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Rautarutto - Monument of Despair

[Self-financed, 2005/Wolfsvuur, 2009 reissued]

Rautarutto는 핀란드 말로 'Iron Pestillence' 라는 뜻이라고 하니 밴드명 - 구체적으로 뭔 뜻인진 모르겠지만 - 의 이미지는 일단 상당히 묵직한 편이다. 핀란드 출신으로 이런 커버를 만나게 되면 아무래도 Beherit의 후예를 기대하게 되는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저런 커버에서 기대할 법한 음악이긴 하지만(Wolfsvuur는 확실히 믿을 만한 레이블이기는 하다) Beherit과는 차이가 있다. 하긴 그런 음습함을 재현하는 게 아무래도 쉬울 일은 아니다. 2004년, 2005년 동안 데모만 네 장을 발표한 이 4인조는 그런 식으로 얘기하자면 핀란드보다는 노르웨이에 더 가까운 스타일을 연주하고 있다. 빠른 템포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리프의 힘에 상당히 기대고 있는 모습 때문인지 이들을 'depressive' 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는데, Burzum을 상당히 닮아 있는 것도 사실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 좀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이 앨범이 데모라는 것도 같이 생각하자면 - 밴드는 Behexen 같은 이들에 더 다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Cursed Soil' 의 전형적인 코러스나 'Kohti Kirottua Maata' 의 미드템포는 - 이 곡이 리프를 계속해서 변주해 나가는 방식은 확실히 Burzum을 연상케는 한다만 - Horna나 Behexen같은 밴드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덕분인지 이들의 곡은 통상의 raw-black보다는 락큰롤적인 인상을 주는 데가 있는데, 리프를 계속해서 변주하되 드라마틱한 구성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이들로 보이는지라 더욱 그럴 것이다. 솔직히 얘기한다면 리프와 템포가 그리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경우는 꽤 그럴듯하게 곡을 풀어내고 있다는 데서 미덕을 찾을 수는 있겠다. 'Kohti Kirottua Maata' 의 후반부의 몰아치는 부분이 클라이맥스면서 희망적인 구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곡 뿐인 데모이지만 이 데모의 스타일은 나름대로는 다채로운 편이다. 제목부터 가장 depressive에 가까운 'Ritual Suicide' 는 동시에 데모에서 가장 헤비한 리프를 가진 곡이고, 'Cursed Soil' 은 역시 곡명답게, 앨범에서 가장 Abyssic Hate나 좋았던 시절의 Burzum같은 밴드들과 유사하게 들리는 곡이라고 생각한다(그럼에도 조금은 락큰롤스러운 이 비트는 조금은 불만인 편인데). 그래봐야 '도찐개찐' 의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장르의 애호가라면 관심을 줘봄직한 데모라고는 생각된다. 이 데모가 곳곳에 솔깃한 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데모지만 음질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 3곡에 13분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