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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albums released in 1997

최근에 "응답하라 1997" 이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였다...고 한다. 굳이 이렇게 표현하는 거야 내가 그 드라마를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우리 집은 케이블 TV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의외일 정도의 연기력과 외모를 보여주고(혹자의 말로는, 에이핑크의 중심을 드라마 한 편으로 반전시켰다고 하더라. 문제는 나는 에이핑크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사람인지라... 잘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 슬슬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던 아이돌 보이 그룹들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확실히 자극하는 면모 등을 갖춘 드라마였던지라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것 같다. 실제로 H.O.T나 젝스키스에 대한 추억으로 드라마를 보던 여성들을 주변에서 꽤 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저기에 공감하지 못했던가... 하니, 나는 H.O.T가 인기를 끌던 시절부터 이미 메틀을 듣고 있었다 보니, 아무래도 그 당시의 유행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나 보다, 싶다.

하지만 누구라도 추억은 있는 법이니, 그 드라마가 적어도 나의 추억을 대변해주지는 못했을지언정 나로서도 1997년에 생각나는 건 있다. 뭐, 결국은 1997년께 나온 앨범들 얘기다.



Electric Wizard - Come My Fanatics...
사람들마다 틀린 것 같긴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Electric Wizard의 최고작은 이 앨범이다. Black Sabbath스러운 바이브를 분명히 갖고 있으면서도 헤비메틀이 이렇게 사이키델릭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 준 앨범이기도 하다. 사실 Oborn의 보컬이 다른 앨범에 비해서는 좀 존재감이 약하다는 생각도 있는데, 기타와 베이스의 확실한 묵직함은 다른 앨범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밴드의 아이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Return Trip'(곡명부터가 노골적으로 사이키델릭을 암시한다) 이 앨범의 백미.


Summoning - Dol Guldur
내가 Summoning을 처음 접한 것은 이 앨범이다(꽤 늦은 셈이다). 아무래도 Summoning의 가장 잘 팔린 앨범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약간은 싸구려틱한 키보드 연주 덕에 '신스 팝을 하는 블랙메틀' 이라고 비꼬던 사람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앨범 자체가 톨킨의 텍스트에 기반하다 보니 그런 게 판타지적 분위기와는 잘 맞지 않는가 생각도 든다. 적어도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이 앨범이 "반지의 제왕" OST로 가장 잘 어울리는 앨범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Elfstone' 이나 'Over Old Hills' 는 지금도 자주 듣는 곡이다.


Crematory - Awake
뭐 이 시절의 '고딕' 소리를 들었던 밴드들이 많이들 그렇듯이 초창기에는 이들도 분명한 데스메틀을 했다. 아무래도 5집인 이 앨범부터 밴드가 좀 변하지 않았던가 싶다. 그로울링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고 Katrin의 키보드 연주가 이 앨범부터 확실히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나 앨범 초반부의 'Lord of Lies' 부터 'For Love' 까지는 90년대 고딕메틀의 가장 훌륭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앨범이 뒤로 갈수록 힘이 좀 딸린다는 게 단점... 인 것 같지만, 뭐 결국은 그것도 내 생각이니 뒷부분을 더 좋아하는 분도 있을지도.


Strapping Young Lad - City
내 기억에 처음으로 국내에 라이센스된 SYL의 앨범이다. Devin Townsend 본인이 워낙에 장르의 기린아이기도 했거니와 Gene Hoglan의 드럼이 앨범의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와 어울려 '비인간적인' 듯한 사운드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사실 앨범에 대한 선호와 별개로 이 앨범의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자체와는 좀 거리가 있는데(일단 인더스트리얼이다 보니), 워낙에 'Oh My Fucking God' 같은 곡을 만들 수 있는 에너제틱함이 앨범에 가득한지라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구했을 때 끼고 살았던 기억이 난다.


