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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Writings

헨드릭스와 코베인

대중음악의 생리라는 건 괴이하다. 그 만큼 흘러간 시대의 선배들이 많은 것을 만들고 명멸해갔다는 뜻일 수도 있겠는데,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고 있지만, 그 새롭다는 것들을 곱씹어 살펴보면 사실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거의 전부이다. 그 경우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아마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중음악의 역사에 전설로 기록되거나, 전설적인 실패로 기록되거나. 결국은 언제부턴가 재생산은 웬만하면, 그 선배들의 텍스트들과 다른 과거의 질료들을 적절하게 섞어내는 셈이 되는 것이다. 각자의 아우라는, 독특한 향내를 풍길 수는 있어도, 유일무이한 것은 아닌 셈이다. "향수" 에서 그르누이가 갖가지 물질을 섞어서 어떠한 향기라도 만들어내듯이, 재생산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Cobain은 시대의 아이콘이기는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Cobain이 완전히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는 정말 곤란하고,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마치 '90년대의 얼터너티브' 의 극이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내 생각에는 많이 곤란하다. 버즈-소 기타는 이미 펑크 무브먼트가 가져다 준 것이었고, 루저 이미지야 양보한다 하더라도(실상 그 친구들이 - 메이저와 계약을 할 수 있던 밴드가 - 루저였는지는 별론으로) (정말)가끔은 메틀릭한 묵직함도 이미 Dead Kennedys나 Black Sabbath에게 따 온 것이었다고 - 이건 Cobain 본인의 말에 따른 것임 - 한다. Nirvana와 Cobain에게 보내지는 찬사는 그렇다면, 상당 부분은 그들을 둘러싼 컨텍스트에 의존하는 것이다. Nirvana 이전에 Jane's Addiction이 있었고, Sonic Youth가 있었고, Dinosaur Jr. 도 있었고. 케케묵은 계보학을 들이밀어도 곤란한 일이다.

Hendrix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아마도 그건 내가 동시대인이 아니라서 - 즉, 너무 늦게 들어서 -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락큰롤이 비트 뮤직이라고 해도, 내가 아는 락큰롤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사운드의 흐름이다. 아무리 강력한 비트와 바이브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정통적인' 락큰롤('정통적인' 이 중요하다. 이후 그렇지 않은 경우를 분명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에서는 이는 사운드에서 부차적인 것이다. 사실 Jimi Hendrix는 뛰어난 기타리스트였지만, 그가 그냥 혁신적인 연주의 기타리스트였기 때문에 전설이 되었다고 한다면, 헨드릭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억울할 일이 없을 것이다. 헨드릭스는 비트와 사운드를 모두 거머쥔 자였다. ("Electric Ladyland" 가 내 생각에는 특히 그렇다)그리고 이후 락큰롤은 기타의 지배에 있게 되었다.

post script :
1. 이 글은 인터넷 탐험 중 모 게시판에서 본 얼척없는 코베인과 헨드릭스의 비교글을 보고 그냥 휘갈김.
2. 이 글을 쓰고 있던 현재, 이란 경제 제재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지인이 한 마디. "축구 졌다고 제재하는 거야?" 아 혈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