을 비추어 내는 음악을 했던 것이 그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Filosofem" 까지의 Burzum은 간혹 앰비언트로 외도를 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블랙메틀 밴드였고, Burzum의 블랙메틀이 매우 독창적이었으며 후대에 어떠한 '장르' 를 형성한 스타일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Burzum의 그 싸구려 키보드로 연주했을 앰비언트(앨범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퀄리티도 그렇거니와, 감옥에서 앨범을 만들면서 얼마나 좋은 장비를 쓰기를 기대할 것인가?)가 보여줬을 영향력은,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미 80년대에 등장한 많은 유럽의 전자음악 거물들을 기억하고 있지만, 전자음악을 얘기하면서 Varg Vikernes를 얘기하는 경우는 아직 본 적이 없다.
post script :
어느 친구가 부탁했던 Burzum의 "Daudi Baldrs" 를 위한 글이었는데 쓰다 보니 결국은 또 까는 글이 되어 버렸다. 두서 없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