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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enal of the Left/Translations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4)

마지막 부분. 앞의 글에 이어서.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1)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2)
A Blaze in the North American Sky (3)
 


그러나 최근의 미국의 블랙메틀 밴드들은 진정 자신들의 목소리를 새로이 내고 있다. 서로 매우 다른 문화권과 지역에서 나온 이 USBM 밴드들은 그들을 특징짓는 야만성(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운드를 추구하려고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Jeff Whitehead(원맨 밴드 Leviathan으로 활동하는 Wrest)의 2008년작 “Massive Conspiracy Against All Life” 는 괴이하게 뒤틀린 분위기와 데스메틀풍의 리프, 강력한 드럼, 조곤조곤하면서도 간혹은 목을 쥐어짜는 보컬, 동양풍의 울부짖음 등의 강렬한 블렌딩을 보여준다 – Profanatica나 Judas Iscariot의 초기 사운드로 회귀하는 듯한 면도 있지만, 그런 사운드에 그들 이후의 모든 발전상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그 이후 주술적이면서도 두텁고 왜곡된 보컬이 특징적인 Bahimiron의 혼돈스러우면서도 강렬한 스타일이 있었다. 또 다른 텍사스 밴드인 Averse Sefira는 그 나름의 우주론(cosmology)과 오컬티즘을 무자비하게 갈겨대는 스타일의 블랙메틀에 접목시켰다. 좀 더 거친 이들로는 데스메틀의 그로울링 보다 더 두텁고 중첩적인 보컬을 이용했던 시카고 출신의 Cult of Daath가 있다. My Bloody Valentine이 블랙메틀 밴드였다면, 그들의 음악은 “에코-파시스트”이자 불성실한 사기꾼으로 알려진 Velvet Cacoon과 유사할 것이다(최근에 듣기로는 그들은 사타니스트의 퇴폐적인 삶을 살기 위해 프라하로 이사했다고 하나, 그들이 날 엿먹였던 걸지도 모르는 일이다). 버팔로 출신의 원맨 밴드 Wrath of the Weak는 뉴욕 서부의 풍경의 중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 그의 음악은 블리자드와도 같다. 워싱턴 출신의 3인조 Wolves in the Throne Room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며, 여기저기에 Jarboe/Swans 스타일로 블랙메틀의 거친 성격을 완화시켜 주는 포크적이면서도 이씨리얼한 여성 보컬이 등장하는 사이키델릭한 슈게이징 블랙메틀을 연주한다. Blake Judd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시카고 밴드 Nachtmystium은 초창기에는 기계적인 블랙메틀 사운드를 연주했으나 이제는 사이키델릭하면서도 Pink Floyd의 영향력이 느껴지는 포스트-블랙메틀을 연주하고 있다.[각주:1]

 
USBM의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면은 노이즈 씬과의 크로스오버이다 : 원맨 파워 일렉트로닉스 프로젝트 Prurient로 활동하는 뉴욕의 Dominick Fernow는 블랙메틀 듀오 Ash Pool과 같이 연주하기도 했고, Orthrelm의 아방가르드 기타리스트 Mick Barr는 뉴욕 블랙메틀 밴드 Krallice와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기도 했다.

아마 USBM의 가장 유명한(가장 흥미롭지는 않더라도) 인물은 Xasthur로 활동하는 Malefic, 즉 Scott Conner일 것이다. Burzum이나 Judas Iscariot의 차가우면서도 희미한 빛이 비추는 듯한 분위기(역주 : 뭘 보고 이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에 천착하면서도 그는 그에 밀실공포증과 유사한 분위기를 추가하였다. 그의 가장 특별한 무기는 그의 목소리이다 – 그는 목이 졸린 갈가마귀 귀신처럼 노래한다.

Sunn O)))의 Greg Anderson이 운영하는 레이블인 Southern Lord는 많은 미국 블랙메틀 밴드들의 인디 록 씬과의 교류를 도와 왔다. 유명한 이름으로는 Xasthur, Leviathan, Leviathan의 다른 프로젝트인 Lurker of Chalice 등이 있다. 이 동떨어진 장르의 가장 기이하면서도 흥미로운 밴드는 Xasthur, Leviathan, Nachtmystium, Krieg의 멤버들로 구성된 일종의 USBM 슈퍼그룹인 Twilight이다 – 물론 그들이야 슈퍼그룹이란 말이나 그 락큰롤적인 의미를 싫어하겠지만.


슈퍼그룹은 물론, 매우 미국적인 개념이다.

USBM을 장르라고 말하는 데 문제점은 그런 장르가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면서도 USBM을 연주하는 뮤지션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어떠한 분류에 대하여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보이는 반응과도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특히 블랙메틀의 경우에는, 어떠한 장르를 설정하고 장르의 방식과 사운드 및 영향의 유사점을 얘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단일성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 USBM과 관련된 많은 이들이 USBM을 마케팅을 위한 개념으로서 이해한다 – 그리고, 블랙메틀 씬을 구성하는 그 외부인들은 태생적으로 그런 식의 슬로건화를 거부한다.

