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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방담 20101222

1. 번역 작업하는 중인 책이 있는데, 대충 법과 공공 정책에 대한 법경제학적 논의...와 같은 내용이다. 챕터별로 각기 다른 분야들과 관련된 논의들이 나오는데(이를테면 인지과학, 교육학, 정신분석학 등), 교과서 형식의 책인지라 사실 세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건 아닌 법하나, 일단 전공 분야가 아닌 얘기들이 줄창 나오니 문외한도 이런 문외한이 없는 나로서는 참 고역이다(사실 진짜 고역은 그럼에도 돈은 별로 안 된다는 점에 있다). 7챕터는 인종 차별에 대한 것이었는데, 의외로 인종차별의 원인 등과 관련해서 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에 대한 논의에는 상당히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반인종차별법(anti-discrimination law)이 타당한 규제인 것인가? 물론 요새 인종차별에 찬성하는 학계의 '공식적' 견해야 찾아볼 수 없지만, 그 원인에 있어서는 다양한 얘기들이 있다. 일상에 있어서의 선호나 취향의 문제와, 나와 다른 인종을 차별할 것인지 여부의 선택을 유사하게 보는 견해는 물론, 그렇지 않은 견해들도 있다. 우리의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문화적 바탕은 확실히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는 깊은 데가 있는 듯하다. 하긴 NSBM 하는 이들 중 소수의 A급 밴드들이 강력한 위계를 보여주는 데는 뭔가 바탕이 있을 것이다.

2. Lady Gaga가 Metallica에 따라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이 동네가 원래 메틀이 낯설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건 생각보다는 Gaga는 헤비메틀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왼쪽은 Saxon의 Biff Byford.



그런데 사실 Gaga가 Saxon을 알고 사진을 찍었을 것 같진 않다


3. Sieges Even은 앨범마다 음악 색깔이 계속해서 바뀌는 밴드였지만, 나름의 규칙성도 가지고는 있었던 밴드라는 생각이 든다. Markus Steffen의 영향력이 늘어가면서 "Life Cycle" 이후의 앨범 두 장은 점차 말랑말랑해지는 경향성을 보여주었지만, Steffen 대신 Wolfgang Zenk가 들어간 "Sophisticated" 와 "Uneven" 은 갑자기 그런 흐름에 맞지 않게 메틀릭한 사운드로 변모하였다. 사실 "Life Cycle" 이나 이후의 앨범들이나 확실히 좀 더 독일적인(물론 내 생각임) 스타일의 기타리스트였던 Steffen과 달리, Wolfgang은 일반적인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컨벤션에 좀 더 익숙했던 기타리스트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7 for 4의 음악이 해체 전의 Sieges Even의 두 장의 앨범보다 더 멜로딕했던 것은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Steffen이 다시 들어와 들려준 사운드가 이 메틀릭했던 시기에 사라졌던 것은 아니었다. "A Sense of Change" 이후 이런 사운드를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밴드는 메틀릭 리프에 그 '쟁글거리는' 밴드 특유의 리프를 섞을 줄 알았다. 그런 의미에서 Sieges Even의 최고작은 "Uneven" 일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결성할 때의 밴드 이름은 Sodom이었다는 것.




Sieges Even - What's Up God?

4. 크리스마스에 정말 내게 강 같은 평화가 찾아오시려고 하는지 어떤 약속도 생기질 않는다. 그 강 이 겨울 날씨에 얼어붙어서 엄청 조용한가 보다. 개인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감성 뚝뚝 떨어지는 문체로(뭐 매우 극소수로 정말 섬세한 감성을 지닌 듯한 사람도 있지만) '시크한 도시남자' 처럼 보이려는 경우를 참 싫어하는데(이게 사람들이 공중파에서 별별 위선들을 다 봐 와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 시절에 약속이 갑자기 없다가도 잡히려면 저런 캐릭터를 잡아 가야 하나 싶다. 아니면 장기하처럼 위악스러운 면이라도 있던가. 어쨌든 나는 강 같은 평화가 벌써부터 보이는 듯하다.

5. 구의역쪽에 마음에 드는 수제튀김 집이 생긴 것 같다. 이 겨울에는 굴튀김(또는 치킨)에 맥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