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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albums 20130814

요새 앨범 살 거 없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데... 세상에 앨범이 한 두 장이 나오는 게 아닌지라 이거저거 겨우 듣기 급급한 나로서는 그리 공감되는 얘기는 아니다. Behemoth가 한국에 내한공연을 오는 시절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괴이쩍은 해외의 메틀 앨범들이 뜬금없이 라이센스되던 경우는(물론 커버 인쇄상태 등은 좋지 않았지만) 90년대(특히 초중반)에 더 많기도 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그 때를 기억하는 이들의 촌평이 그렇게 나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여튼, 덕분에 그 생각이 나서 좀 지나간 라이센스반들을 간만에 꺼내 보았는데 지금 보면 그 때 레이블들은 뭘 믿고 이런 걸 라이센스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Manilla Road는 정말 대접받아 마땅할 밴드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별로 좋게 들었다는 사람을 못 본 거 같기도 하다.
 



Creepmime - Shadows
사실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앨범이다. 모르는 밴드였는데 이 친구들 라이센스반이 모 샵 구석에서 발견되어 집어오는 바람에... metal-archives에는 프로그레시브 데스라는 식으로 장르 분류를 하면서 정작 붙어있는 리뷰는 둠이라는 식으로 적혀 있지만, 막상 그렇게 느릿느릿한 음악은 아니다. 말하자면 음습한 맛이 있으면서 어느 정도 굴곡 있는 구성을 가져가는 데스메틀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잘 나가던 시절의 Autopsy(물론 지금도 잘 나가고 있지만)나 Obituary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꽤 좋게 듣고 있다. 참고로 보컬인 Rogier는 Sinister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그 양반.



Creepmime - Suffer the Shadows



Sieges Even - A Sense of Change
예전 음악 잡지를 보면 "Steps" 부터 밴드의 음악이 급격하게 변모했다는 식으로 대부분 적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실 이 밴드는 항상 앨범마다 스타일을 바꿔 온지라... 이런 설명은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Life Cycle" 같은 앨범은 "Life Cycle" 뿐이었다. 그리고, 관조적인 맛이 있지만 어쨌든 메틀릭하기는 했던 "Steps" 에서 훨씬 트리키해지면서도 메틀릭한 면모를 완전히 제거한 이 앨범으로의 변화가 훨씬 큰 폭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지만, 스트링과 보컬만 등장하는 타이틀곡은 솔직히 처음에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Sieges Even - These Empty Places



Baron Rojo - Tierra De Nadie
시완레코드 라이센스반인 덕에 프로그레시브 록인 것처럼 오해되는 일이 많지만, 이 밴드는 지방색 강한 헤비메틀 밴드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따지고 보면 시완에서 프로그레시브만 나왔던 것도 아니고). 밴드 이름부터가 독일 공군의 영웅이었던 Manfred von Richthofen의 별명이니 메틀 밴드에 어울리기도 하고... 스페인 출신 80년대 메틀 밴드로 이만큼 월드와이드한 경우도 드물었다. 개인적으로 Carlos de Castro의 보컬은(이 밴드는 참고로 베이스의 Sherpa와 기타의 Castro가 곡을 나누어 메인보컬을 맡고 있음) 언어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바이브레이션 과잉이 좀 올드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하는데(하긴 이제 시절이 지난 밴드이기도 하고) 연주만큼은 확실히 날카로운 맛이 있다.



Baron Rojo - Tierra De Nadie



Blood from the Soul - To Spite the Gland That Breeds
예전에 포스팅을 따로 올린 적이 있었던 Shame Embury의 사이드 프로젝트. 보컬이 Sick of It All의 Lou Koller인지라 하드코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하긴 이 시절 Napalm Death의 스타일이 코어와 반드시 무관한가 생각하면 그런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렉트로닉스의 힘이 강하게 작용하는 앨범인지라 눈물나는 판매고에 이르렀을 것이라 짐작한다. 90년대에는 일렉트로닉스 들어간 메틀 앨범이라면 많은 경우 일단 먼저 욕을 한 사발 먹고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Blood from the Soul - To Spite



