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Erebus Enthroned - Temple Under Hell

[Seance, 2014]

한 때는 이런 '스웨덴풍' 리프의 음질 좋은 블랙메틀 앨범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었는데(물론 정말 한때이긴 했다) 아무래도 요새는 그런 류의 음악을 의식하고 구하지 않는다면 쉽게 손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이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인지라 나름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밴드이지만(그래봐야 2집이다) 어쨌든 잘 알려진 편이라고 하기는 조금 모자란 편이겠다. 아무래도 Watain이나 잘 나가던 시절의 Marduk을 생각나게 하는 리프가 스웨덴 밴드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정작 호주 밴드라서 조금 이색적인 밴드이기도 하다. 하긴 호주는 지구상의 위치는 정반대일지언정 지극히 북유럽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계속해서 나왔었다. 이를테면 Abyssic Hate나... 좀 스타일이 틀리긴 하지만 Destroyer 666 같은 이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이들의 스타일이 그 때의 스웨디시 블랙메틀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근래의 밴드들이 장르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보여주는 '그루브' 한 측면이 없지 않은데, 사실 요새의 스타일보다는 이제는 어느덧 조금은 올드해져버린 그 스타일에 가까운 음악이지만 일반적인 블랙메틀에 비해서는 리프의 굴곡이 좀 더 큰 편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모 때문인지 일부분에서는 "Satanica" 나 "Thelema 6" 시절의 Behemoth를 떠올릴 법하기도 하다. 물론 그렇기는 하더라도 이런 류의 밴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럼에도’ 음악은 컨벤션에 충실하다. 멜로딕한 리프로 짜여진 빠른 템포의 연주가 있다가도 스래쉬한 리프로 전환되면서 템포를 늦추고, 그런 방식으로 완급조절을 하는 모습은 이미 많은 밴드들에서 보아 왔던 모습들이다. “Night’s Black Angel” 시절보다 좀 더 미드템포의 리프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밴드가 이런 면모를 특히 강조한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 물론 좀 틀리지만 – 이런 류의 신진 ‘스웨디시’ 블랙메틀 밴드들 중에서는 이들이 가장 초창기 블랙메틀의 분위기를 잘 재현하고 있는 밴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이런 점이 아무래도 다른 ‘스웨덴’ 출신 밴드들과 틀릴 것이다). 고음의 스크리밍보다는 중간 음역대의 래스핑 보컬 위주의 보컬도 그렇겠지만, 이는 스웨덴풍의 리프를 지나치게 빡빡하지 않게 배치하는 데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런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곡은 가장 변화가 심한 ‘Sorathick Pentecost’ 일 것이다. 템포가 늦춰지면서 등장하는 약간의 공백을 초창기 블랙메틀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메꾸고 있는 셈인데, 그런 의미에서 근래의 ‘모던한’ 리프를 사용할 줄 아는 밴드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초창기 블랙메틀의 느낌을 잘 알고 있는 이들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의외로 둠적인 리프도 등장하는 ‘Black Sword’ 또한 나름의 음습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이런 앨범을 구해 들을 이들은 아무래도 “Opus Nocturne” 이나 “Casus Luciferi” 를 즐겨 들었던 사람들일 것이니 사실 이 앨범은 요새 나온 ‘스웨디시 블랙메틀’ 앨범이라고만 하는 게 딱 적당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단순한 스웨디시 블랙메틀 아류 밴드들에 비해서는 이들의 앨범이 훨씬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 만듦새 또한 허술하지 않으니 굳이 신경써서 들어 본다면 좀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이런 앨범을 ‘좀 더 신경써서’ 들어볼 사람들도 결국은 “Opus Nocturne” 등을 좋게 들었을 사람들일 것이니,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앨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