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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Cynic - Traced in Air

[Season of Mist, 2008]

사실, Theory in Practice 같은 그리 많지 않은 예를 제외한다면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틀' 이라는 용어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할 만한 밴드는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Theory in Practice의 앨범들을 명작이라 하기는 조금 (많이) 어렵다. 그나마 눈에 띄었다면 Farmakon이나 Extol, Vortex, Hypothetical(넓게 봐주면 Opeth도 될지도) 정도랄까. 씬에 있어서 Chuck Schuldiner의 사망은 아마 최고의 악재였을 것이다.(덕분에 Control Denied는 앨범 단 한 장으로 끝나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틀의 파이오니어들의 귀환은 반가운 일이다. Pestillence의 재결성, 그리고 Atheist의 재결성 소식이 그렇고, 15년만에 Cynic의 두 번째 앨범이 나왔다. 물론 우리는 Gordian Knot 등의 밴드들에서 Cynic 출신 멤버들의 뛰어난 기량을 볼 수 있었지만, 어쨌든 거기서 Jason Gobel을 볼 수는 없지 않았는가?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지만, 나는 Gordian Knot을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유감스럽게도, 밴드의 재결성에도 Jason Gobel은 참여하지 않았다. Paul Masvidal과 Jason Gobel의 엄청난 기타 앙상블은 대신에 Masvidal과, Exivious 출신의 Tymon이 대신하게 된다. Exivious는 Cynic의 위치에 비교한다면 매우 생소할 것이다. 정규 앨범도 나오지 않은 밴드라니! 그나마 밴드의 색깔을 가늠하게 해 주는 것은 드러머가 Textures의 Stef Brooks라는 것인데, 2002년의 데모는 잘 모르지만, 2001년의 Exivious는 데스 메틀 씬에서는 'Cynic의 후계자' 식으로 추켜세워지던 신인이었으니, 나름 나쁘지는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문제가 있다면 'Cynic의 후계자' 식의 찬사는 꽤나 많은 밴드들에 써먹은 어구라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데스의 파이오니어들은 그들의 일부를 잃었으나, 그 자리에 그들의 최상의 후계자라 불리던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새 멤버로 영입하였다. 그 결과가 "Traced in Air" 이다.

사실 "Focus" 는 정말 대단한 앨범이었지만, 그 강한 특징 때문에 호오가 은근히 강한 앨범이기도 했다. 퓨전적인 음악 색채를 익숙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야 당연히 그러할 것이고, 데스 메틀의 그로울링을 견디기 힘들어하거나(이 경우는 사실 적으리라 본다), Paul Masvidal의 보코더를 이용한 왜곡된 보컬을 내켜하지 않는 이들도 은근히 있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사실 "Focus" 보다 더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정확히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좀 더 포용력 있는 앨범이라고 보여진다. Gobel의 자리에 Tymon을 받아들인 것이 밴드의 음악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나, 그렇게 볼 만한 부분은 있어 보인다. Sean Reinert와 Paul Masvidal이 주도하는 Cynic이었고, 이들이 참여했던 Death("Human" 시절의)와 Gobel이 있었던 Monstrocity는 아무래도 색깔 차는 명확하다. 확실히, 이제 Cynic의 음악을 프로그레시브 '데스' 라고 하기는 아주 어려워졌다. Masvidal의 그 'odd' 했던 보컬에서 이젠 거의 Steven Wilson 생각까지 날 정도다.(물론 지금도 충분히 'odd' 하긴 하다) 물론 Cynic은 Porcupine Tree보다 훨씬 테크니컬하니까 이를 구별 못 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Nunc Fluens' 부터 Reinert의 강한 드러밍이 시작되다가 'The Space for This' 에서 Masvidal의 보컬이 시작될 때의 느낌은 'Focus' 를 들어본 이라면 꽤 놀라울 것이다. 위에도 적었지만, 의외로 목소리가 좋다. 왜 여태까지 굳이 보코더를 썼는지 모를 정도. 'Evolutionary Sleeper' 도 전형적인 Cynic의 곡이다(라고 했지만, 곡의 클라이맥스에서는 한 밴드가 떠오른다. The Dillinger Escape Plan!). 사실 'Integral Bath' 는 조금은 Cynic답지 않은 곡이라고 생각하지만 - 난 이 곡의 브릿지 부분은 그리 맘에 들지 않는다 - 그 뒤의 세 곡은 매우 훌륭하다. 'King of those Who Know' 에 대해, 'Allan Holdworth + Dream Theater + Death('Human' era)' 라고 쓴 글이 있었는데, Allan의 부분은 잘 모르겠으나, 재즈퓨전이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라면 충분히 공감한다. 매우 복잡하지만, Masvidal과 Tymon은 생각보다는 그리 복잡한 코드를 이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도 흥미롭다. 내 귀가 맞다면, 대부분의 리프는 노트 #8, #16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Malone의 프렛리스 베이스는 여전히 엄청난데, 채프먼 스틱 소리에 길들여진 탓인가? 가끔은 Tony Levin처럼 들리기도 한다.

Cynic의 새 앨범은, 나 같은 '데스' 팬에게는 아쉽게도 프로그레시브 메틀이다. 덕분에 이 앨범은 나름의 여론을 보매 "Focus" 보다도 더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아마도 의도된 듯한, "Focus" 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공간감이 많아졌다는 것은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Focus" 를 데스메틀다워서 좋아하지는 않았던 나 같은 경우는 이러한 변신도 괜찮다. 사실, 근래 이런저런 밴드들의 엄청난 변모를 생각한다면 이런 정도를 변신이라 하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아쉬운 프로그레시브 데스 팬들이라면, 그래도 Atheist와 Pestillence의 재결성 앨범이 나올 것이니, 희망을 버리지 말 것.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팬이라면, 'must-have' 아이템일 것이다. 이제는 Disharmonic Orchestra만 재결성하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