Bolt Thrower - ...For Victory
80년대 중반부터 정력적으로 활동해 오면서 가사의 내용도 Warhammer 40,000까지 다루는 등 시대에 적응하고 있지만 정작 음악 스타일은 변화가 거의 없는 Bolt Thrower도 앨범이 나왔었다. 이 앨범보다는 같이 라이센스된 "The 4th Crusade" 가 더 커버가 예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더 좋아하고, 둘 다 시중 유명 매장에서 아직도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안 팔려서... 인트로격인 'War' 가 의외의 느릿한 스타일이어서 약간의 당혹을 주다가 다시 제 스타일을 잡고 시작하는 앨범. 개인적으로 'Remembrance' 는 Bolt Thrower 최고의 곡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Bolt Thrower - Remembrance



Death SS - Heavy Demons
이탈리아 메틀 밴드의 인터뷰를 보면 Bulldozer, Dark Quarterer 등과 함께 꽤나 자주 나오는 이름인데, 이 양반들의 91년작이 예전에 항상 저렴한 가격과 저렴한 품질로(;) 앨범을 발매하던 J레코드에서 라이센스됐었다. 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요새는 인더스트리얼까지 하심) 쉬지도 않고 계속 활동하는데 정규반이 8장밖에 없으니 과작이라면 과작의 밴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싱글이나 EP를 하도 많이 내서 밴드로서는 별로 정규반을 꾸준히 낼 필요가 없었을지도. 그나마 짧은 주기로 앨범을 발표하던 시절에 나온 3집인데, 호러 컨셉트를 추구하면서도 원래 유머를 잘 섞는 양반들인지라 피식하는 부분이 없지 않으면서도 은근 탄탄한 곡들을 연주했다. 동명 타이틀곡을 꽤 좋아했었다.



Death SS - Heavy Demons



Manilla Road - The Courts of Chaos
Manilla Road가 한국에서 딱히 인기가 있었던 적도 없었지만 하필 라이센스된 게 이 앨범이었다는 것도 지금 생각하면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앨범도 잘 만든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원체 이 밴드 스타일 자체가 독특한 감이 있기도 하고, 묘하게 스래쉬한 리프가 있지만 빠른 스타일을 연주하는 양반들이 아닌지라 아예 호러 컨셉트 식으로 밀고 나가지 않는 한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물론 나도 그랬다). 그런데 Rhapsody풍이 아니라 'epic' 한 정통 헤비메틀을 얘기하는 '에픽 메틀' 밴드 중에서는 Dark Quarterer 정도를 뺀다면 이 정도의 성취를 보여준 밴드가 얼마나 됐겠나 싶다. 그리고 이들은 하필 캔자스 출신이었다.



Manilla Road - Into the Courts of Chaos



Slammer - Nightmare Scenario
이 영국 스래쉬 밴드는 Heavy Metal Records에서 두 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했는데 그 두 번째 앨범이 라이센스됐었다. "The Work of Idle Hands..." 가 그래도 꽤 괜찮은 스래쉬 앨범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서 모든 면이 부족하다는 게 중평인 듯(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앨범 전체가 약간 녹음도 김빠지게 되어 있는지라 역시 아직도 시중 유명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정작 이 앨범에 대한 감상이 올라온 한국 웹사이트를 현재 구글에서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이 앨범이 처한 현실. 불쌍해서 간만에 진중하게 들어봤다.



Slammer - What's Your Pleasure?



Stormwitch - War of the Wizards
이들도 84년부터 활동했던 독일 파워 메틀 밴드이다. 말하자면 굳이 'teutonic metal' 이란 말을 쓸 때 초기 Helloaween이나 Running Wild와 같이 놓여져야 할 밴드라는 것이다(이 분들 요새는 Nuclear Blast에서 앨범 내고 계심). 그런데 80년대의 굵직한 앨범들은 전부 놔두고 하필 이 앨범이 라이센스된 것도 밴드의 운수일지도... (이 앨범이 Steamhammer에서 나와서 그럴 것이다). 그래도 'Listen to the Stories' 의 캣취한 멜로디와 '건강한' 느낌의 코러스를 꽤 좋게 들었었다. Running Wild보다는 스피드에 더 관심이 없었지만 서사라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이들에게 더 재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Stormwitch - Listen to the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