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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Translations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3)

앞의 글에 이어서.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1)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2)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4)
 


데스메틀은 미국, 독일,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남미와 스웨덴에서도 일찍이 강력한 음악적 조류였다. 블랙메틀 얘기를 하기 위해서 노르웨이는 빼 놓기로 하자. 초기 블랙메틀이 80년대 후반 언더그라운드에서 나타났을 때, 데스메틀은 익스트림메틀의 가장 주류적인 조류였다. 사실, 메틀 씬들 간에는 다양한 부류의 크로스오버가 존재했다 : 이를테면, 노르웨이 블랙메틀 듀오 Darkthrone은 데스메틀 밴드로 시작했다. Darkthrone의 1990년작 “Soulside Journey” 와 1992년작 “A Blaze in the Northern Sky” 는 데스메틀을 연주하던 밴드들이 블랙메틀의 좀 더 음산한 외형과 원시적 사운드를 받아들였던 결정적인 지점을 잘 보여준다. 예외도 있긴 하지만 보통 그 당시의 데스메틀 뮤지션들은 블랙메틀의 일반적인 남성적 복장과 신발 등의 의상을 삼가는 편이었다. 


영국 메틀 밴드 Venom의 1982년작 “Black Metal” (그리고 앨범의 타이틀곡의 이름이기도 하다 : “Black is the Night, metal we fight / Power amps set to explode / Energy screams magic and dreams / Satan records their first note”) 은 블랙메틀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물론 Venom은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둠적인 측면이 강한 프로토-스래쉬와 스피드메틀이 블렌드된 음악을 연주하던 밴드였지만(Motley Crue 류의, 무대에서의 씨어트리컬한 이미지 이상의 것이었던 그들의 “사타닉한” 이미지 또한 중요한 요소였다). 블랙메틀의 1세대(앞서 말한 Venom과 King Diamond가 마이크를 잡았던 덴마크 밴드 Mercyful Fate, 스웨덴의 Bathory, Celtic Frost의 전신인 스위스의 Hellhammer)는 블랙메틀의 전형적인 미학과 구조를 정립함으로써 후대의 밴드들에 영향을 미쳤다. Bathory의 로우-파이한 레코딩과 사타닉한 가사, 어두운 보컬 스타일은 특히 중요한 것이다. Euronymous는 그의 예명을 Hellhammer의 ‘Euronymous’ 에서 따 왔다(그리고, Mayhem의 드러머인 Hellhammer가 그 이름을 어디서 따 온 것일지도 자명한 일이다). 
 
Aarseth와 그의 노르웨이 친구들이 시작한 2세대 블랙메틀은, 엄밀히 말하자면 1980년대 말, Mayhem이 1986년 “Pure Fucking Armageddon” 데모를, 1987년 “Deathcrush” EP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으나, 90년대 초반까지는 이렇다할 발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각주:1]콥스페인트와 각종 무기들, 음침한 공포영화풍 사진을 블랙메틀에 가져온 것도 2세대의 밴드들이었다. 노르웨이는 마치 동굴 같은 지하실이나 눈 덮인 노르웨이의 숲에 서 있는 시체 같은 외양의 매우 어두침침하고 흐릿한 뮤지션들의 사진으로 대표되는 블랙메틀의 이미지를 형성하면서 완성했다. 

오늘날, 내가 생각하기에 프랑스, 동유럽, 캐나다, 미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듯한 세계의 블랙메틀 씬은 3세대라고 칭할 수 있겠다. 정확한 시점을 짚을 수는 없지만, 대략 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밴드들은 그들의 프로덕션 등을 향상시키기 시작했고, 노르웨이 밴드인 Dimmu Borgir와 같은 일부 경우들은 좀 더 스타디움 지향적인 꽉 찬 사운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는 먼저 2세대 밴드들을 중심으로 논할 것인데, 이는 그 시기가 미국의 블랙메틀 씬 – 혹자들은 USBM이라 부르는 – 이 어떻게 발생하였는지를 논할 때 더 유용하며, 이 시기의 어떠한 신화에 대하여 논하지 않고서는 USBM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르웨이의 블랙메틀 씬은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많은 주목을 받아 왔지만, 근래에는 최상급의 블랙메틀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예전 밴드들의 대부분은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밴드들 – 이를테면 미국 밴드들 – 과 같은 강렬하고 어두우면서도 혼돈스러운 음악을 만들고 있지 않다.


