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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Thrash Queen - Manslayer

[Lanslyde, 1984]

Thrash Queen은 최초의, 멤버 전원이 여성인 스래쉬메틀 밴드로 알려져 있다. 말이 알려진 밴드이지 앨범 한 장 내고 사라진 이 밴드를 기억하는 이도 많지 않은 듯하고, 아무래도 앨범도 시원찮은지라(외모로 어필할 스타일도 아니고) 그대로 묻혀버린 듯하다. 1984년에 나온 좋은 '스래쉬' 메틀 앨범이 얼마나 많은데(이를테면 "Ride the Lightning", "Fistful of Metal", "Morbid Tales", "Bathory" 등) 굳이 이 앨범을 신경써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Girlschool이 나름의 히트를 거둔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니 등장할 수 있었던 밴드 - '기믹' 으로라도- 가 아니었을까 싶다(그러고 보면 이후에 Vixen이나 Phantom Blue같은 밴드들이 나오기도 참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분들이야 Thrash Queen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좀 어렵겠다).

이 '기믹' 여성 밴드의 유일작인 "Manslayer" 는 기믹 밴드의 단점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말 보기 드문 예의 하나일 것이다. 정규 앨범이지만 놀랍게도 Mantas(Death의 전신 밴드)의 데모만도 못한 엄청난 음질을 보여주는 등 레이블로서도 앨범에 그리 신경을 쓴 것 같지도 않지만 밴드의 곡들도 (이해할 수 없는 요소들은 차치하고) 기존의 스타일들의 나름대로의 차용에 불과한 수준이다. NWOBHM풍의 전형적인 멜로딕 리프만으로 곡을 구성한 'Retribution' 이나 'Unwed Mother'(이 두 곡은 거의 비슷하게 들리는 수준이다) 같은 곡은 아무래도 레이블이 기획해서 만든 밴드가 아닐까 하는 수준인데... 물론 레이블이 일부러 기획했다기에는 실력이 많이 딸리니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나마 Megadeth의 리프를 떠올리게 하는 바가 있는(비슷하다는 의미가 아님) 'Now You Ain't Got Me' 가 앨범의 백미라고 하겠으나 그 곡도 매우 함량미달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스래쉬' 밴드의 멤버들이 장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앨범 전체가 파워 코드를 약간 응용하는 수준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리프로만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변화 또한 별로 없을 뿐더러 인상적이지도 않다. 첫 곡인 'Manslayer'부터가 4노트 아르페지오로 일관하다가 (거의 코어풍의)파워 코드로 바뀌는 정도가 변화의 전부이고, 나머지 곡들도 상황은 그리 낫지 않다. 중간중간에 으레 끼워놓은 듯한 느릿느릿한 솔로잉도(이런 앨범에 'shredding' 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곡의 템포를 끊어놓는 데 일조한다.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리듬 또한 매우 빈약하다. 과연 녹음이 되기는 한 것일까 의심스러운 베이스 파트를 떠나서(뭐 들려야 할 얘기가 있을 텐데) 원래 곡을 이렇게 썼을까 싶을 정도로 단순한 패턴의 - 베이스-하이햇-스네어 순으로. 특히 스네어를 남용하는 - 드러밍도 거슬린다. 기타 톤이 지극히 얇게(그런데도 날카롭진 않게. 이것도 기술인가보다) 녹음된 앨범인지라 계속해서 들려오는 스네어가 곡을 전체적으로 소란스럽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덕분에 이 앨범은 넷상에서 사상 최악의 스래쉬메틀 앨범 중 하나라는 식으로만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내 생각도 그런 중평과 그리 틀리지 않다. 그런데 신기하게 이 앨범을 아직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듯하다. 내 경우는 Adipocere에서 구했는데, 아무래도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스래쉬메틀 밴드는 흔한 '기믹' 은 아니었고, 나름 'female metal' 의 초창기 예로서 기억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 기믹의 힘 탓인지, 이 앨범을 독일에서 라이센스했던 Metal Enterprises는 이후 다른 멤버들로 동명의 밴드를 다시 만들어서 1990년 "Ashes to Ashes"라는 괴작을 다시 내놓는다. 그러고 보면 레이블들 입장에서도 이런 '마이너' 장르를 어떻게든 상품화하여 시장에 내놓는 데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셈이다. 아마도 그런 시도가 극적으로 실패한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post script :
"Ashes to Ashes" 도 우스운 드럼머신 연주가 돋보이는 괴이한 앨범이지만, 그래도 "Manslayer" 의 위엄에 비할 바는 아니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