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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Vomitron - No NES for the Wicked

[Metavania Music, 2011]

작년 초엽이었나, 8-bit metal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었다. 말이 좋아 8비트 메틀이지 그냥 유명 메틀 넘버들을 추억의 패밀리 게임기 당시의 단순한 게임음악 형태로 바꿔 놓는 식의 장난이었는데, 그런 장난이 꽤 반응을 얻어서인지 Xexyz같은 괴이한 블랙메틀 밴드가 나오기도 했었다(물론 Xexyz는 정말로 진지하게 곡을 쓰기는 싫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뭐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원래는 흘러간 게임 음악들을 이후의 메틀 밴드들이 나름대로 커버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많은 경우 그런 앨범들은 커버 전문 밴드들의 것이거나, 제대로 함량미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Animetal이나, 그런 밴드가 아니더라도 꽤 잘 알려진 밴드가 종종 커버하기도 하는 애니메이션 수록 넘버들과는 대접이 틀린 셈이다. 아무래도 '추억의' 게임 음악들은 캣취한 튠을 반복적으로 가져가는 일이 많을 것이니, 멀쩡한 곡으로 만들어내기가 더 힘들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Vomitron도 사실 꽤 장난스러운 친구다 - Peter Rutcho의 원맨 밴드이니 '친구들' 은 아니다. 데뷔작이었던 전작 "Vomitron" 은 연주만 본다면 테크니컬한 프로그레시브 메틀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만 - 일단 기타 연주부터가 참 괴이한 코드 보이싱을 보인다 - 곡명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장난기어린 친구들인지를 알 수 있다. 'Mandatory Spermicide'(맙소사....), '665 : The Neighbor of the Beast' 같은 곡명은 물론이고, 'Mortal Wombat' 은 바로 그 유명한 게임의 이름을 뒤튼 것임은 분명하다. 곡명만이 아니라, 'Robot Sex' 에서는, '실제로 두 남녀 로보트가 침대에서 하룻밤을 함께 한다면?' 이라는 질문의 대답을 재현하는 듯한 효과음이 가득하다. 80년대 헤비메틀을 사랑하는 친구인지 앨범 전체에 그런 트리비아들을 재미있게 뒤트는 모습이 가득했다. "No NES for the Wicked" 라는 새 앨범의 제목도 당장 Ozzy Osbourne의 앨범명에 NES를 합쳐 놓은 것이니 그런 연장선에 가깝겠다.

문제는 혼자서 다 해 먹는 이 Peter Rutcho가 정말 잘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앨범은 정해진 테마 - 그리고 잘 알려져서 운신의 폭이 넓지 못한 테마 - 를 알아서 변주하는 솜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이 앨범이 포용하고 있는 장르의 폭은 매우 넓어진다. 전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일렉트로니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차이이긴 한데, 그럼에도 프로그레시브에서 스래쉬에 이르기까지 꽤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만듦새는 솔직히 좀 놀랍다. 이를테면, 'Contra' 의 복잡한 리프와 헤비 리프가 맞물리다가 댄서블한 신서사이저 연주가 등장하고, 그 뒤에 모든 파트가 절정을 향하는 모습은 원래의 테마에서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훵크적인 면모까지 등장하는 프로그레시브 메틀로 변모한 'Castlevania' 는 그 테마를 훌륭한 서사로 구축한다. 말하자면 '뻥튀기' 가 엄청 성공적이라는 건데, 과장 좀 섞으면 Pagan's Mind 같은 엘리트 밴드들을 떠올리게 하는 데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호오에 가깝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친구가 80년대에 대한 애착을 분명히 이 앨범에서도 보여주고 있어서 반갑다. 사실 이 앨범의 테마 - NES의 유명 게임들 - 부터가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테마에 어우러지는 80년대풍 메틀 사운드부터, 'Blaster Master' 같은 곡에서 등장하는 Joe Satriani풍의 기타와 신서사이저 연주도 그렇고, 테트리스의 테마인 'Korobeyniki' 같은 곡은 그 변주를 떠나서 테마 자체가 워낙에 그 시대와 맞닿아 있는지라 더욱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쎄, 이 앨범의 수록곡들이 굳이 이렇게 길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이 앨범이 가져 온 게임음악의 테마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충분히 용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앨범에서 중요한 건 공고한 구성보다는 그 테마를 살려내는 것일진대, 이 뻥튀기 잘 하는 친구는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잘 해 냈다고 생각한다. 장난스럽게 들어도 무방하지만, 장난스럽게 넘길 수준도 아닌 앨범이다.



Vomitron - Blaster 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