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Azazel - The Night of Satanachia

[Miscarriage, 1996]


Miscarriage Records는 생소한 곳이지만 알고 보면 Opera IX의 "The Call of the Wood"(물론 Avantgarde Music 발매작이 일반적이지만) 와 Defleshed의 "Obsculum Obscenum"(뭐 이건 말하고 보니 그냥 7인치 싱글이긴 하지만)을 발매한 곳이다. 물론 몇 장 내지도 못하긴 했지만 이 두 장을 제외하고는 나온 밴드들이 모두 그렇게 주목받을 양반들은 아니다 보니 이제는 확실하게 묻혀버린 듯하다. Azazel도 그런 부류의 밴드이다. 요새야 Werewolf Records에 있는 터라 조금 사정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낸 앨범("Jejus Peversions")도 사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으니, 그게 그거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앨범은 Azazel의 데뷔 EP인데, 보다시피 절륜한 앨범 커버아트에다가 앨범명에 들어가 있는 'Night' 도 괴이한 폰트를 사용한 탓에 'Right' 로 보인다(얼마 전까지는 앨범명이 "The Rite of Satanachia" 의 오타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물론 90년대 별 향상심 없는 수많은 블랙메틀 밴드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모습인지라 음악 스타일은 들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 그 예상도 벗어나지 않는다. 핀란드 밴드이지만 노르웨이풍의 리프를 구사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만(베이스가 강조된 레코딩이라는 것도 특징일지도), 이 시절(1996년)에 독자적인 리프의 블랙메틀을 들려준 핀란드 밴드를 떠올려 보면 사실 많지 않으니, 전형적인 노르웨이 블랙메틀에 가깝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덕분에 확실히 개성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사운드이다. 짧은 러닝타임 가운데 나름대로 다양한 구성을 가져가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물론 템포체인지 외에 사실 큰 변화를 주는 편은 아니다) Lord Satanachia의 '전형적인' 스타일의 하이 피치 보컬이 어디선가 들어본 느낌을 꽤나 많이 주는지라(개인적으로는 Marduk 생각이 난다) 그런 부분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체 왜 넣었을까 싶은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제외하면 앨범은 90년대의 '평범한' 블랙메틀 앨범으로는 충분히 만족할 만은 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쓰고 보니 음악에 비해서는 확실히 이 포스팅은 뻥튀기가 많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밴드가 1996년에 이 EP를 내고 처음으로 정규 앨범을 내기까지는 16년의 시간이 걸렸다(Goatmoon과의 스플릿 앨범은 제외. 그 앨범을 Azazel을 들으려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물론 수준높다고 할 만한 음악은 아니지만 그 16년 동안 남겨 놓았던 단 16분의 러닝타임. 개인적으로는 좀 불쌍하다고 생각도 돼서 그런지 재미있게 들린다. 하지만 이제 와서 굳이 구하기엔 CD 가격이 너무 올라 버린지라 사서 들어 보라 권하기엔 확실히 조심스러운 그런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