USBM에 대한 초기 노르웨이 블랙메틀이 미친 가장 큰 영향 중 하나는 블랙메틀을 억압하는 문화적 환경 하에서의 어떠한 신화의 필요에 대한 경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USBM에 있어 세상에 그 어두운 영향을 아로새길 만한 블랙메틀에서의 ‘핏빛 밤(bloody night)’ 의 신화도, Varg 대 Euronymous의 이야기도 없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이 USBM을 본래의 블랙메틀보다 더 진정성 없는 것, 또는 더 지루하고 허세스러운 것으로 만드는가?

어떠한 면에서 보면 USBM은 노르웨이 블랙메틀에 대한 반응이자, 그 반대되는 움직임으로서 등장한 것이다. 이는 Mayhem과 동시대의 밴드들이 데스메틀 씬을 거부하고, 좀 더 극단적이고 언더그라운드 지향적인 음악을 모색한 것과도 비슷하다. USBM의 좀 더 야만적이고 시끄러운 부류에서도, 교회 방화나 살인 등의 현실적인 요소가 음악에 필연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 사운드는 좀 더 거칠어졌고 좀 더 데스메틀에 가깝다. 이는 좀 더 개인적이면서도, 덜 씨어트리컬한 양상을 보인다. (가장 뛰어난 이들 – 이를테면 앞서 살펴본 Leviathan과 Lurker of Chalice의 Wrest – 은 Pynchon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들은 좀 더 펑크적인 면모를 보이고, 그들의 음악은 좀 더 다양한 부류의 영향을 받았다.[각주:2]

그리고 Nachtmystium의 Blake Judd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나는 그런 밴드들이 음악 자체와는 그리 상관없이, 음악 외적으로 일어난 일들로 홍보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와, 교회 방화와 살인이 벌어졌고, Gaahl(Gorgoroth의 보컬리스트)가 피해자들을 죽이고 고문했어.’ 같은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Gorgoroth의 최근 앨범은 아주 거지같았다. 누가 그가 뭘 했는지 신경쓰기나 하는가? 그가 심지어 범죄자라고 해도 말이다. 시카고에는 마약 파는 친구들이 있고, 내게는 그 친구들이 Gaahl보다 훨씬 무섭다.”

아마 우리가 매일매일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핏빛 신화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 보든 노르웨이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고, 실제 살인 사건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벌어지고 있으며, 미국인에 대한 살인도, 미국인에 의한 살인도 모두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의 사망 – 그리고 건물들과 나라 전체에 대한 파괴 – 는 현재의 정치적 맥락에서 볼 때, 단지 그런 것들을 꿈꾸는 것에 비해 덜 급진적인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가?

USBM을 진정성 없는(inauthentic)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미국은 차갑고 어두운 스타일의 블랙메틀이 발전하기 어려워 보이는 곳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달러화가 가치가 떨어질수록, 우리의 블랙메틀적 충격(black-metal impulses) 또한 확인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리멸렬하면서도 로우-파이한 후발주자들의 나라가 되었다. 가치 떨어진 미국 달러를 가지고 노르웨이(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 중 하나인)에서 저녁을 먹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노르웨이에 갔을 때, 나는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돈밖에 없었다.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역사들 중 많은 부분은 – 그냥 역사일 뿐이다. 미국인들은 종종 그 역사의 부재에 대한 힐난을 받지만, 우리는 미래에 대한 어두운(bleak) 시각을 가지고 그런 부재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1. 8. 2007년에 그들은 대형 레이블인 Century Media와 계약하고 2008년 6월에 “Assasins : Black Meddle, Pt. 1” 을 발표했다. 타이틀인 “Black Meddle” 은 Pink Floyd와 블랙메틀을 이용한 말장난이다. 보컬이자 기타리스트, 송라이터인 Blake Judd는, “’Black Meddle’ 는 어느 정도는 아는 사람만 아는 농담(inside joke) 같은 것이다. 물론 주로는 Pink Floyd와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 말은 Pink Floyd의 앨범 “Meddle” 을 겨냥한 것이지만, 동시에 ‘meddle’ 은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가 블랙메틀에 참견한다는(meddling) 식의 농담 같은 것이다. Pink Floyd를 분명히 떠올리게 하는 것이면서도 동시에 꽤 재기 있는 농담이기도 한 것이다.” [본문으로]
  2. Neill Jameson(Krieg의 Imperial)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우리는 이 동네에서 비(非)블랙메틀적 영향과 맞닿아 있는 최초의 밴드들 중 하나이다, 우리의 Velvet Underground나 The Stooges 등의 커버나 Leviathan/Lurker of Chalice의 Joy Division, Black Flag로부터의 영향 및 그 커버곡들, Nachtmystium의 사이키델릭 록과 좀 더 블루스 지향적 음악에 대한 관심 등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