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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Helheim - Heiðindómr ok mótgangr

[Dark Essence, 2011]

그러고 보면 Helheim이 벌써 20년이 넘어간 밴드라는 사실은 자주 잊게 되는 듯하다. 말이 베테랑이지 밴드는 1995년에 "Jormundgand" 를 발표했다. Darkthrone의 "Panzerfaust" 가 나온 시절이니 이 쯤 되면 Helheim도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터줏대감으로 부름에 부족함이 없을진대, 정작 나는 그런 식으로 써 놓은 글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식의 '바이킹' 블랙메틀이 이제는 소위 '바이킹 메틀' 팬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Helheim의 앨범들은, 근래의 이미 많이 스펙트럼이 넓어진 바이킹 메틀이란 용어 속에서는 겉돌 만한 성질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바이킹메틀의 전형(또는 전형의 하나)을 Enslaved의 "Vikingligr Veldi" 라고 생각하는 사람임은 미리 말해 둠이 낫겠다. 이 앨범이 그 전의 Mayhem/Burzum 사운드와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 바이킹메틀, 또는 바이킹 블랙메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참 꼬장꼬장하게 본다는 얘기도 들어본 것 같은데, Amon Amarth 같은 음악을 바이킹메틀이라 부르기 싫어하는 이라면 그래도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이렇게 말하지만 Amon Amarth가 바이킹과 완전히 상관없다는 얘기는 아님).

2003년의 "Yersinia Pestis" 를 제외한다면(이 앨범은 레이블부터가 Massacre였다. 확실히 튀는 앨범이었다) 밴드는 일관성 있는 스타일을 계속해서 견지하고 있다. 그래도 데뷔작이 확실히 건조한 스타일이었다면 "Av Norrøn Ætt" 부터는 좀 더 호방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도 보여 주는 이들이다. 앨범을 시작하는 'Viten Og Mot(Sindighet)' 의 바이킹 호른 연주부터가 단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밴드가 보여주는 사운드의 폭도 앨범이 한 장 더 나올수록 더 넓어지고 있는 편이다. 보컬은 그로울링에서 클린 보컬, 또는 읊조리는 부분에까지 그 폭을 넓히고, 중간중간 삽입된 서사적인 패시지들도 그렇다. 블랙메틀 팬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이라면 그러면서도 템포를 높이면서 달려가는 부분들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 프로그레시브하다고 할 수는 없는 음악이지만(Enslaved의 근래 음악이 '프로그레시브' 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이들의 음악은 심플한 듯 보이면서도 상당히 복잡하게 짜여져 있다. 앨범은 꽤나 극적인 부분들로 가능한데, 공격적인 패시지에서 느리지만 명확한 멜로디로의 전환이나, 단선적인 멜로디에서 복잡한 오블리가토로의 전개가 연쇄적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다. H'grimnir 외에도, H'gandr도 꽤 인상적인 보컬리스트이고, 두 명이 주거니받거니 하며 불러제끼는 부분도 - 사실 앨범에서 가장 바이킹적인 부분이지만 - 곡을 좀 더 간단치 않게 만드는 요소들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전형적인 형태의 바이킹 블랙메틀이라지만, 이제 이들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사운드는 Enslaved의 그것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들도 꽤나 찾을 수 있다. 단적인 예는 'Viten og Mort(Stolthet)' 일 것이다. 챈트풍의 보컬을 등에 업은 서사적인 전개에서 템포 업하면서 거의 드론 사운드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주술적인 분위기까지 재현하는 모습은 - 오케스트레이션 덕분에, 고전적인 사운드와 차이는 있다 - 근래의 많은 '바이킹' 밴드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미덕이다.

뭐, 사실 많은 변화를 거쳐 온 밴드의 복잡해진 구성의 앨범, 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어쨌든 전형적인 노르웨이식 바이킹 메틀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사실 바이킹메틀은 익스트림 메틀 중에서도 가장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꽤나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Enslaved가 그 범위 내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모습들을 보여 주었다면 Helheim은 좀 더 그에 엄격한 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앨범에서 1997년작인 "Av Norrøn Ætt" 의 흔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말하자면 밴드는 그런 전형을 점차 더 풍성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는 Disma의 "Towards the Magalith" 와 이 앨범이 올해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물론 요새 그렇다는 거다.

post script :
보너스 DVD에는 2009년 Inferno 페스티벌과 With Full Force 페스티벌 실황, 3곡의 비디오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Nattravnens tokt' 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