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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Golden Dawn - Return of Provenance

[Non Serviam, 2012]

그래도 예전에는 꽤 이름을 알리던 밴드였는데 과연 요새도 이들을 기억할 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는지는 잘 모르겠다(하긴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밴드들 중에서는 이건 드문 일도 아닐 게다). 그리고 사실 Golden Dawn, 즉 Dreamlord(Stefan Traunmüller)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어디까지나 데뷔작이었던 "The Art of Dreaming" 때문일 것이다. 앨범은 Dark Matter 레코드에서 나온 사실도 그렇고, (적어도 내 생각에는)90년대에 나왔던 오스트리아 블랙메틀 앨범 가운데에서는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기에 충분한 수준이었으니까. 2003년에 나왔던 "Masquerade" 는 개인적으로 반기는 앨범은 아니었다. 물론 이들이 항상 블랙메틀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Dreamlord와 Moritz Neuner의 합작이 블랙메틀이 아니라는 것은 아쉬울 일이다. 앨범의 평이 그리 나쁘지 않은 걸 봐서 다들 나처럼 생각했던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어쨌든 이들이 거의 10년만에 새 앨범을 냈다.

그리고 음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Masquerade" 보다는 "The Art of Dreaming" 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만, 곡들이 그렇게 블랙메틀의 컨벤션에 완전히 충실한 것은 아니다. 하긴 그건 "The Art of Dreaming" 부터도 그래 왔던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리프는 멜로딕 데스의 그것에 더 가까울 것이다. 밴드는 적어도 "Masquerade" 앨범부터는 고딕 메틀이라는 평을 많이 듣기도 했으니 이건 충분히 예상 가능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앨범이 다양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8곡에 38분이 채 안 되는 이 앨범은 개별 곡들의 성격도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편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블랙메틀의 리프로 시작하지만 곧 미드템포의 심포닉한 스타일로 변모하고, 이에 얹히는 그 '멜로딕 데스' 풍의 리프가 곡을 주도한다. 문제는 이건 이제 너무 흔해져 버린 스타일인 것이니, Dreamlord의 고민점은 자신만의 모습을 어떻게 앨범에 부여할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할 수 있다.

Dreamlord가 뛰어난 키보디스트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한다. 빠르게 진행되다가 다운템포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전개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심포닉' 한 면모인데(이를테면 'The Art of Dreaming' 의 전개를 역전시킨 형태로) 리프의 힘이 꽤나 강한지라 이 키보드가 굳이 곡의 전면에 나오지는 않지만, 결국 초반부 이후에 곡을 진행하는 것은 건반이다. 앞서 얘기한 약간은 일률적일 구성을 그나마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이런 부분인데, 아마 Dreamlord 입장에서도 가장 익숙하면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건반이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Dark Illuminations' 같은 곡이나 'Return of Provenance' 같은 곡이 특히 그러하다고 생각되는데, 심포닉한 가운데 포크 멜로디의 등장은 물론이고, 때로는 동양적인 코드 전개를 보여주기도 한다. 적어도 이건 이전 앨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아무래도 원맨 밴드인 Golden Dawn 입장에서 가장 천연덕스럽게 서사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신서사이저는 처음에 오케스트라를 이용하지 않고 오케스트라를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사실, 아무래도 일률적인 구성을 지닌 이 앨범의 개별 곡들이 각자 가지는 힘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오컬트한 분위기와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즉, 밴드가 알아서 서사를 던져 주고 있는 셈이다), 간혹은 너무 과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심포닉은 앨범을 하나의 조곡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뭐, 사실 Dreamlord의 진의야 알 수가 없지만(이 양반은 페이스북이고 마이스페이스고 도무지 관리를 하질 않는다), 어쨌든 앨범 자체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잘 만들어진... 블랙메틀다우면서도 심포닉한 멜로딕 데스라고 생각한다. 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적어도 Golden Dawn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앨범을 듣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이 앨범을 좋게 들었다. 1월 9일에 나온 앨범을 벌써 구했다는 게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