Nox Intempesta - Die Lieder von Tod und Ewigkeit
그러고 보니 Folter 레코드도 은근히 많은 앨범을 냈다. 당장 생각나는 것도 Castrum, The Stone, Skyforger 정도가 있으니. 사실 Folter라는 레이블 자체의 스타일이 그렇기도 했고 1997년 당시의 흔하던 스타일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도 키보드 살짝 깔리고 조금은 조악한 음질의 멜로딕 블랙메틀 스타일인데, 아무래도 이들도 독일 출신이라 그런지 살짝 "S.U.I.Z.I.D" 시절의 Bethelehem을 생각나게 하는 면이 있다. 물론 이들이 좀 덜 니힐리스틱하다. 나름대로 무난하게 들었던 앨범이었던 것 같다. EP라서 부담이 좀 덜했던 것도 있고.


Crown of Thorns - Eternal Death
지금은 The Crown으로 이름이 바뀐 그 밴드이다. 내 생각에는 Black Sun에서 나왔던 앨범 중 최고의 하나이기도 하고... 사실 나는 멜로딕 데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At the Gates를 좋아하는 편이고(특히 "Terminal Spirit Disease"), 이들도 아무래도 At the Gates 생각이 많이 나는 앨범이라 이 앨범도 좋다. 즉, 예테보리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의 멜로딕 데스보다는 좀 더 테크니컬한 면모를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하다. 통상 밴드의 가장 강력한 사운드의 앨범은 "Deathrace King" 이라는 게 중론인 듯하나, 날카로움에서는 이 앨범이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내 생각일 뿐이다.


Groinchurn - Sixtimesnine
이 밴드는 내가 처음으로 구한 '남아공' 출신 밴드이다. 남아공 출신 3인조 그라인드코어 밴드인데(뭐 이 양반들도 실제로 사는 데는 런던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은근히 이 동방의 나라의 중고점에 자주 보이는 물건이었던지라 은근히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을지도. 그런데 남아공이라는 출신에 대한 편견만 없다면야 이 앨범도 꽤 내용물이 괜찮았던지라 간혹 들을만 하다...고 생각한다(사실 난 그라인드코어를 그리 즐기지는 않는다). 13곡에 대충 25분 정도의 러닝타임이니(그라인드코어니 어쩔 수 없다) 심플한 구성의 앨범이지만 지겹다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Spastic Ink - Ink Complete
Ron Jarzombek이 유명해진 밴드야 물론 Watchtower겠지만, 나는 Ron이 가장 빛났던 시절은 Spastic Ink에서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Ron 본인의 커리어에서는 가장 덜 헤비하던 시절이기도 할 텐데, 곡의 짜임새라는 면에서는 Spastic Ink가 가장 나았다고 생각한다. 17/6이다 11/7이다 계속 이상한 박자들이 기묘하게 맞물리면서 템포체인지를 반복하면서도, 사실 이 앨범의 분위기는 그렇게 무겁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야 'A Wild Hare' 같은 곡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50분 동안 계속해서 휘몰아치는 앨범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가 없었다면야 이후의 Liquid Tension Experiment같은 프로젝트들이 나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Borknagar - The Olden Domain
내가 Borknagar의 앨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아무래도 Vintersorg가 참여한 이후의 음악은 훨씬 프로그레시브해지고, 보컬이 보컬인지라 훨씬 'vintersorg스러운' 음악인데, 이 시절의 음악은 노르웨이 블랙메틀이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보컬도 Garm인지라 시원시원한 클린 보컬이 돋보이고, 'Winterway' 같은 곡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선 굵은 리프에 실리는 멜로디라인이 인상적이다. 아니, 멜로디라인은 탁월하다고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요새의 Borknagar에는 이 시절의 분위기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Dream Theater - Falling Into Infinity
뭐... DT의 앨범 가운데 이 앨범만큼이나 욕을 얻어먹은 앨범도 없을 것 같다. 전작이 "Awake" 라는 것도 있고, 아마도 'You Not Me' 같은 DT의 커리어에서 지워버려도 사실 무방할 것 같은 곡이 끼어 있어서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저 곡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잠시 죄송하다는 말씀을). 그 외에 Derek Sherinian의 연주 스타일도 Kevin Moore와는 꽤 차이가 있어서 사실, 정확히 얘기하면 밴드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이질적인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Just Let Me Breathe' 나 'Trial of Tears' 같은 곡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착각하기도 하지만, 이 앨범이 그렇게 말랑말랑한 앨범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