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테입에 대한 짧은 이야기
그러다 문득 생각된 것은 왜 그럼 카세트 테입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울까 하는 것이었다. 카세트 테입은 사실 CD나 LP만큼이나 일반적인 매체였다. 하지만 카세트 테입으로 앨범을 사 본 지는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일이다. 사실 테입으로 앨범을 한 번도 사 보지 않은 경우는 지금 20대 중반 이상이라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또 문득 생각난 것은 내가 테입으로 접하고 그렇게 '빠져들었던' 앨범이 얼마나 되었던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흘러간 명반들을 뒤늦게, 테입으로 접한 경우는 분명 꽤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뒤에 LP나 CD로 접했을 때의 느낌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물론 이것은 음질 같은 부분을 생각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 사실 테입의 휴대성이나 가격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단점은 감내할 만한 부분인지 않은가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저렴하게 상품이 나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그러다가 문득 서점에서 어떤 책을 살펴보다 보니, 작가가 어린 시절 이런저런 곡들을 잘 녹음해서 간직하던 테입에 대한 회상과, 어느 순간 그걸 모두 버리면서도 아무 아쉬움이 없었다는 대목에서, 테입은 그 수록된 '텍스트' 들을 그때그때 지울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CD를 복제하는 것이나 mp3 플레이어에 곡들을 넣어 두었다 계속 넘겨가면서 듣는 것은 가능하다.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어 두는 마당이니. 그렇지만 중요한 건 테이프는 그런 매체들 중에서는 처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CD나 mp3의 경우가 그런 작업은 더욱 손쉽다. 즉 카세트 테입은 집에서 LP를 돌리면서 듣던 음악 감상의 방식을(공연장을 가지 않는다면), 음악과 상관이 없어 보이던 일상에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LP 노스탤지어라고, 좀 더 고급스럽고 높은 성능(요새는 리모콘도 나온다)의 턴테이블을 보는 것은 쉽지만, 그렇다고 그걸 갖고 다니면서 듣는 사람은 없다.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생이다)
그리고 적어도, CD화된 뒤에는 그 CD가 수명이 다 하기 전에는 그 수록된 음원을 편집할 수 없는 CD나, 처음부터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는(내가 아는 한에서는) LP와는 달리, '한정된 내용물' 을 가질 수 없는 매체로서의 특성은 그 물건 자체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처음부터 어느 정도 제한짓는 것일 것이다.(물론 테입의 수명 문제도 있을 것이다) 물론 돈 주고 구입한 테이프에 다른 음원을 덮어씌우기보다는 공테입을 구입해서 녹음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겠지만, 어쨌건 테입은 훨씬 '불확정적인'(다른 적당한 용어가 있겠지만) 매체일 것이다. 자석만 가까이 대어도 상당한 애로사항이 생긴다는 것도 그러할까. 그렇게 보면 노스탤지어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꽤나 물질적인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과연 테입은 LP와 같은 노스탤지어를 가질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디지털 시대의 불법복제의 방지책으로 테입이 여전히 이용되고, 카세트 테입 모양 mp3 플레이어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그건 여기서 말하는 그런 것은 분명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