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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Covers of The Cure

사진 보고 혹시 잉베이냐고 물어보는 녀석이 있었다



최근에 The Cure와 Bauhaus를 다시 들어보면서 생각하는 거지만 그 영국식 쟁글쟁글 기타(물론 '쟁글쟁글' 이란 표현은 적어도 The Smiths에는 와서야 붙는 얘기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가 생각보다도 더 폭넓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게 버즈-소 드론 기타가 되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변용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근래의 브릿 팝/인디 록 밴드들과 The Cure 같은 밴드들의 접점이라면 그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브리티쉬 록의 정수 중 한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The Cure의 꽤나 많은 커버가 있지만, 그 대부분이 인디 록/일렉트로닉 등에 한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Kurt Cobain이 몸담았던 Earth의 예를 보더라도 대략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기타 리프의 질감이 모든 걸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니다. 이를 테면 The Cure의 곡들은 다음과 같이 변용된다 :




Misery Loves Co. - The Drowning Man


물론 Misery Loves Co. 는 그 자체로 The Cure나 Joy Division 같은 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으니 이건 그리 이상하게 느껴질 바는 없다. 그럼 다음은 어떠한가?



Nadja - One Hundred Years


이 캐나다의 인더스트리얼/앰비언트 마스터의 거친 앰비언트, 또는 둠 메틀은 상당히 장르의 컨벤션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둠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원곡의 리프가 곡에서 적당히 뭉개져 거친 텍스처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Nadja가 좀 격하게 원곡을 뒤틀었다면, 그 중간 지점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Carpathian Forest - A Forest


"Black Shining Leather" 는 물론 Carpathian Forest의 앨범 다운 앨범이었지만, 적어도 이 곡만큼은 밴드가 한참 뒤에 나타날 무언가를 예견한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의 곡이었다. 다만 기타 리프는 곡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변화되어 있다. Nattefrost의 보컬 부분만 제외한다면 블랙메틀 밴드의 곡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얌전하지만, 원래 이들이 그렇게 발광하는 이들은 아니지 않나.

트리뷰트 앨범계의 유명한 똥반의 수록곡이지만 앨범에서 유이하게 괜찮은 곡 중 하나였던 Converge의 커버곡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Converge - Disintegration


뭐 사실 이 커버곡은 Converge가 자기들 EP에 실었던 곡이니 밴드 입장으로서는 억울하긴 한데, 내가 이 곡을 접한 "Disintegrated" 앨범이 정말 인상적인 똥반이었으니 이렇게 기억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좀 확실한 건 The Cure라는 밴드가 위에서 보듯 꽤 너른 궤적을 타고 이어졌던 밴드라는 것과, 그 궤적이 의외일 정도로 꽤 멀리까지 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 복잡하지는 않은 리프의 힘이 이렇게 강력하게 나타나는 밴드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할 것인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너른 궤적에서 밴드의 개성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위 커버곡들 중에서 The Cure의 개성에서 자유로운 곡이 있는가? 그러고 보면 이들도 힘을 뺐다 뿐이지, 훌륭한 브리티쉬 하드 록 밴드가 될 수도 있었던 밴드이지는 않을까 싶다.

post script : 지나가다가 합정역 근교에서 예전에 사라진 듯했던 The Cure 바를 봐서 문득 생각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