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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Janvs - Fvlgvres

[ATMF, 2007]

블랙 메틀을 얘기함에 있어서, 밴드들 간의 일종의 '조직' 은 정확한 실체가 알려졌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가 존재하는 듯하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노르웨이의 Inner Circle이나, 오스트리아의 A.B.M.S(Austrian Black Metal Syndicate), 그리스의 Golden Dawn, 넓게 보면 Pagan Front 등도 이런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pagan' 한 문화의 외피를 이용한 민족주의의 표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Golden Dawn이나 Pagan Front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러한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 주는 편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다들 엿보인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러 각국의 블랙 메틀 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유럽의 국가들에 있어 저런 '조직' 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런 추측을 하도록 해 준다.(물론 억지스러움이 섞인 추측이다) 'Black Metal Invitta Armata' 도 그런 경우이다. 영어로 하면 Italian Black Metal Association이라니 그리 센스 있는 작명은 아닐 것이다. 물론 동양의 이름 없는 친구가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거나, 이들은 꽤 진지한 것 같다. 나름대로의
매니페스토까지 준비한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데(물론 볼 건 사실 없다), 이탈리아와 로마의 전통과 그 미학에 근거한다니 전혀 정치색이 없을 것 같지는 않건만, 굳이 '이 무브먼트는 parapolitical하지 않다' 니, 믿어주도록 하자. (하지만 최근에 바로, 이 Janvs와 ATMF는 Terrorizer에서 우익 밴드/레이블로 소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겪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ATMF의 홈페이지 뉴스를 참조)

굳이 이 집단에 대해서 상당히 길게 논하는 이유는, Janvs가 이에 속한 밴드이기도 하지만, 관련된 레이블인 ATMF를 살펴볼 때 앞으로 이 무브먼트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유치하게 굴지 않고, 로마와 이탈리아의 전통에 경도된 미학적이고 복잡하며 프로페셔널한 음악, 정도가 이들의 주된 강령인 듯한데, 확실히 이는 잘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이런 '온고지신' 식의 스타일을 유지한다면 근래의 경향을 따라가는 것은 꽤 어렵다는 것이 나름의 딜레마일 것이지만, 최소한 Janvs의 이 앨범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다.(최소한이라는 말을 쓴 것은, 이런 느낌을 Spite Extreme Wing에서는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밴드가 Spite Extreme Wing의 Vinctor Barelli의 밴드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 (사실 나는 그 평에 비해서는, Spite Extreme Wing을 그리 좋게 듣지는 않았다)

앨범은 근래의 블랙메틀 앨범 답지 않게 멜랑콜리한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묻어난다.('Melencolia' 라는 곡이 있을 정도) 분명히 노르웨이 블랙 메틀의 분위기가 풍기는데 개인적으로는 포크적이라는 면에서 Ulver의 블랙 메틀 밴드이던 시절과 비교하고 싶다.(가사가 이탈리아어라는 것도 한몫 할 것이다) 앨범에서 가장 빠른 곡인 'Vrsa Major' 에까지 이런 분위기가 풍기지만, 아마도 가장 분명한 곡은 자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어쿠스틱한 연주곡 'Vesper' 일 것이다. 그 외의 곡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분명한 편인데, 신서사이저의 사용과 독특한 리듬 파트의 구성이 분위기를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물론, 사실 이런 류의 분위기는 Ulver만이 아니라 Agalloch나, Uaral 같은 밴드에게서도 비슷한 경우를 발견할 수 있으니, 독창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노르웨이 출신의 거물들은 차치하고라도, Drudkh 같은 훌륭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밴드의 1집인 "Nigredo" 와 비교해 보면,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은 파트별로 깨끗하지 못하고 조금 뭉개지는 듯한 음질도, 이런 스타일에서는 단점이라 보기 힘들다.

약간의 불평을 하자면, 상술한 'Vesper' 를 포함한 일련의 어쿠스틱한 인터메조들은 분위기는 좋지만, 지나칠 정도로 평이하다. 앞으로의 진행이 대략 예상된다는 것은 소품 식의 인터메조라도 그리 좋지는 않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앰비언트 'Addii' 는 너무 동떨어진 트랙이다. 이건 밴드의 개인적 취향이던가 과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인데, 덕분에 앨범을 듣는 끝맛은 그리 좋지 않다. 곡마다 기복이 존재한다는 것도 조금은 문제이다. 'Pivme D'Archangelo' 나 'Melencolia' 같은 콘트라스트 강한 트랙 외에는 앞에 얘기한 '평이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블랙 메틀 청자라면 '좀 더 빨랐으면' 이라는 아쉬움을 가질 법하다. 정교하게 작곡된 곡들이지만, 휘몰아치는 맛은 없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생각하더라도, 상술한 '분위기' 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특히 'Vesper' 를 듣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은 근래의 블랙 메틀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선택일 법하다. 금년에 나온 "Vega" 도 구해 봐야겠다.

post script :
1.Black Metal Invitta Armata에 현재 속해 있는 밴드는 다음과 같다 :
Spite Extreme Wing, Janvs, Tronus Abyss, Hirpus, Hiems, Gladio, Galaverna, Frangar, Black Flame.
2. ATMF는 Aeternitas Tenebrarum Music Foundation의 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