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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Non-Metal

Various Artists - The Garden of Forking Paths

[Important, 2008]

일단 앨범 제목을 잠깐 눈여겨 보자. "The Garden of Forking Paths" 물론 보르헤스의 단편("픽션들" 에 수록된 단편을 참고할 것) 이름이다. 사실 이 이름 모를 밴드들의 연주곡만이 수록되어 있는 컴필레이션을 사게 하는 건 그게 가장 클 것이다. 어떻게 보면 두 번째 곡을 연주한 James Blackshaw가 이 앨범의 기획자라는 것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James가 다른 네 명의 뮤지션들을 끌어들여서 자신의 기획을 실현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미국 인디의 팬 정도로 알려진 James의 모습을 생각할 때 이런 기획은 조금은 뜬금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은 그럼 어떻게 구현되었는가? 아니면 저런 제목은 그냥 이미지에 불과한 것인가?

사실 그건 불분명하다. 첫 곡인 Chieko Mori는 그래도 좀 익숙한 이이다. Tzadik에서 "Jumping Rabbit" 이라는 앨범을 냈던, 일본의 Koto라는 악기의 연주자인데(흔히 게이샤들이 연주한다고 알려진) 악기의 메커니즘을 알지는 못하지만, 두 명이 같이 악기를 연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상당히 다른 멜로디가 함께 연주되는데, 이런 모습은 Mori가 연주하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인 'Spiral Wave' 와 'Tokyo Light' 에서 공통된다. 다른 곡들도 (이 앨범이 'avant-folk' 앨범이라 광고되고 있음을 생각하면)서로 공통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이키 포크 밴드드 Espers의 멤버라는 Helena Espvall는 첼로 연주자는 무난한 구성을 보여주다가도 Univers Zero의 "Heresie" 를 떠올리게 할 만한 괴팍한 면모를 간혹 보여주고, 류트를 연주하는 Jozef van Wissem은, 개인적으로 류트 자체가 익숙지 않은지라 이해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비르투오시티라는 면에서는 역시 다른 곡들과 차이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앨범의 수록곡들을 꿰뚫는 일관성은 적어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Pitchfork에도 인터뷰가 올라오는 뮤지션의 기획 컴필레이션의 곡들은 하나같이 일반적인 '포크'(이 앨범의 참여 뮤지션들은 모두 통상 포크 뮤지션으로 분류된다) 의 컨벤션과 벗어나 있음은 물론, 각자의 연주도 일반적인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나마 자신의 원류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Jozef의 곡의 경우는 - 아마 류트라는 악기 자체의 개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럴지도 - Renaissance나 바흐 시절의 바로크 음악의 모습을 상당히 갖고 있지만, 다른 수록곡들은 사실 어떤 장르의 전형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분류 자체가 쉽지가 않다. 아무래도 James의 연주 자체가 그리 복잡한 형태는 아니지만 부분부분 상당한 정도의 임프로바이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 기타 연주도 동일한 멜로디를 계속 변주하면서 진행된다. 처음에 간결한 코드를 진행하는 핑거링은 뒤에서는 임프로바이징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피킹 테크닉을 이용해서 변주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쨌든 적어도 앨범의 내용은 보르헤스와는 그리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사실 James가 그런 모습을 의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렇게 열심히 '전형' 을 벗어나는 모습을 일관하고 있는 이 앨범에 그런 식의 컨셉트를 부여하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괴이할 것이다. (그 자체가 또 다른 컨벤션이 될 것이다)다만 이 앨범의 참여 뮤지션들은 모두 일단 포크의 범주에 놓는다면, 그들이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갈라져 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그나마 비슷해 보일 수도 있을지도. 앨범 전체적으로 견지되는 미니멀함과 높지 않은 빈도로 보여지는 비르투오시티는 적어도 꽤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Jozef의 대곡인 'The Mirror of Eternal Light' 가 앨범을 대표하는 곡일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보르헤스라는 테마에 잘 어울리는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지만, 앨범의 완결성만큼은 확실히 명확하다. Chieko의 곡이 하필 첫 곡과 마지막 곡에 수록되었는지는, 앨범의 흐름을 생각해 본다면 납득될 것이다. 어찌 됐건 James가 자신 식의 완결된 작품을 만든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post script :
"I leave to several futures (not to all) my garden of forking paths" - Ts'ui Pen(국역에서는 '취팽' 으로 나오던가)
앨범은 이런 소설의 문구로 설명되고 있는데, 나름대로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