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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Legacy of Emptiness - Legacy of Emptiness

[Ketzer, 2011]

Legacy of Emptiness에 대한 광고 문구는 'Ancestral Legacy의 오리지널 라인업이 뭉쳐서 만든 새로운 밴드!' 식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이 문구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읽는 사람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다. 물론 Ancestral Legacy를 아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나도 앨범 한 장은 갖고 있지만, 음악을 들어 보매 대체 들어 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그 기대들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인지라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Ancestral Legacy는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고, 밴드의 예전 멤버들 중 일부가 새로운 밴드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나마 세인들의 관심을 끌 만한 점이라면 여기 참여하는 Eddie Risdal과 Kjell-Ivar Aarli가 V:O:I:D의 멤버였다는 것인데(V:O:I:D는 V:28의 전신 밴드이다) 뭐...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이가 관심을 가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치면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띌 만한 사실은 이 앨범을 Dan Swano가 도와 주었다는 점 정도(덕분에 음질 훌륭하다).

그런데 앨범은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다. 사실 이 앨범에 실린 곡은 전부 Ancestral Legacy의 초기 데모 곡이고, 밴드는 2010년에 이를 전부 재녹음해서 앨범에 싣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원래 Ancestral Legacy가 이렇게 화려한 밴드였던가 싶을 정도로 - 사실, Ancestral Legacy는 심포닉한 부분보다는 프로그레시브에 치중하는 밴드였다 - 많은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아무래도 한참 지나간 시절의 작풍이어서 그런지 앨범이 직감시키는 밴드들은 90년대 노르웨이 심포닉 블랙메틀 밴드들이다. 첫 곡인 'Possessed' 는 "Spiritual Black Dimensions"("Enthrone Darkness Triumphant" 보다는 좀 덜 화려하지 싶다) 시절의 Dimmu Borgir, 또는 그 외 여러 밴드들을 연상케 한다. 이건 블랙메틀 팬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모습들이다. 사실 Dimmu Borgir의 이후의 모습들은 훌륭한 블랙메틀 밴드라기보단, 훌륭한 헤비메틀 밴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둔중함보다 확실히 키보드를 위시한 분위기에 터잡은 전개인지라, 영세한 밴드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쉬이 'cheesy' 해 지는 부분을 극복하는 것일진대(이를테면 'Whispering Voices' 같은 곡이 그런 약점을 보여준다) 밴드는 나름대로 강한 드라마틱을 보여주면서 그런 부분들을 이겨낸다. 인상적인 오프닝의 'Cross the Sea' 는 느린 템포에서 빨라지면서 사운드를 점차 두텁게 가져가는 전형적인 Dimmu Borgir 스타일의 곡이면서도 'Ringer of Death' 는 - 상대적으로 - 좀 더 업템포로 '클래식' 한 메틀의 모습에 가까운 작풍을 가져간다. 밴드는 의외일 정도로 헤비메틀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Onward!' 의 오르간 연주는 사실 브리티쉬 하드 록에 더 어울릴 법한 요소라고 생각한다(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물론 어쨌거나 밴드는 'Dimmu 스타일의' 심포닉 블랙의 노선을 견지하지만, 그렇게만 말하기엔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들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앨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간만에 들어보는 심포닉 '블랙' 의 면모이다. 확실히 Mortiis 생각을 나는 아우트로 'Departure' 같은 걸 만들 수 있는 친구들이고, 사실 앨범의 분위기는 그런 쪽으로 상당히 일관된 편이다. 나름대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는 했지만, 그래도 (흘러간) 노르웨이 심포닉 블랙메틀의 팬이라야 이 앨범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사실 난 이 앨범을 많이 좋게 들었다. 이 앨범을 듣고 나서 Ancestral Legacy를 다시 들어 보는데, 이랬던 애들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발전했나 싶어서 좀 놀라워하고 있는 중이다.


한 곡 첨부. Legacy of Emptiness - Ringer of Death.
키보드 톤이 조금 저렴한 부분 없지 않지만 훌륭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