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koreien이란 이름은 생소하다.(예전에 Oskorei Music이라는 레이블이 있긴 했는데)미국 출신의, Jay Valena라는 친구의 원맨 프로젝트인 이 밴드는 metal-archives에 따르면 이미 2006년과 2009년에 데모 앨범을 냈고, 그 앨범은 바이킹메틀을 담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물론 난 들어보진 못했다). 하긴 이런 밴드 이름을 들고 나왔는데 Odin이나 Thor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이상하다면 북유럽이 아닌 미국 밴드가 이런 소재로 음악을 들고 나온다는 것을 꼬집을 일이다. 레이블인 Seventh Seal Records의 홍보 자료에 따르면 Valena는 이제 21살의 젊은이라 하는데(난 저 나이 때도 충분히 늙수그레해 보이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이 앨범에 기대할 것은 사실 별로 없을 것이다. 미국 출신의 바이킹메틀이 어울리는 조합은 분명 아니거니와, 그런 밴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훌륭했던 경우는 내 경험에는 없었다. 일단 저 커버부터가... 이게 익스트림메틀에서 나올 법한 커버인가.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상당히 뜻밖의 결과물인데, 일단 바이킹메틀이 아니다. 바이킹은 커녕 이 앨범에서의 포크적인 색채 자체도 음악의 중심에 있지 않다 - 'River of Eternity' 정도가 예외일 것인데, 어쿠스틱 기타 연주곡이니 어쩔 수 있겠나. 기본적으로는 멜로딕한 'atmospheric' 블랙메틀인데, 멜로디는 그리 과한 편은 아니다. 물론 정통적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다른 스타일이 섞여 들어간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어쿠스틱한 진행에서 업템포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부분 및, 근래의 세칭 'post-black metal' 밴드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앰비언스를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출신이나 음악이나 가장 비교될 만한 밴드는 Agalloch라고 생각한다. 물론 두 밴드는 분명한 차이도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Garm을 연상케 하는 바 있는 보컬이나, 좀 더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전형의 모습에 가까운 멜로디라인은 Agalloch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부분이다.
그런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은 'Entropic Collapse' 같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프로듀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잘 손질되어 있던 Agalloch의 앨범에 비해서 이 앨범은, 물론 그리 나쁜 음질은 아니지만, 확실히 더 조악한 프로듀싱을 이용하는 편이기도 하다. 퍼즈 강하게 걸리는 리프는 물론, 조금은 의외다 싶은 피드백의 이용은 이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강한 멜로디라인 덕분에 사이키델릭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앨범 최고의 대곡인 'Transcendence' 같은 곡의 진행은 더욱 전형적이다. 포크풍의 인트로에 트레몰로 위주의 선 굵은 진행의 블랙메틀 사이에 클린 보컬 및 어쿠스틱한 간주를 삽입하는 방식은 사실 예전에 Ulver 같은 밴드에게서 발견할 수 있지 않았나. 별다른 손질 없이 단촐한 코드의 피아노 - 이게 녹음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엄청 저렴한 키보드 튠임이 분명한데 - 연주로 이루어진 'Ashen Remains' 같은 곡 자체도 그런 방향에서는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재미있게 들을 만한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의외일 정도로 '웰메이드' 여서 블랙메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만족할 만한 앨범일 것이다. 물론 몰아친다거나 곡을 관통하는 멜로디라인 등도 찾아볼 수 없기는 한데, 그래도 역시 블랙메틀을 즐기는 사람들이 잘 기억하고 있는 그 분위기를 나름대로 모사하는 데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Ulver를 얘기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클린 보컬이 Garm과 상당히 닮았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밴드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1월에 카세트테입으로 발매가 되었는데, 곧 중국의 Pest Prod. 에서 CD로도 발매된다 하니(아니 그런데 하필 왜 여기서...) 관심 있는 분은 한번 구해보심도 나쁘지 않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