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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8-bit Metal

내가 처음으로 게임기를 선물받았던 것은 한 10살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정말 보기 드문 물건이 되어 버린 패밀리 게임기였는데, 문제라면 게임기는 선물받았지만 소프트 조달이 참 어려웠다는 것이다. 코 묻은 돈을 모으고 모은다면 사실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지만, 이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은 대충 짐작하셨다시피,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다 - 도대체가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주변 친구들이 게임기나 컴퓨터를 장만하기 시작하기 전까지 나의 게임 인생은 덕분에 게임기를 갓 샀던 시점에서 받은 40가지 게임 합본 정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덕분에 슈퍼마리오 1은 정말 눈에 박힐 정도로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만 했던 건 아니다. 사실 집에 게임기를 처음 가져 본 건 나뿐이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가지셨던 게다. 아직까지 나는 우리 어머니만큼 슈퍼마리오 1을 잘 하는(그만큼 많이 하시기도 했음)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대충 이런 류의 추억은 80년대에 코흘리개 인생을 살았다면 많이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코흘리개가 아니었더라도 그 시절 게임을 즐기셨다면) 그래서 칩튠과 같은 장르도 생겨났을 것이다. 적어도 그 시절을 살았던 꽤 많은 사람들이 8비트 게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있고,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한 가지 음악 장르만을 즐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그 사람들은 꽤 다양한 장르에서 그 로우-파이하던 BGM을 접합했다. 이유야 정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노스탤지어의 추구이거나, 단순한 사운드의 선호이거나. 단순히 유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닌텐도코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요새 나름 유행이긴 한 것 같다


그리고 익스트림 메틀을 듣던 사람들도 게임은 분명히 즐겼다. 뭐 나도 그랬고, 이런 결과물들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닐 것이다. Invisible Oranges의 Cosmo Lee는 이를 8-bit metal이라 부르면서, 대충 8비트화하기 더 알맞은 곡들은 어떤 류의 것인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1. 변화가 적은 곡들보다는 멜로딕한 곡들이 8비트에 더 알맞다.
2. 더블베이스 드럼 연주는 8비트로 하면 아주 멋지게 들린다.
3. 탐탐 연주도 8비트로 하면 아주 멋지게 들린다.
4. 모든 Burzum의 곡은 8비트에 아주 잘 어울린다.
5. 모든 기타 솔로는 8비트로 하면 마치 Dream Theater의 키보드 솔로처럼 들린다.

...뭐 당연히 굳이 정리하지 않아도 뻔해 보이는 얘기들이다. 5번은 요새 표현으로 하면 Jordan Rudess의 위엄(인지 굴욕인지...) 정도 되려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Dream Theater 스타일을 음악적 자위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보이는 것 같아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여간 이런 장난을 치는 친구들은 의외로 꽤 많은 것 같다. 한 번 듣고 나면 다음에는 원곡을 들어 주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거라 생각하지만, 처음 접할 때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가지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8비트화되면서 곡이 아주 심플해지다 보니, 확실히 송라이팅의 견실함 여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Behemoth - Conquer All(8-bit)


Carcass - Heartwork(8-bit)


Death - Crystal Mountain(8-bit)


Judas Priest - Painkiller(8-bit)


Megadeth - Hangar 18(8-bit)


Darkthrone - Transylvanian Hunger(8-bit). 만든 사람은 왜 Mayhem이라고 적었는지...


아 그런데... 진짜 나의 Darkthrone은 이렇지 않다. 눈물나게 웃긴 했는데, Fenriz가 이걸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