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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Witchfinder General - Death Penalty

[Heavy Metal, 1982]

Witchfinder General을 A급 NWOBHM 밴드라고 하기에는(이 장르가 그리 생명력이 길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목넘김이 껄끄러운 감이 강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이 밴드가 여타 밴드들과는 구별되는 묘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듯싶다. 적어도 "Death Penalty" 가 80년대 초반에 기억되어야 할 메틀 릴리즈 중 하나임은 분명할 테니까. 이들이 유별났던 점은 바로 저 커버에서부터 드러난다. 오컬트함이 분명히 묻어나는 음악이긴 하지만, 이들의 묘한 '센스' 란 그 오컬트함에 괴팍한 유머를 섞어내는 점이었다. Black Sabbath 풍의 둠-메틀을 시도한 - 물론 Sabbath 이후의 - 선구적인 밴드 중 하나라는 점도 어쨌든 이 앨범 두 장만 내고 사라진 - 물론 다시 재결성했다만 - 밴드를 주목하기 하는 점일 것이다. 솔직히 이들이 Pentagram이나 Candlemass보다는 선배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느린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들은 NWOBHM 밴드라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빠른 템포로 끌고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수준의 미드템포를 유지하는 정도는 된다. 오컬트 얘기를 했지만, 이들은 아무래도 그렇게 어두운 분위기를 일관하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일반적인 '둠' 보다는)좀 더 빠른 템포도 한 요인이겠고, 밴드 스스로가 하는 얘기도 약물, 섹스 등 다양한 편이다. (첫 곡인 'Invisible Hate' 자체가 일종의 섹스, 약물, 맥주 찬가이다. 거의 Motley Crue 수준) 그런 의미에서는 Black Sabbath 같은 밴드보다는 차라리 Angel Witch 같은 밴드가 더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확실히 Sabbath에 비해서 좀 더 블루지한 멜로디라인이 그런 점을 두드러지게 한다. 아예 노골적으로 LSD - 는 물론 모든 약물(그런데 헤로인은 제외해 놨더라) - 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Free Country' 는 - 당연하겠지만 - 사이키델릭의 성격도 강하게 보이는데, 이들이 동시대의 메틀헤드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존재였음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에코 걸린 코러스는 후대의 밴드 - 이를테면 Goatsnake나 Pagan Altar - 들이 이들에게 확실히 빚지고 있는 면을 엿보게 한다.

그래도 이들은 어쨌든 메틀 밴드임은 분명한 것 같다(레이블 이름부터가 그렇다). 이와 같이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하는 곡에서도 어쨌든 Black Sabbath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바로 위의 'Free Country' 의 경우만 해도 아무래도 'Sweet Leaf' 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Invisible Hate' 의 중반부 섹션은 확실히 'War Pigs' 의 복제이며, 'No Stayer' 의 모양새는 "Technical Ecstasy" 앨범을 떠오르게 한다 - 물론 이들은 NWOBHM 밴드이니, 차이는 있다. 메틀 밴드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은 밴드를 상징하는 동명의 'Witchfinder General' 인데, 낮게 튜닝된 베이스 리프와 여타 NWOBHM 밴드에 비해서 확실히 니힐리스틱한 감이 있다(개인적으로는 - 메틀 뮤지션은 아니지만 - Richard Hell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사실 소위 '둠' 의 전형에 가장 가까운 곡은 그 다음의 'Burning a Sinner' 라고 생각한다. 테마부터가 마녀 사냥이기도 하지만, 클린 톤과 디스토션을 병치시켜 드라마틱을 유도하는 모양새는 전형적이고, 사실 매우 효과적이기도 하다. 

사실 이들은 지금에 와서 볼 때 NWOBHM과 그 이후의 본격 Black Sabbath 스타일의 밴드들 사이의 일종의 프로토타입이었다고 생각한다. Sabbath보다 좀 더 리프 중심적이고 가벼운 분위기였지만, 동시에 Iron Maiden 같은 밴드보다는 귀에 덜 들어오는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었던 탓에, 이들이 크게 주목받았던 적은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만, 이들이 보여주는 묘한 바이브는 그래도 확실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Phil Cope는 Tony Iommi만한 리프메이커는 분명 아니다만, 그가 얼마나 Iommi 풍의 바이브를 열심히 재현하고 있는지는 분명 흥미로울 것이다. 말하자면 두 가지 스타일의 사이에서 적당한 지점을 찾아낸 보기 드문 앨범이라는 것이다. 다음 앨범인 "Friends of Hell" 도 나쁘지 않은 앨범이었지만, 이 앨범에 비해서는 확실히 좀 김이 빠진다는 점에서는, 이 앨범은 80년대 NWOBHM에서 확실히 눈여겨봐야 할 앨범이다. 계속 동어반복이 일어나고 있는 포스팅인데(지금 꽤나 불만스러움), 아무래도 내가 이 앨범을 꽤나 좋아하는 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