오랫동안 미국의 블랙메틀은 대개 우스운 것으로 비춰졌다. 비교적 최근인 2년 전에, 나는 내가 미국 밴드들에 대하여 물었을 때 콧방귀를 뀌던 유럽 블랙메틀 뮤지션들을 기억해 냈다. 그게 내가 미국 블랙메틀을 좋아하는 한 부분 – 그 꾀죄죄한 후발 주자다운 성격 – 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그 음악이다. 그 혁신성과 기발함, 정체되지 않는 성격이 그렇다.[각주:2]

USBM의 원류나 뿌리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매우 분분하다. 1990년 데스메틀 밴드 Incantation의 세 전 멤버들이 결성한 뉴욕의 Profanatica는 자주 많은 블랙메틀 뮤지션들에게 선구적인 USBM 밴드로 불린다. 그들의 데스메틀의 영향 강한 사운드는 거칠고, 음침하며, 로우-파이하고, 그들의 곡명들 또한 ‘Raping of Angels’ 나 ‘Final Hour of Christ’ 등이다. 밴드는 1992년에 해체했다.[각주:3]
 최초의 미국 블랙메틀 밴드의 또 다른 예는 1989년에 결성된, 그르렁거리면서도 미니멀하고, 공격적이면서 원시적인 사운드를 구사했던 샌프란시스코의 Von이다. 그들은 Vikernes가 인터뷰나 살인 사건 재판에 출석하면서 그들의 셔츠를 입고, Von의 스펠링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밴드명을 Vikernes 자신의 철학과 연관시켜 대답함으로써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 “Victory, Orgasm, Nazi.”[각주:4]

또 다른 중요한 USBM 밴드인 Judas Iscariot은 Andrew Harris(이집트풍 이름인 Akhenaten을 사용하는)의 프로젝트로서, 니힐리스틱하고 반기독교적, 반자본주의적 테마를 기초로 좀 더 고요하고 종종 느리면서도 분위기 위주의 디프레시브 블랙메틀의 형식을 구축하였고, 동시대의 다른 원맨 USBM 밴드들도 비슷한 형식을 취하였다. Harris는 이전의 대부분의 USBM 밴드보다 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유럽 팬들로부터 리스펙트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밴드는 ‘Nietzsche’ 라는 곡을 만드는 등 동시대의 USBM 밴드들보다 더 철학적이었으며, 1992년에는 일리노이주 Dekalb에서 ‘Heidegger’ 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였다. 그는 2002년까지 Judas Iscariot으로 활동하고 이후 음악계에서 은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각주:5]

  1. 이 글은 주로 노르웨이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Marduk이나 Dissection 같은 스웨덴 밴드, 핀란드 밴드인 Beherit 또한 블랙메틀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밴드들이다. 노르웨이 동료들에 질세라, Dissection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Jon Nodtveidt는 1998년 게이를 살해한 혐의로 복역하였고 2006년 자살했다. [본문으로]
  2. 혹자들은 밴드의 전면에 신서사이저를 등장시키기 시작한 것이 2세대 블랙메틀의 종말을 가져왔다고도 하지만, 2세대 밴드들이 그냥 그 총기를 잃어버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본문으로]
  3. 밴드의 오리지널 멤버인 Paul Ledney는 2001년 새로운 두 멤버와 함께 밴드를 재결성했다. 그는 또한 그의 원맨 블랙메틀 밴드인 Havohej로 활동하고 있다. [본문으로]
  4. Von은 미국 서부에 스래쉬메틀(초창기 Metallica, Megadeth, Overkill 등)이 한창일 때 활동했다. 그들은 전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다 : 스웨덴 블랙메틀 밴드 Watain은 밴드 이름을 Von의 곡명에서 따 왔다. Vikernes 또한 Von의 “Satanic Blood” 데모를 배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앨범은 1992년에 발매되었다). [본문으로]
  5. 다른 초기 USBM 밴드들로는 (현재도 활동 중인)Absu, (1989년 Profanatica의 기타리스트 Ixithra가 결성한)Demoncy, 앞에서 본 Havohej(Jehovah를 거꾸로 한 이름이다), Black Witchery, 지금은 해체한 인종주의적 밴드 Grand Belial’s Key(그리고 관련 밴드로서 현재도 활동중인 데스메틀 밴드 Arghoslent), Black Funeral, Crucifier, Acheron, Demonic Christ, Goatlord 등이 있다. 2004년에 Demoncy는 다른 원맨 밴드인 Krieg와 함께 ‘USBM Attack 2004’ 라는 이름으로 유럽 투어를 하였다. 2000년에 tUMULt(역주 : 대문자, 소문자가 바뀐 것이 아님)에서 “Dead as Dreams” 를 발표했던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블랙메틀 밴드인 Weakling은 블랙메틀 씬의 어린 입문자들에게 그 입문격인 밴드로 추천되고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