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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odom - In War and Pieces

[Steamhammer, 2010]

Sodom의 13번째 정규 앨범인 이 앨범은, 뭐, 사실 - 언제나 그랬듯이 - Sodom 팬이라면 다들 익숙할 만한 내용물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사운드 덕에 - 그리고 라이센스가 된 덕에 - 벌써 이런저런 국내 웹진에서도 (조금은)얘기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이 언제 딱히 약했던 적이 있었나를 생각해 보면("Agent Orange" 같은 앨범마저도 약하진 않았다) 회춘이라는 표현은 그리 적합치 않다. 다만 이 앨범이 전작이었던 "Sodom"(2007년의 "In the Final Sign of Evil" 은 사실상 2007년작이 아니므로 제외)에 비해서는 좀 더 명확한 선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얘기해 두는 편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서술은 아마도 오해의 여지가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좀 더 멜로디컬해진 스래쉬메틀' 같은 건 꼭 칭찬이 되는 표현이 아니다. 다행히도 Sodom의 이 앨범은, 그런 식의 나쁜 선입견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앨범에 들어 있는 사운드는 어떤 것인가?

선율이 강해졌다는 면모를 주는 것은,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강렬한 보컬과(일단 Slayer 앨범에서의... 확실히 좀 '갔던' Tom Araya의 보컬을 생각하니 반갑기만 하다) 연주를 과시하는 Tom Angelripper 외에 Bernemann이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앨범의 직선적인 곡에 비해서 상당히 복잡한 구조를 취하는 솔로잉이 일단 인상적일 것이다. 앨범의 솔로잉은 거의 대부분 빠른 템포와 미드템포가 교차되면서 인터플레이와 같은 전개를 보여주는데, Sodom은 3인조이니 정말 인터플레이를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고, 확실히 이런 구조가 직선적인 Sodom의 곡에 서사를 부여하는 역할을 함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Sodom의 이전작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분명히 멜로딕 데스를 연상시키는 기타 리프가 상당히 눈에 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The Art of Killing Poetry' 나 'Through Toxic Veins' 같은 곡이 특히 그러한데, 그런 의미에서 Kreator의 "Violent Revolution" 같은 앨범과 비교하는 이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스래쉬메틀이라기엔 상당히 모호한 감이 강했던 Kreator의 앨범에 비해서는 확실히 Sodom이 전형에 가까운 밴드이다. 일단 "Violent Revolution" 에서 등장하던 쉬어 가는 부분도 이 앨범엔 없다는 것만 봐도 명확하고(그나마 'God Bless You' 가 발라드성의 곡이기는 하다만), Sodom 특유의 슬라이드-트레몰로로 이어지는 리프도 여전하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파트들이 존재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Angelripper는 물론이고 드럼의 Bobby Schottkowski의 플레이도 그러한데, 특히나 이 앨범의 드러밍은 아무래도 4/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일반적인 스래쉬메틀에서는 보기 드문 템포를 따르는 부분이 많다. (내 귀가 맞다면, 5/7박자 정도도 등장하는 것 같다)Bobby는 "'Til Death Do Us Unite" 부터 참여했었는데, 적어도 그가 참여했던 앨범들 중에서는 이 앨범이 가장 흥미로운 템포를 가지고 있다. 이 앨범이 전작보다 선율이 강해지면서 좀 더 곡들이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면(물론 그래도 Sodom의 일관성이 더 빛나긴 한다만) 리듬은 확실히 그에 맞춰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니 아무래도 "Agent Orange" 같은 앨범을 떠올릴 수밖엔 없겠지만, "Agent Orange" 가 확실히 당시의 데스메틀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준 앨범이었다고 한다면, 이 앨범은 - 멜로딕 데스를 조금은 의식했다고 생각하지만 - 이 앨범이 좀 더 스래쉬메틀적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미드템포를 보여주는 'Soul Contraband' 나 'Styptic Parasite' 같은 곡이 앨범에서 아쉽게 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 곡들이 Sodom이 스래쉬메틀을 만들면서 잠깐 주변을 돌아보기도 한다는 점을 알려 주는 곡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리듬 파트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리프의 힘에 의존하는 감이 강하니 다른 곡에 비해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나도 'Styptic Parasite' 의 도입부 리프는 흥미로운 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니까. 이들의 가스마스크 마스코트 찬가인 'Knarrenheinz' 가 드디어 등장한 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다. 우리의 'Onkle Tom' 은 또 센스 있게 독일어로 강력하게 불러 주고 계시니, 라이브에서 기대하기도 좋을 것 같다. 라이센스 CD에는 2007년 Wacken 라이브 실황이 보너스로 포함되어 있으니 그것 또한 좋은 일. 다시 강조하는데, 라이센스다.

post script :
두 장으로 붉은색 컬러로 나온 LP 버전의 경우 보너스트랙 'Murder One' 이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도 사야 되나 잠시 고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