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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Personnel

방담 20110124

1. 오늘의 임팩트 강한 삽질. 어떻게 여기를 찾아 들어오셨는지는 모르지만, 한글이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른지라, 정말 다양한 형태의 변용이 가능한 언어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모 악플러 덕분에 이 블로그를 열고 처음으로 IP차단을 해 보려다가... 내 IP를 차단을 했음. 별 거 아닌 일이기는 한데 그거 원상복구하기 꽤 귀찮습니다. 다들 (그런 실수 하진 않으시겠다만)주의하시길.

문제는, 그 IP차단이 어제의 일인데...오늘 또 그 짓을 했음. 작년은 좋은 일도 있었지만 일상사는 (좋건 나쁘건)참 임팩트 강한 일들이 많았는데, 올해도 아무래도 그럴 거 같아서 기분이 괜히 좋지는 않음. 모두들 신중한 삶을 삽시다.

2. 새 노트북을 구입했다. 기존 노트북이 요새 웹이 전달하는 엄청난 정보량을 생각할 때 거의 컴퓨터로서 생명력을 상실한 수준이었던지라(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플래시 광고를 처리하질 못해 다운되는 수준) 새 컴퓨터를 쓰는 기분이 상당히 싱그러운데, 무엇보다 하드디스크 용량이 무려 6GB였던(맙소사....) 기존 노트북의 83배를 살짝 넘어가는 용량을 가진지라... 다운로드에 그닥 취미가 없는 나로서는 그걸 채우는 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물론 mp3를 안 듣는 건 아닌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없는 앨범이거나 음원 백업용이었으니, 6GB도 못 채우던 나로서는 이 용량을 아무래도 채울 수가 없을 것 같다. 보통 고역이 아니다.

그래서 문득 든 생각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엄청난 용량의 무손실 음악 파일을 모으거나, 아니면 웬종일 p2p를 돌리고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한다면 과연 mp3 다운로드라는 수고를 감내할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운로드받은 자료로 하드를 꽉 채우라는 식의 강제는 없지만, 사실 그런 빈 공간을 그냥 놀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아마 그 하드디스크를 채울 것이다. 하지만 그걸 음악 파일을 다운받아서 채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경험적으로 돌이켜 본다면 의외로 그럴 것도 같아서 뒷맛이 좋진 않다.

3. Nurse with Wound가 1978년부터 활동해 온 밴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물론 1981년부터는 사실상 원맨 프로젝트였다) 이렇게까지 콜라보가 많은 밴드라는 건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방대하기 짝이 없는 디스코그라피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덕분에 감히 콜렉션을 생각도 잘 못 하고 있었는데(뭐 국내에도 들어오는 너댓 장 정도 갖춰 놓은 수준) 그런 의미에서 "The Swinging Reflective" 는 컴필레이션이기는 하지만 아주 유용하다. Aranos와 냈던 "Santoor Lena Bicycle" 같은 앨범은 350달러라는 가격을 찍어 주고 있는지라 이 앨범에 수록된 정도로 즐기고 넘어가는 게 현명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말하고 보니... 이들의 앨범 중에는 싸다고 말할 만한 게 거의 없구나.
흥미로웠던 건, 사실 이들의 경우 Current 93이나 David Tibet과의 콜라보레이션 덕분에 국내에서(라기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텐데, Stereolab 같은 이들과도 협연을 했었다니 밴드의 입지가 훌륭한 포스트-인더스트리얼/익스페리멘틀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된다. 나름 Stereolab은 잘 나가던 시절 Elektra에서도 앨범을 냈던, NWW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메이저한' 아티스트이니까.



Nurse with Wound & Stereolab - Trippin' With The Birds

4. 요새 경영학 같은 걸 제외한다면 위기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학문(여기서는 대학에 과가 개설된 분야 기준으로 얘기하는 것임/경영학을 폄하하는 의도가 절대로 아님)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다들(철학 전공자 두세 명 정도를 제외하면) 소크라테스가 정말 악법도 법이라고 말했다고 알고 있는 걸 보니까 확실히 인문학의 위기는 위기인가 보다 싶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다. 시간 되면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편을 세세히 읽어보시라. 소크라테스는 그런 식으로 얘기한 적 없다. 물론 어느 부분을 보고 그런 식의 오해가 생산되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겠는데(확신은 못 함. 아마도 크리톤편의 후반부일 것이다), 악법도 법이라고 얘기하는 건 거의 분명히 소크라테스(또는 플라톤)의 진의를 왜곡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이해한 부정의를 용납하지 않는 소크라테스는 그렇다. 사실 대부분 어린 시절 도덕 교과서에서 본 소크라테스의 얘기가 '악법도 법이다' 식의 명제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가.

5. 오랫동안 손을 안 댔더니 이거 장비 상태가 끔찍하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민폐가 되겠지만 슬슬 연주를 조금씩 시작해 봐야겠다.


이렇게 사서 쌓아두기 시작하면 거지꼴을 면치 못하리라. (뭐 사실 다 쓰기는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