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Embrace of Thorns - Praying for Absolution

[Nuclear War Now!, 2011]

Embrace of Thorns는 그리스 출신의 밴드이다. 사실 스타일은 레이블이 Nuclear War Now! 라는 것만 봐도 대략 짐작된다. 대충 보면 블랙/데스메틀 정도로(metal archives의 설명대로 - 'blackened death metal' 이라고도 불리는) 소개하는 듯하지만, 이 레이블 특유의 올드한 스타일의 음악이 어떤 건지는 주지의 사실이라 본다. 이들의 음악을 들으매 떠오르는 밴드들도 그와 잘 어울린다. 좋았던 시절의 데스메틀 리프들을 생각나게 하는 만듦새는 Bolt Thrower, Incantation, Pestillence 같은 이들을 떠오르게 하나, 역시 Blasphemy의 그림자를 짙게 보이는 것도 분명하다. Mayhem이 처음 시작할 때 Venom 따라쟁이 밴드 정도로 인식됐던 걸 생각하면, 어떻게 불러도 별 상관은 없을 듯하다. 난 그냥 '올드한 스타일' 의 밴드 정도로만 얘기해 둔다. 비교적 최근 밴드와 비교한다면, Grave Miasma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이 앨범의 특징은 의외로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빠른 트레몰로 리프 뒤에 두텁지만 느린 리프가 이어지는 모습이야 이미 꽤 흔해진 것이지만, 'Praying for Absolution' 에서 나오는 의외의 그루브함이나, 'A Mass for Fiends Forlorn' 같은 곡의 드라마틱한 곡 전개는 물론, 'Serpent's Mask' 같은 앰비언트 곡도 등장한다. 적어도 밴드는 이렇게 후려치는 와중에 오컬트함의 구현이라는 점에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나오는 'Debris Crowns his Earthly Worms' 같은 곡도 리프에 잔뜩 힘을 준 미드템포에서 전형적인 90년대 초반 블랙메틀로 전개되다가, 역시 그 시절 데스메틀의 음습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전부 90년대 초반 블랙메틀, 데스메틀의 클리셰들이긴 하다. 이 밴드가 오소독스함으로 승부한다는 건 그 점에서 분명하다. Martin van Drunen(Pestillence의 그 분임)을 떠오르게 하는 바 있는 보컬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앨범은 정말 시원하게 내달린다. 앞에서는 드라마틱한 전개나 그루브함도 얘기했지만 전체적으로 밴드는 Blasphemy의 후예답게 후려칠 곳에서는 후려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이 부류의 밴드들 특유의 불경스러운 분위기도 섞어 내고 있는데, 일관된 에토스로 앞에서 말한 다양한 면모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숙련된 밴드의 다듬어진 테크닉이 느껴지는 편이다(이런 표현이 사실 NWN! 의 밴드들에 그리 어울리는 건 아니지만). 역시 호오가 상당히 갈릴 음악이겠지만,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2011년 최상의 앨범의 하나일 거라고도 생각한다. 일단 나는 아주 좋아하는 앨범이다. 이런 류의 앨범들이 러닝타임이 너무 짧은 경우도 꽤 되는데 46분이 넘어가니 그 점에서도 만족스럽다. 설마 이런 음악 들으면서 새로운 점이 없다고 실망하시는 분들은, 아마 없으리라 본다.

post script :
더블 LP로 발매. 나는 레드 바이닐의 보통 버전인데, 다이하드 버전은 회색 바이닐에 뭐가 더 들었다고 한 것 같다. 사 보지는 않아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