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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방담 20101113

1. 빼빼로 데이는 어찌어찌 잘 버텼다. 원래 밖에 나갈 생각조차 없었으나 근래의 내 신변상의 변화로 인하여 나가야 할 행사가 생겨버리는 통에 독수공방 프로젝트는 수포로 돌아갔다. 행사 자체도 워낙에 엘리트주의로 범벅이 돼 있는 행사인지라 속이 그리 편치 않은데, 하필 이게 11월 11일이니 영 고역이던 하루였다. 농업인의 날이라니 소중한 주변인들에게 배추 한 포기나 선사할까 하였으나, 요새 배추값은 빼빼로 값에 비교할 때 존재감이 지나치게 묵직해서 그 또한 할 일 아니다 싶어 그냥 넘어갔음. 나야 배추 생각했지만 늦게라도 빼빼로 주실 분은 기탄없이 연락하시라. (이 얘기 하려고 적었던 것은 아님)

2. 물론 난 포스트록에 열광하는 스타일은 못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Sigur Ros 같은 밴드들이 대표적이라고 볼, 우울하면서 침잠하는 분위기로 일관하다가 점차 고조되면서 한번에 터뜨리는 모양새는, 대부분의 지나치게 작위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밴드들의 경우는 좀 그렇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법한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Burzum 스타일에 좀 더 예쁘장한 멜로디를 얹어내는 많은 밴드들이 따라가는 방식이라고 하겠는데, 이게 어떤 장르의 컨벤션이라기보다는 곡을 드라마틱하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 아닌가 싶다. 확실히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주는 데 이 만큼 명확한 방식은 없다. 물론 간단한 방식이기에 그 이음새는 확실히 귀에 들어오고, 그래서 지나치게 작위적이면 거부감이 들기도 쉬운 방식일 것이다.


물론(오늘따라 '물론' 이 정말 자주 나온다. 글 오늘따라 진짜 안 써진다) 이들이 요새 그렇게 많이 나오는 포스트록 물 먹은 밴드들과 같이 분류되는 건 좀 아니지 싶다. 사실 이런 류의 사운드는 그 이전부터 있어 왔다. Woods of Ypres같은 밴드가 유사하지 않을까 싶은데, 목가적인 스타일(물론 이런 건 아예 원두막에 사신다는 Ildjarn이 최고지만)로 진폭 넓은 사운드를 보여 주다 보니 그렇게 생각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을 것 같다. 탁월한 멜로디감각이 그런 큰 변화를 충분히 납득 가도록 하는 앨범이다. 이런 스타일에 오랜만에 이 만큼 꽂혀 본 것 같다.

Skagos - The Drums Pound Every Night in a Glorious Celebration of Life

3. 항상 나의 신용상태에 대한 따사로우면서도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 오시면서 아침마다 3천만원 대출을 부르시던 S금융 김미영 팀장님이 오늘은 갑자기 1124만원만 되신다니 돈 빌릴 것도 아니지만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과연 1124만원은 어디서 나온 수치인가? 하루 사이에 신용등급이 하락이라도 했단 말인가.

4. 케이블 TV가 나오지 않는 우리 집의 특성상 슈퍼스타 K를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우승자와 준우승자라고 허각과 존박이 많이도 나오던데, 장재인이 떨어진 것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 덕분에 PC를 통해 노래를 한 번(물론 잠깐) 들어본 바로는 장재인의 음색이 개성적인 것은 알겠지만, 분명 좀 더 완성되어 있는 건 위 두 명이라는 느낌이었다. 장재인은 말하자면 앨범을 만들 때, 정말 돈 많이 들어갈 것 같은 스타일이랄까. 과연 저거에 맞추려면 어레인지를 얼마나 잘 해야 할까? 그게 자주 나오는 그 두 명이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억지스러운 감은 없잖은데, 벤야민 식으로, 대량복제기술이 반기술적(anti-technologisch) 예술개념에 대한 반대를 가져왔다고 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허각 씨가 뭐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고 등의 얘기를 떠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