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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Neue Zeit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 New Album

Kraftwerk는 보통 프로그레시브 록, 특히 독일 크라우트록을 말하면서 종종 얘기되는 듯한데, 나로서도 이들이 '프로그레시브' 하다고 하는 데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이들이 록 밴드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일이다) 다만 이건 '프로그레시브' 를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는 걸 전제로 한다. 내 경우는 프로그레시브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심포닉 프로그레시브' 의 의미이다. Kraftwerk는 단순한 비트와 멜로디의 빠른 반복 가운데 끊임 없이, 하지만 미니멀하게 느껴지는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겨 쓰던 많은 밴드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그레시브라는 라벨을 달고 있는 밴드들 중 이들 만큼이나 강력한 댄스 비트를 보여주는 이들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록을 비트 음악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록 밴드로서 실격일 것이다.

Orchestral Manoeuvres in the Dark는 Kraftwerk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 말하고 보니 그리 닮은 것 같진 않은데 - 처음 관심을 갖게 된 밴드였다. 다만 Kraftwerk가 어느 정도는 고답적인 모습을 보여 준 바가 있었다면(물론 그래도 그들은 독일 밴드 중에 친근한 편이었다) 이들은 그보다 더욱 친근하다. 신서사이저의 힘을 팝스에 제대로 엮어낼 줄 알았던 밴드라고 생각한다. Kraftwerk 얘기를 하긴 했지만 나는 이들을 신스 팝 밴드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렇게 치면 Depeche Mode 생각이 별로 나지 않는 스타일의 신스 팝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편이다. 난 사실 내 일반적인 취향보다 노골적으로 팝스 앨범임을 표방하는 경우에 꽤 거부감을 느끼는 편인데, 어쨌거나 난 꽤 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10월 4일에 (얼마나 기다리겠냐마는)간만의 신보 "History of Modern" 이 나온다고 한다. 공개된 음원은 (신기하게도)80년대 초반의 사운드를 재현하는 듯해서 기분이 좋다. 요새의 '첨단' 악기들로 옛 느낌을 내는 건, 그렇게 하려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그리 쉬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면 밴드는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post script : 내가 이런 밴드를 포스팅하니 놀라는 이들이 있을 법한데, 당연하다. 나도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 싶다.



그런데 이 사진은.... 무슨 맨 인 블랙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