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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Will 'O' Wisp - Kosmo

[Nadir Music, 2012]

Will 'O' Wisp는 이탈리아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데스 밴드이다. 사실 그리 유명하진 않고... 그나마 잘 알려진 멤버는 드럼을 맡고 있는 Oinos이다. 잘 알려진 Sadist의 그 친구이기도 하고, 국내에도 라이센스되었던 Node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친구이다. 거기다 덧붙인다면 베이스는 국내에도 데뷔작인 "No Waste of Flesh" 가 소개되었던(그리고 물론 망한) 브루털 밴드 Antropofagus의 Jacopo Rossi가 그나마 알려진 인물이겠다. 말이 알려진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지 이 쯤 되면 물론 무명에 가깝다. 이 앨범을 구한 나로서도 미국의 Willow Wisp와 잠시 헷갈렸었는데(얘네 앨범인 줄 알고 산 것은 아님), 그야말로 매우 질 낮은 Emperor 워너비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Willow Wisp와 비교되는 건 아마 이 친구들도 그리 원하는 바는 아닐 것이니, 적당히 구별해 주자. 

그런데 처음부터 이렇게 살기 힘든 친구들이라고 얘기해 놨지만, 이들은 의외로 1994년에 첫 데모를 내고 지금까지 활동해 온 베테랑이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탓인지 그 활동 기간 동안 3장의 앨범밖에 내지 못한 과작의 친구들이라 좀 더 알려지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데스메틀이 은근히 뛰어난 밴드들을 계속해서 배출해 온 걸 생각하면 이들은 조금은 운이 없었던 셈이다. Oinos가 Sadist의 멤버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이들의 음악이 좀 더 컨벤션에서 벗어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한다. Oinos 덕분에 Sadist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겠지만, "Season in Silence" 같은 앨범에서의 Sadist보다는 좀 덜 재즈적이고, 고풍스러운 스타일의 일렉트로닉을 도입한 음악이라 보여진다. 재즈적 어프로치가 Illogicist나 Gory Blister, Sadist같은 이탈리아의 다른 밴드들이 적극적으로 써먹던 방식이었다면 이들은 확실히 엇나가고 있는 편이다. 

게다가 일렉트로닉스는 메틀 음악 답게 리프의 뒤에서 버티고 있으면서, 이들의 음악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한다. 간혹은 여성 보컬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들의 입장에서 이국적인 건 동방이었는지 중동/인도풍의 분위기를 의도한 신서사이저 연주 등은 가끔은 Betray My Secrets 같은 밴드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물론 출신도 시대도 틀리기는 하다). 즉, 이탈리아 프로그레시브 데스 메틀의 일반적인 모습이 재즈적인 리듬감과 그에 상응한 복잡한 리프로 구성된 사운드라면, 이들은 (여전히 복잡하긴 하지만)좀 더 여유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다. 'Going Back(My Samsara)' 같은 곡이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곡의 구성도 복잡하지만, 이런 곡은 Sadist같은 밴드들이 만들 수 없었을 사운드의 톤과 여유를 보여주는 편이다(사실 이 곡의 구성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구성에 좀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간혹 일렉트로닉스의 과함이 곡을 갑자기 플로어 댄스 뮤직처럼 만들어 버리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그게 밴드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보이는 편이다. 혹자의 표현에 따르면 'Ravi Shankar를 듣기 시작한 Atheist' 같은 음악이라는데, Ravi를 들먹거리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지만 충분히 의도는 이해가 가는 표현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덴티티만큼은 충만한 밴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워낙에 경력이 쌓인 이들이어서인지 곡 자체도 그 자체만으로는 괜찮은 편이다. 다만 이들의 아이덴티티를 준 일렉트로닉스의 이용에 있어서 다음 번에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댄스 뮤직 같은 부분까지 있다는 건 좀 심각한 일인데, 댄스 뮤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런 류의 음악에서 그런 모습까지 등장한다면 일관된 흐름을 가져가는 건 아마 거의 물 건너간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만든 앨범은 프로그레시브 데스메틀 앨범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면모가 앨범의 흐름을 중간중간 끊는 역할을 한다. 그런 부분만이 아니라 가끔은 이들이 삽입하는 앰비언트풍의 연주도 그렇다. 사운드가 사운드여서인지 생각보다 현대적인 톤의 사운드도 이 장르의 팬이라면 조금은 저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Six Forms of Existence' 같은 곡이 있는데도 앨범을 추천하는 데 망설임이 있을 것이다. 다만 'Six Forms of Existence' 나 'A Place of Rebirth' 같은 곡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아마 다음 앨범은 확실히 나은 모습일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