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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ious Trauma/Descriptions

Some proto-doom albums

사실 말이 둠이지 (80년대 이후의)후대의 밴드들이 연주했던 음악들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둔중할 것도 없고, 이 시절 밴드들의 '둠적인' 측면이라는 것은 정통적인 형태의 하드록/헤비메틀의 극적이지만 좀 더 느릿한 구성에 가깝게 들리기도 한다. 말하자면 Black Sabbath의 데뷔작과 80년대 이후의 둠메탈 사이의 미싱 링크, 정도 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법한 음악들이다(하긴 그러니까 대부분 프로그레시브 하드록/헤비 프로그레시브 밴드들로 언급되고 있다). 


그렇지만 Black Sabbath의 많은 유산들 가운데 이만큼 주목받지 못한 측면도 아마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솔직히 "Masters of Reality" 부터는 그리 둠적인 앨범들도 아니었고), 그렇게 생각하면 어쨌든 동시대에 열심히 노력했을 이들이 좀 안타까워진다. 하긴 나부터도 최근에 이런 앨범들이 재발매되지 않았다면 아마 알지도 못했을 것이니... 어쨌든, 재발매도 됐으니까 가끔은 이런 밴드들에게도 관심을.




Necromandus - Orexis of Death

이 밴드는 1973년에 본작을 녹음했지만 앨범이 빛을 본 건 1999년에 와서였다. 흔히 '둠 록' 이라는 식으로 설명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그 표현에 특별한 의미를 둘 것까지는 없고, Wishbone Ash 생각이 많이 나는 하드록에 Black Widow와 King Crimson 테이스트를 섞은 음악에 가까운데, 아무래도 Tony Iommi가 프로듀스를 맡은 탓에 둔중한 냄새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음악은 꽤 괜찮았다.




Zior - Every inch a Man

1971년작인 "Zior" 는 라이센스가 됐었는데 이 앨범도 라이센스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레이블도 틀리고... "Zior" 처럼 헤비-싸이키-블루스 정도의 음악이지만 이 앨범이 좀 더 헤비하다. 사실 다른 곡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Entrance of the Devil' 만큼은 당시의 Black Sabbath의 스타일이나 퀄리티에 비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물론 Black Sabbath가 더 낫지만). Keith Bonsor의 보컬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Iron Claw - Iron Claw

혹자에게는 헤비메틀의 숨겨진 선조격으로 대접받는 스코틀랜드 하드록 밴드이지만 솔직히 그 정도인지까지는 나로서는 잘 모르겠고... 이 시절 음악이 많이들 그렇듯이 적당히 블루지한 감이 있는 하드록에 가깝다. 특이하다면 다른 밴드들에 비해서는 서던록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다는 것인데, 솔직히 Black Sabbath보다는 Deep Purple이나 Nazareth 등에 비교하는 게 맞겠지만 'Crossrocker' 나 'Skullcrusher' 의 모습만큼은, 둠이란 표현에 부족하지 않다.




Three-Headed Dog - Hound of Hades

엄밀하게 따진다면야 Black Sabbath와 Judas Priest의 "Rocka Rolla"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음악, 정도가 담긴 앨범이지만 블루지함은 Judas Priest의 그것에 못지 않다. 그렇지만 밴드명이나 앨범명을 모두 '켈베로스' 로 할 정도라면 그만한 분위기는 각오하고 있을 게다. 'Slick Solution' 같은 곡이 그 증거인데, Chicago의 '25 to 6 to 4' 의 커버도 있는 걸 보면 사실 밴드가 'Slick Solution' 같운 분위기를 추구했던 건 아닌 듯하다. 뭐 그래도, 어쨌든 그 곡은 남았다.




Warlord - Warlord

Black Sabbath 스타일 밴드들 중에서도 레어하기로 유명한 밴드였는데 Audio Archives 레이블(레이블 이름이 정말로 이렇다)에서 재발매가 되면서 나 같은 사람도 이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기복이 좀 있는 앨범인지라 몇몇 곡은 실소를 자아내게 할 정도이지만, 'Explorer' 이나 'Face of the Sun' 같은 곡은 사람들이 뭘 보고 찾아다녔는지를 알려준다. 뭐 그렇다고 예전의 그 무지막지한 가격이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젠 나름 적당한 값에 구할 수 있으니까.




Jerusalem - Jerusalem

Ian Gillan이 프로듀스를 맡았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밴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음악은 의외로 Black Sabbath 생각이 나는 리프를 가지고 있다. 사실 듣다 보면 Black Sabbath와 Iggy Pop 스타일이 Deep Purple에 녹아들어간 듯한 음악인데, 곡들의 주제가 그 시절 호러영화 느낌이다보니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듣다 보면 Pentagram 느낌이 없지 않다. 물론 Pentagram보다 이들이 더 촌스럽다. 커버부터도 실제로는 저 그림보다 훨씬 없어 보인다. 




Iron Maiden - Maiden Voyage

물론 그 Iron Maiden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Iron Maiden의 앨범이라는데 Bum이란 정체모를 밴드의 곡은 왜 2곡이나 들어 있는지 모르겠다. 사실 보통 얘기되는 프로토-둠 사운드보다는 더 포크적이고, 재즈나 블루스도 꽤 많이 녹아있는지라 둠이라기에는 좀 저어되는데, 'Liar' 같은 곡이 1969년에 녹음됐다는 걸 생각하면 프로토-둠 중에서도 최초에 가까울 시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뭐 어쨌든 메틀이라기엔 어렵다. 사이키델릭 록으로 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