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The Wounded Kings - In the Chapel of the Black Hand

[I Hate, 2011]

The Wounded Kings는 여성 보컬을 가진 영국 출신의 둠 메틀 밴드이다. 물론 이런 소개는 선입견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사실 전형적인 스타일의 둠 메틀을 찾아보기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여성 보컬의 역할이란 대부분, Theater of Tragedy 등의 밴드를 연상케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물론 그게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말하자면 예전의 Black Widow나 Coven 같은, '진짜 마녀 같은' 여성 보컬은 정말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일단 그런 목소리인 분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눈에 띄는 부분은 그런 면에서 일단, 보컬이다. 3집이라지만 나는 이 앨범으로 이들을 처음 접하는데, 새로 들어온 Sharie Neyland는 간만에 만나는 저런 유형의 여성 보컬이다.

그래서인지 사실 이 밴드의 스타일은 상당히 고전적인 편이다. 앨범 처음부터 Black Sabbath와 Pentagram을 연상케 하는 리프로 시작되는데, 그럼에도 My Dying Bride풍의 바이브를 상당히 깊게 깔고 있는지라, 그렇게 듣기 어려운 편은 아니다(사실 요새, 너무 Black Sabbath 풍인 둠 밴드는 그리 환영받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 '빈티지 그루브' 가 이들에게서 그런 인상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쨌든 이건 밴드에게는 상당한 미덕인데, 둠 메틀의 컨벤션을 나름 잘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밴드가 가지고 있는 개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보컬을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개성에 Sharie Neyland의 보컬이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헤비 리프에 어울리는 여성 보컬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고, 목소리 자체가 가지는 색깔이 이 정도로 짙어 주면, 그 자체로도 충분한 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이들은 나름대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The Cult of Souls' 같은 곡에서 들려지는 해먼드 오르간 연주는 아마도 분명 Black Widow(또는 Jacula 류의 밴드들)를 의도했을 것이다. 영혼들의 컬트, 그러니까 '이제 의식이 시작합니다' 식의 곡인 셈인데, 이제 Sharie의 보컬이 얹혀지면 본격적인 의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식의 구성은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인상을 준다. Black Widow도 사이키델릭과 무관한 밴드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런 모습은 흔히 보이는 것은 아니다. 사이키델릭했던 둠 메틀 밴드라고 해 봤자, Esoteric 같은 경우를 제외한다면 얼마나 되겠는가. 크게 3파트(Descent/Dominion/Arrival)로 구성되는 'Gates of Oblivion' 은 더욱 거대하고 음침한 서사를 구축한다. 그야말로 가장 뛰어나던 시절의 My Dying Bride를 연상케 하는 무거운 리프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다가 나오는 짧은(물론 앨범에서 가장 짧은 곡이라는 뜻이다. 그래도 4분 가까이 된다) 연주곡인 'Return of the Sorcerer' 에서 등장하는 솔로잉은 앞의 곡들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블루지하다(앞서 말한 빈티지 그루브도 짙은 편이다). 앨범의 타이틀곡은 수록곡 가운데 가장 미니멀한 리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기타의 비중도 가장 높은 곡인데, 그러다가도 곡 후반부에서는 Sharie의 보컬과 뒤에 깔리는 콰이어가 'atmospheric' 한 진행을 보여준다. 사실 위의 서술은 그래도 단선적인 편이지만, 밴드가 보여주는 사운드는 시종일관 복합적인 편이다. 해먼드 연주도 나오지만, 헤비 리프에 동반되는 피드백, 이런저런 이펙트 등이 두터운 사운드의 벽을 만들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챈트 등이 벽에 다이나믹을 부가한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사실 둠 메틀의 컨벤션에 충실한 편이지만(잘 생각해 보면, 저 다양한 모습들 가운데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그런 질료들을 가지고 확실한 개성을 구축한 좋은 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들의 곡의 구성 같은 것이 컨벤션에 충실하다, 정도가 아니라 이들이 보여주는 서사가 정말 '둠' 의 전형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넷상의 누군가가 이런 가사를 인용해 뒀는데, 'The body is gone, but the head needs the soul. The heart no longer beats, but still the blood it flows' 그야말로 앨범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사실 4곡의 이 호흡 긴 앨범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지만, 둠 메틀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앨범을 싫어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고민거리도 아니지만, 개인적인 금년 최고의 앨범을 Disma의 "Towards the Megalith" 와 이 앨범 사이에서 고르고 있다. 이 정도만 해 둔다. 얘네 앨범 전부 사야겠다.




The Wounded Kings - Gates of Obliv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