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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방담 20101020

1. 이제부터 어쨌든 블로그에 잡담을 좀 더 해보기로 했다. 원래 인적 없긴 하지만 혼자 쓰려고 만들어놓은 곳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사이버 벙커도 이런 칙칙한 벙커가 별로 없는지라, 다른 사람하고 공유하는 것도 별로 안 좋을 법하다. 물론 여기 와주시는 분들(동네 사람들 제외)은 전혀 칙칙하지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많은 마이너 웹진들에 있는 'editorial' 같은 것도 다시 생각해 보면 웹진 편집자의 방담 아니겠는가. 그런 류의 머리말도 작품이 될 수야 있겠지만, 아직 그렇게 잘 쓴 머리말은 개인적으로는 본 적이 없다.


뭐 살다 보면 이런 고급 벙커가 될 날이 있을지도

2. 여름의 맑시즘 포럼에서 자본주의가 도시의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강연을 들었던 바가 있었는데, 데이비드 하비를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 을 쓴 마르크스주의 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거 참 신기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학교에 간만에 가니 반값에 팔고 있던지라) "파리, 모더니티" 양장본을 한 권 샀는데, 원제가 "Paris, Capital of Modernity" 였는데, 모더니티의 '수도' 는 뭐 하러 빼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하비 선생이 발자크도 많이 읽으시고 플로베르도 많이 읽으시고 도미에의 그림도 많이 보셔서 그런지 책 자체는 - 겉표지의 위압감에 비해서는 - 훨씬 쉽게 읽히고, 워낙에 삽화가 많은 까닭에 두께에 비해서는 양도 적은 편이다. 말하자면 발자크/플로베르/도미에 등이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묘사한 파리의 풍경을 토대로 그 시절 도시의 모습(과 1871년 파리코뮌의 배경)을 설명한다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 하비 본인도 수긍하듯이 -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논조가 많이 비슷하다. 다만, 너무 삽화가 많아서 그런지 보통의 교양서적 읽는 느낌인지라 아직 파악은 잘 못 하겠다.


3. 간만에 토익을 봤더니 요새 번역일 때문에 원서를 많이 봐서 그런지는 모르나 R/C는 더 올리기도 힘들 것 같은데 L/C가 문제로다. 그래서 영어공부 차 광화문 K문고에서 Salman Rushdie의 "The Satanic Verses" 를(골때리는 짓이라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사서 읽기로 하고, 모으는 게 CD인지라 집에서 아무거나 집히는 앨범을 틀고 듣기 연습을 해 보기로 했는데...

Klaus Schulze - Body Love, Sala Delle Colonne - Cronache(이상 두 장 앰비언트, 가사 자체가 없음), Forgotten Silence - THOTS(그로울링....) 순으로 나와서 포기. 그래 내가 뭔 영어듣기냐... (인생은 반면교사)

4. 간만에 들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사실 Einherjer만큼이나 그 동네에서 힘 있는 바이킹메틀을 들려줬던 밴드가 얼마나 됐었나 싶다. 아무래도 파워보다는 해적선 분위기 연출에 고심했던 Falkenbach나, 언제부턴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프로그레시브 메틀로 떠나버린 Vintersorg는 얘기가 좀 틀리고, Enslaved의 초기는 분명 힘 있는 음악이긴 했지만, 정통적인 사운드에 더 영향을 받은 것은 그래도 Einherjer라고 생각한다. 앞의 앨범들이 더 인정받는(그리고 더 비싼) 듯하나, 공구하다가 레이블 주인장의 무개념에 피박쓸 뻔한 경험 때문인지,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Norwegian Native Art" 앨범이다. 뭐 이게 끝자락이기는 했지만 90년대 노르웨이 블랙메틀이 가진 퀄리티라고 할 수 있다.

 
Einherjer - Burning Yggdrasil. 초반부 1분의 리프가 힘이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