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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Cult of Fire - मृत्यु का तापसी अनुध्यान

[Iron Bonehead, 2013]

이 체코 밴드의 두 번째 블랙메틀 앨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물론 커버이다. 힌두교의 컨셉이라도 가져와야 할 듯한(아니면 시타 연주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커버 - 아무래도 Impaled Nazarene의 "Ugra-Karma" 생각이 난다 - 와 앨범 제목, 곡명(과연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는 당황스러운 감이 없지는 않다. 물론 체코 밴드들은 - 정통적인 스타일의 밴드들도 많지만 - 동양적인 색채를 수용한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의 경우에 비하여 꽤 많은 편이었다. 이를테면 Master's Hammer나 아예 중동풍의 음악을 들려주었던 Forgotten Silence의 "KaBaAch",  "Bya Bamahe Neem"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밴드의 전작인 "Triumvirat" 는 사운드적으로 특이할 것까지는 없는 앨범이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앨범에 대해서는 우려할 바가 많아진다. 블랙메틀은 아니지만, 하레 크리쉬나에 빠진 후 완전히 음악을 바꿔 버렸던 Youth of Today 같은 경우도 생각난다.

그런데 이 앨범은 이와 같은 우려와는 달리 블랙메틀의 컨벤션에 충실한 편이다. 힌두풍의 사운드 - 시타나 '옴마니반메훔' 식의 챈트가 등장하는 - 는 첫 곡인 'संहार रक्त काली ' 의 초반부에 등장하지만, 이후에는 갑자기 Dissection풍의 리프가 블래스트비트와 등장한다. 이후에도 이런 사운드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곡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블랙메틀 리프이고, 사실 이런 '힌두풍' 사운드가 블랙메틀 리프의 두터운 텍스처를 뚫고 나오는 부분도 거의 없다. 어느 정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면도 있지만 이 앨범에서 이러한 요소가 사운드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앨범이 보여주는 서사와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곡은 생각보다 변화가 상당히 심한 편이고, 아무래도 앞서 말한 '이국적인' 요소들이 음악에 끼어드니만큼 이를 조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Dissection풍 - 또는 Blut aus Nord풍 - 사운드에 '이국적인' 요소들이 끼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다. 통상의 멜로딕 블랙메틀 사운드에서 콰이어나 신서사이저 사운드가 등장한다면, 이들은 대신 해먼드 오르간을 이용하는 식이다(Sigh 같은 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블랙메틀의 컨벤션을 전체적으로 따라가면서도, 큰 줄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전형을 기묘하게 조금씩 뒤트는 셈인데, 블래스트비트 사이에 군데군데 싱코페이션을 넣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가운데 분위기를 유지하는 모양새는 그런 면에서 의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부분과 앰비언스를 조성하는 부분 또한 매끄럽게 이어지는 편이다. 이 기묘한 분위기는 'दिव्य प्रेम की ज्वाला से दग्ध'(마지막 트랙, 'Burned by the Flame of Divine Love') 같은 곡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편이다. 블랙메틀 리프가 많이 등장하는 곡은 아니지만, 이 곡에서 보여주는 '따뜻한' 분위기는 블랙메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모습은 아니다. '포스트-블랙메틀' 사운드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그리고 앨범의 테마는 영어로 하면 'Ascetic Meditation of Death' 이다. 이제는 많은 예외를 찾을 수 있겠지만 블랙메틀은 많은 경우에 Satanism이나 Paganism 등과 항상 연관되어 생각되었던 장르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이 보여주는 '컨셉트' 는 약간은 그와는 거리를 두는 편이다 - "Ugra-Karma" 가 커버만 그렇지 계속 사탄 얘기만 하던 것과는 좀 비교된다 - . 그러고 보면 이 앨범은 나름대로 블랙메틀의 전형을 뒤틀면서도 '충실한' 블랙메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밴드의 고민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힌두' 컨셉트가 있다고 하여 사실 특이한 앨범이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 컨셉트가 전형을 뒤틀기 위한 시도였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평가해 줄 수 있는 앨범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들었다.

post script :
앨범명이나 곡명이 힌디어로 되어 있어... 모바일에서는 글씨가 잘 안 뜨는데, 해결방법 아시는 분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