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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 Literature of Obscure Minds

Lord of Chaos : The Bloody Rise of the Satanic Metal Underground

[Feral House, 1998]

written by Michael Moynihan & Didrik Sorderlind

원래 1998년에 나온(2003년에 재발행된) 이 책에 대해서는 사실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저자인 Michael Moynihan은 이 책 외에도 Blood Axis에서의 활동 등으로 충분히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고... 이 책 자체가, 북유럽 블랙메틀의 초기의 모습과, 그러한 모습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노르웨이 서브컬쳐 씬 하에서의 이런 저런 사건들에 대해서도, 아마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책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잘 알려진 Mayhem의 Dead나 Euronymous의 사망 및 Varg와의 관계, 일련의 교회의 방화, Faust의 살인 사건 등과 같은. 물론 여기에는 이와 관련된 인물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반적인 음악 관련 서적들에 비해서 훨씬 저널리즘에 가까운 형태이다. 굳이 말하자면 'crime journalism'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서브컬쳐, 특히 헤비메틀 씬에 관련된 리포트 및 저널리즘 자체가 보기 드문 실정에서는 이 정도로도 의미는 있다.

문제는 이 책은 잡지가 아니고, 뮤지션들의 가쉽거리나 인터뷰들만 실려 있어서야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읽는 이도 그 정도를 기대하진 않을 것이다. 음악에 대해 심도 있게 적어 놓는다면 모르지만, 그렇다면 책의 부제인 'The Bloody Rise of the Satanic Metal Underground' 는 상당히 공허해져 버린다. 그 점에서 아마도 이 책의 가치는 다른 부분에 있을진대, 그건 분명 Neo-paganism과 Satanism의 영역, 거기에 National Socialism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크리스트교가 지배하던 북유럽이지만, 이는 엄연히 '외부' 에서 유입된 종교이고, 그 대지에 살던 이들이 처음부터 원하던 것은 아닌 것. 그에 대한 저항의 일환으로서의 교회의 방화의 존재 등의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즉, 교회의 방화 등의 사건은 크게 볼 때 'Protestantism' 과 'Norwegian folk' 간의 문화적 거리감에서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타니즘에 대한 설명 및 Anton Lavey의 인터뷰도 나오는데(이건 Michael Moynihan이 저자이기 때문에 아마 가능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약간 다른 부분과는 겉돈다는 느낌이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재미는 있다.

아마도 책의 중심적인 부분은 노르웨이의 블랙메틀 씬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는 3장부터일 것이다. Varg과 Euronymous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이 책을 '저널리즘' 으로서 읽는 블랙메틀과 관련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 저자는 인물들의 짤막한 진술들을 배치하면서 심리적 분석을 시도하면서, 이를 뒤에 이르러서는 네오나치즘과 국가사회주의에 연결하려는 데까지 이른다. 네오나치즘에 대한 분석의 방법론에서 이에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나는)이 주제에 대한 이런 식의 분석을 본 적은 없었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분석을 세밀하게 펼치고 있다고까지는 못할 것 같다. 진술들은 약간은 지나칠 정도로 파편적이고, 저자들은 인물 하나하나의 분석을 하기에는 주제를 너무 크게 벌려 놓았다.(상술한 Anton Lavey의 인터뷰가 뜬금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러한 논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까닭이다)

노르웨이 씬에 대한 설명 뒤의 Absurd나,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에 대한 챕터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Absurd의 경우 Hendrik Mobus에 대한 웹 사이트를 한번 찾아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Absurd에 대한 부분은 (다른 부분에 비해서)옐로 저널리즘에 가깝다. Absurd라는 밴드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이, Sandro에 대한 살인 사건이나, 밴드의 음악적 조악함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그렇게 흥미롭지 못하다. 물론, 예측되지 않은 사회에서의 폭력성의 발현, 이라는 점에서는 전술한 노르웨이의 경우와도 유사할 것이나, 최소한 저자들은 Mayhem이나 Burzum을 얘기하면서 그들의 '방화의 취지' 나, 인물 나름의 심리적 분석을 서술하였다. 마치 철없는 살인자들과 같이 그려진 것과는 좀 거리가 있다. 나는 Absurd의 음악을 좋아하진 않는데(지나칠 정도로 조악하다) 이렇게 그려지는 건 조금은, 앞의 밴드들에 할애된 성의에 비해서는 밴드 본인들은 좀 섭섭하지 않으려나 싶다. 물론, 미국 등의 다른 나라의 씬에 대해서도 이 단점은 동일하다. 미국의 경우는 총기 난사 사건이나 Satan Church 등이 주로 언급되지만, 앞의 Anton Lavey의 인터뷰가 공허했던 것만큼이나 의미 없이 읽힌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좀 느낌이 틀렸던 것 같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드는 느낌은 Michael Moynihan 본인의 시각이 상당히 '현격히' 드러나는 책이라는 점이다. 음악에 관련된 책이지만, 여기서 블랙 메틀은 단순 음악 장르로서보다는, 그 철학을 나타내는 '도구' 로서 표현되고 있기에 그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Norwegian folk' 를 언급했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의외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관련 있는 부분이라면 Varg와 Garm의 인터뷰일 것이지만, 이는 부분적이다. 1998년에 나온 책이기에, 2008년 현재, 그 사이의 밴드들의 언급은 당연히도 찾아볼 수 없다. 뭐, 이 책이 폭넓은 음악적 논의를 하고 있는 것도 물론 아니기에 그런 단점은 피할 수 없다. 덕분에, 블랙 메틀의 음악 장르로서의 논의가 적어 장르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저널리즘을 대하듯' 쉬이 읽을 수 있겠지만, 블랙 메틀에 대하여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나는 그게 꼭 괜찮은 선택인지는 모르겠다.

post script :
개인적으로 또 아쉬웠던 것은 Gehenna 나 Gorgoroth 같은 밴드들(특히 후자)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는데... Gorgoroth에 대한 이야기 겸, 역시 초창기 노르웨이 블랙메틀 씬에 대한 기록으로는, VBS tv의 'True Norwegian Black Metal' 시리즈가 유용할 것이다. 보컬리스트인 Gaahl이 주로 나오는데... 만만치 않게 정신상태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