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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Batman Songs



"The Dark Knight Rises" 는 잘 봤다. 사실 8월도 아닌 9월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우습게 느껴지는 점 없지 않지만 8월은 나름 정신없이 살았다고 자평하는 달이니 어쩔 수 없다. 워낙에 배트맨 자체가 오래 되기도 했고, 잘 알려진 캐릭터인지라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그렇게 현실감 있게(뭐 브루스 웨인 같은 재벌총수가 밤마다 그렇게 산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뭐 영화를 보는 이가 판돌이이니 음악에 귀가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전작부터도 그랬지만 캐릭터마다 부여된 테마가 영화상에서 캐릭터가 다시 등장할 때마다 변주되면서 등장하는 모습은 인상적인 편이다. 배트맨 자체가 어두운 캐릭터이니 빌런들의 테마와도 어울릴 수 있는 것이겠지만. Hans Zimmer의 음악을 개인적으로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스펙터클하기는 함), Nolan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음악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The Dark Knight Rises main theme "Rise"
 

그런데 영화는 Tim Burton의 것에서 많이 비껴 나갔다지만(물론 Tim의 영화도 배트맨 원작과는 매우 많은 거리가 있었단다) 영화음악까지 그랬던 건 아직 아닌 것 같다. 단선적이지만 어둡고 불길한 톤으로 일관되게 진행되지만 중간중간 적절히 삽입되는 심벌도 그렇고,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진행되는 전반부에서 좀 더 오케스트럴하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후반부의 진행 등은(뭐 이런 게 영화음악 대부분의 형식이라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분명 근래의 배트맨 영화의 테마에서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Tim Burton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았던 건 Hans Zimmer가 아닌 Danny Elfman이었다.



The Batman Theme
 

그런데 바로 위의 배트맨 테마를 보다 보면 Prince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사실 Prince를 별로 좋아해 봤던 적이 없는데, 내가 아는 Prince의 음악은 아무래도 위의 테마와는 분위기 자체가 판이하다(Prince가 아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했다는 건 물론 알고 있다만). 그런데 Jack Nicholson의 조커는 확실히 Heath Ledger의 조커보다 훨씬 밝으면서 유쾌한 캐릭터였다. 'Batdance' 가 상업적 성과는 더 좋았지만 그 곡은 좋아해 본 적이 없었는데(웬 지나치게 경박한 뮤지컬을 보는 듯한 클립이 영), 'Trust' 는 좀 틀렸다. 조커가 제시하는 유쾌해 보이면서도 당연히 문제가 심각한 계획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에 맞춰서 달러를 던지던 조커의 모습을 생각할 것.



Prince - Trust
 

그러고 보면 사실 근래 배트맨 트릴로지에서나 영화가 어둡다 보니 분위기도 그렇게 갔을 뿐이지, 그 이전의 영화들에서는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좀 더 밝게 설정되다 보니 음악도 그렇지 않았다. "Batman Forever" 는 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배트맨 영화였는데, Tim Burton의 영화를 기억하고 있던 나로서는 가면 쓰고 씨익 웃는 Val Kilmer의 표정이 황당하기까지 했던지라 어두운 분위기를 도대체가 느낄 수가 없었다. U2의 곡이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쓰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런 점을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Hold me, Thrill me, Kiss me, Kill me' 는 U2가 아레나 록 밴드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던 마지막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U2 - Hold me, Thrill me, Kiss me, Kill me(Live)


"Batman & Robin" 은 본 적은 없다. 이미 "Batman Forever" 로 실망을 했었던지라(사실 그 영화에서 건질 건 Nicole Kidman의 외모와 Jim Carrey의 연기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리들러 캐릭터 자체가 내게는 별로였다. Nolan 감독은 리들러를 자기 영화에 등장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했었는데, 뭐 내 생각과 비슷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Mr. Freeze로 나온다는 Arnold Schwarzenegger의 포스터에서의 모습을 보고 볼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다. 영화는 역시 망작이라는 게 중평인 듯하다. 어쩌면 만든 이들도 이 영화로 배트맨 시리즈가 다시 Christopher Nolan에 의해 리부트되기 전까지 배트맨 시리즈가 끝나버릴거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영화에 이 곡이 삽입되었다는 건 꽤 얄궂은 일이다. 밴드도 이 곡 뒤에 곧(재결성되기는 했지만) 끝나 버렸다.



Smashing Pumpkins - The End is the Beginning is the End


그렇다면 사실 배트맨의 음울한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던 음악은 Nolan의 트릴로지를 일단 빼놓고 얘기한다면 아무래도 Tim Burton의 "Batman Returns" 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전작보다도 훨씬 Tim Burton스럽고, 훨씬 고딕적인 이미지가 강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들어갈 수 있었던 곡이라고 생각한다. Siouxsie and the Banshees가 어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곡을 제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울까. 그리고 밴드가 1996년에 해체한 걸 생각하면 밴드로서도 사실상 유의미했던 마지막 작업물이 이 곡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오늘 이 곡이 기억나서 이 글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Siouxsie and the Banshees - Face to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