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Maudlin Of The Well - My Fruit Psychobells... A Seed Combustible

[Dark Symphonies, 1999]

Maudlin of the Well의 설명은 'Kayo Dot의 전신' 이라고 해 두면 충분할 듯싶다. 물론, 이 밴드 출신으로 Kayo Dot에서도 연주하는 멤버는 네 명 뿐이기는 한데, 다른 멤버에게는 미안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밴드는 Toby Driver의 밴드였다. 나중에 적게 되겠지만, "Bath" 와 "Leaving Your Body Map" 은 분명히 Kayo Dot을 예기하는 앨범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밴드는 원래 메틀 밴드였다. Kayo Dot보다는 더 메틀릭한 사운드라는 점은 미리 밝혀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실 이 블로그까지 오시는 이들 중에 모르실 분이 얼마냐 되겠냐마는)

밴드의 데뷔작인 이 앨범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밴드의 가장 아쉬운 앨범이다. 물론 그럼에도 앨범은 매우 흥미롭다. 밴드는 스스로를 'astral metal' 이라 칭했고,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일지는 멤버들만이 제대로 알겠지만, 앨범은 메틀 양식으로 실험적인 사운드를 시도한 여느 밴드들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앨범에서는 많은 밴드들이 느껴진다. 곡명과는 딴판의 글루미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Ferocious Weights' 부터가 조금은 그렇다. 기타의 크레센도와 어느 정도는 미니멀한 베이스 연주가 이어지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트럼펫 연주는 밴드가 상당히 이색적인 방식의 사운드를 이끌어 감을 보여 준다. 앨범이 확실히 메틀릭해지는 것은 그 다음 곡인 'A Conception Pathetic' 부터인데, 'astral metal' 이라고 자처하긴 했지만 이들이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틀로 흔히 분류되었던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밴드를 프로그레시브라고 부르기에는 이들은 참 많은 장르를 건드린다. 테크니컬하던 'A Conception Pathetic' 은 앨범 전체에서도 가장 감상적이라고 할 만한 앰비언스를 동시에 보여주고, 'The Ocean, The Kingdom, and the Temptation' 이 보여주는 둔중한 사운드의 위계는, (과장 좀 섞는다면)초기 My Dying Bride의 느낌에 가깝다. 사실 이 밴드가 생각난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울 일인데, 밴드가 계속해서 중간중간 섞어내는 위트는 둠-데스의 느낌과는 같이 생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밴드가 My Dying Bride를 어떻게 변주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아무래도 'Catharsis of Sea Sleep and Dreaming Shines' 일 것이다. 스타카토를 연주하는 기타에 그로울링 보컬이라니. 그나마 매우 트리키한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는 'Blight of River Systems' 가 가장 '프로그레시브' 라는 단어에 어울릴 것이다.

앨범이 (후의 앨범들에 비해서)비틀거리는 부분은 꽤 명확하다. 사실 이렇게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하면서 곡이 비틀거리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기는 한데, 그럼에도 약간은 갈짓자를 그리면서 나아가는 듯한 부분은 분명하다. 테마가 바뀌면서 이어지는 프레이즈는 전혀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괜찮지만, 확실히 테크니컬한 부분보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 뭔가 과욕을 부렸다는 느낌은 있다. 프로덕션에서도 그건 반영되었다고 생각된다. 트럼펫 등은 이 밴드의 큰 아이덴티티의 하나이지만, 간혹은 너무 '뜬금없다'. 이 복잡한 곡들, 어렵게 따라가면서도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후반부 흡사 Pelican같은 밴드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들은 별로 훌륭하지 못한 음질 탓인지, 그리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앨범은 훌륭하다. 이 앨범이 나오던 시점이(내 기억이 맞다면) 노르웨이에서 블랙메틀 뮤지션들의 '프로그레시브' 작품들이 연이어 나오던 때로 기억하는데, 앨범은 그 사이에서도 눈에 띄기는 가장 띄었다. 'black' 한 사운드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Dark Symphonies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들은 가장 'weird' 한 밴드임에는 분명했고, 그러면서도 기존 장르들의 전형적인 맛도 '거의 다' 가지고 있다(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요소들을, 어디서도 들어본 것 같지 않게, 그리고 꽤 훌륭하게 엮어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글쎄, 요새가 '하이브리드' 의 시대라면, 앨범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작품일 것이다. 밴드가 남긴 앨범 중에서는, 앨범 타이틀처럼, 가장 '사이코틱' 하다.

post script:
이 밴드를 얘기하면서 Toby Driver 위주로 얘기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Greg Massi의 연주에도 주목하기를 바란다. Buck Dharma 선생(Blue Oyster Cult), 당신 따라가는 기타리스트도 있는 것 같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