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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Dethroned Emperor - War Grind Hell

[Self-financed, 2011]

Dethroned Emperor는 작년에 데뷔한, 이제 세 장의 데모를 발표한 신진 밴드이다. 메틀 팬이라면 Celtic Frost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름이지만, 이 밴드는 그럼에도 그라인드코어를 연주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럼에도 이 밴드는 두 명의 멤버로 구성된 단촐한 밴드라는 것이다. 두 명이 보컬, 기타, 드럼을 맡고, 베이스는 아예 쓰고 있지 않은데, 다운 튜닝과 디스토션을 이용해서 빈틈을 메꾸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고 보면 그라인드코어이니 가능한 모습이라고도 생각된다. 어차피 이 장르에서 제대로 녹음되었더라도 베이스 소리를 듣는 건 정말 의식하고 듣는 경우가 아니라면 꽤 어려운 일이기는 할 것이니. 보컬에 약간 사용한 리버브 정도를 제외하면 이펙터도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아서, 이러한 방식이 꽤 거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는 감도 있다고 본다.

이 앨범은 작년에 나온 "Bullshit In, Bullshit Out" 에 이은 세 번째 데모인데(본인들은 테이프 EP라고 하나 - 커버 그림이 저 모양인 건 테이프 앨범인 탓이다 - 내가 보기엔 데모와 별 틀릴 게 없음), 첫 번째 데모를 들어보지 못해서 잘은 모르나, 이들의 그라인드코어는 근래 나오는 밴드들에 비해서 상당히 '올드' 한 양상을 띤다.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의 데스메틀 리프나 스래쉬메틀 리프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고, 특히나 팜뮤트를 이용한 파워 코드의 이용이 꽤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서도 테크닉은 의도적으로 자제하는 철저하게 리프 중심의 전개를 가져가는데(물론 솔로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는 요새의 그라인드코어 밴드들보다는 더 심플하고 직선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모습을 대변하는 곡들 중 하나는 아마도 Terrorizer의 커버곡인 'Condemned System' 일 것이다. 사실 오리지널에 꽤나 충실한 편인 커버여서 커버곡으로서의 매력보다는, 자신들의 스타일에 잘 들어맞는 고전을 선택했다는 느낌을 준다. 밴드의 자작곡들과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은근한 여유를 보여주는 면도 있다. 사실 시종일관 스트레이트한 편이기는 하나, 군데군데 헤비 그루브를 이용한 리듬감을 보여주는데, 베이스 없이 이 정도의 리듬감을 보여주는 것도 어려울진대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이고(간혹은 초기 Napalm Death를 생각나게 하기도) 어쨌거나, 이러한 스타일을 그럼에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보인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이들이다. 당연히 조악한 음질이지만 데모라는 걸 생각하면 나름 훌륭한 편이다. 앨범은 공연장에서 판매한다고 하나 내가 직접 공연장에 가서 샀을 리 없고... 트레이드를 통해 구했는데, 이들의 오피셜 블로그를 통해 몇 곡은 다운로드가 가능하니 관심있는 분은 한 번 들어보시는 것도. 11곡에 14분 조금 안 되는 길이의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