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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spacerock albums 20151101

스페이스 록이라는 스타일이 있다. 물론 프로그레시브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리 낯설 용어는 아니고, 따지고 보면 Joe Meek이 "I Hear a New World"를 냈던 것이 1959년이니 그런 아이디어 자체는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진 편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시절, Hawkwind 같은 밴드의 음악을 찾아 듣는 것도 이제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어쨌든 사운드의 본령을 하드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에 두었던 이전의 스페이스록 밴드들과는 달리, 근래에 일반적으로 '스페이스록'이라 지칭되는 밴드들은 좀 더 앰비언트의 요소를 받아들였던 얼터너티브 밴드들의 사운드에 더 다가간 음악을 연주하는 부류를 지칭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긴 누구도 엄밀한 의미로 사용하지 않던 용어이니 달리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꽤 서늘한 바람이 불지만)나름 화창한 주말, 나름 부탁을 받고 신경써서 만들었던 스페이스 록 믹스테입은 뭔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과 함께 돌아왔다. 그러니까 어쩌겠습니까, 만든 양반이라도 들어야지. 그 믹스테입에 끼워 넣었던 앨범 소개글이다. 이왕 만든 김에 오시는 분들이라도 읽어 주시길. 



Architectural Metaphor - Creatures of the Velvet Void(Black Widow, 1997)

Black Widow는 언제부턴가 괜찮은 스페이스 록 밴드들의 앨범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Architectural Metaphor는 그 대표격에 있다. Hawkwind의 뼈대를 받아들인 밴드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영국의 밴드보다는 Tangerine Dream("Zeit", "Atem"의)이나 "Wolf City"의 Amon Duul II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는데, 특히나 Amon Duul II의 '원시적'인 에너지를 닮아 있는 곳이 있다. 그런 면에서 나름 메틀 팬들에게도 호소할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많이들 찾아 듣지는 않더라.


Omnia Opera - Red Shift(Delerium, 1997)

사실 좀 더 알려진 90년대 이후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 중 '스페이스' 란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Ozric Tentacles라고 생각하는데, 이들도 Ozric Tentacles과 유사한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고 해야겠다. 다만 Ozric Tentacles보다 조금 더 Orbital 류의 음악이나 덥스텝, 스래쉬메틀 등 다양한 스타일들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 그러면서도 'Fly and Burn' 같이 나름의 드라이브감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이들의 강점일 것이다.


Porcupine Tree - The Sky Moves Sideways(Delirium, 1995)

Porcupine Tree의 음악은 항상 어느 정도는 스페이스 록의 면모가 있었다. Steven Wison은 이 앨범에서 Hawkwind의 스타일과 90년대의 레이브, 앰비언트를 접목한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덕분에 이들의 '록'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이들에게는 별로 내키지 않을지언정, 스페이스한 분위기에서는 이들의 앨범들 중에서는 이 앨범이 최고일 것이다. 밴드의 앨범들 중 Pink Floyd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ST 37 - Space Age(Black Widow, 1998)

텍사스는 은근히 많은 스페이스록 밴드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동향의 밴드들보다는 좀 더 크라우트록 밴드들의 사운드를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Vitamin C' 의 커버 같은 게 그 증거인데, 그러면서도 나름 위트 있는 사이키델리아를 보여주려고(이 부분은 펑크적인 요소가 역할을 하는 듯하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앨범의 컨셉트, 이 앨범만큼 스페이스 락이라는 스타일의 컨셉트에 잘 맞는 앨범도 보기 드물다.


Transona Five - Melatonin Bullet(Sandwich, 1997)

말 나온 김에 텍사스 밴드 하나 더. 아무래도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 포크적인 면모가 강한 게 특징이겠다. 하긴 텍사스에는 그런 게 더 어울릴 수도 있겠는데.... 말하자면, R.E.M. 같은 밴드가 스페이스한 요소들을 음악에 집어넣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Stereolab 등을 떠오르게 하는(하지만 은근히 과장된) 신서사이저 연주와 Neu! 생각이 나는 중독성 있는 비트가 확실히 개성있는 사운드를 구축한다. 


Øresund Space Collective - Øresund Space Collective(Transubstans, 2006)

나름 덴마크/스웨덴 스페이스 록의 올스타 밴드라고 할 수 있다. Mantric Muse와 Gas Giant, Bland Bladen의 멤버들이 주축이 되고 있는데, 기타 두 대와 베이스 두 대, 신서사이저 세 대로 구축하는 사운드가 꽤나 두텁다. 이 스타일의 밴드들 가운데서는 가장 테크니컬하면서도 펑키(funky)한 리듬감을 살리는 부류에 속한다. 앨범을 통채로 스튜디오 잼으로 녹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완전 즉흥은 아니지만 그래도 잼을 이 정도로 한다는 건 놀라울 뿐이다. 


Dark Sun - Feed Your Mind(Metamorphos, 1997)

Hawkwind의 물을 먹지 않은 스페이스 록 밴드가 있겠냐마는 이 핀란드 양반들만큼이나 노골적으로 Hawkwind의 물을 많이 먹은 밴드도 드물다. 실제로 Nik Turner가 같이 공연장에 서기도 하는 마당이니 나름 Hawkwind로부터도 인정받았나 보다. Hawkwind보다는 좀 더 팝적인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특히나 'Tiny the Man' 같은 곡의 코러스는 귀에 꽤나 박히는 편이다. 아마도 이 글의 밴드들 중에서는 가장 듣기 편할 것이다. 좀 더 차가운 사운드를 원한다면 다음 앨범인 "Ice Ritual"을 추천.


Pressurehed - Sudden Vertigo(Cleopatra, 1993)

Pressurehed가 결성된 것이 1988년이니, 70년대 브리티쉬 하드 록과 인더스트리얼, 사이키델리아를 섞어낸 스페이스 록의 시도는 이들이 원조격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사운드는 "Warrior on the Edge of Time"보다는 "Space Ritual"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사운드로 풀어낼 '이야기'에 대하여도 엄청나게 신경을 쓰는 밴드인지라, 사실 조금만 더 품을 들여서 음악을 듣는다면(이를테면 가사를 차근차근 읽어본다든지) 더 많은 즐거움을 주는 밴드이기도 하다. 90년대풍 Space Ritual에 가까운 'Slo Blo'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Ozric Tentacles - Strangeitude(IRS, 1991)

그래도 Ozric Tentacles 하나 정도는 넣어 줘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Ozric Tentacles의 앨범들 중 한 장만을 고른다는 건 별 의미 없는 일인데, 그래도 Gong을 생각나게 하는 유머감각이 확실히 눈에 띄는 1991년작을 고른다. 스페이스한 느낌을 원한다면 'Saucers' 를, 화끈한 연주라면 'White Rhino Tea' 를, 일렉트로닉스를 원한다면 'Space Between Your Ears'(왠지 Whitesnake가 떠오르는데)가 있다. 망할 일이야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