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Theater(이하 DT)에 대한 설명은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팬이던, 아니던 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 편에서는 거물 중의 거물로서, 다른 한 편에서는 음악적 자위의 대명사로서, 어쨌든 잘 알려져 있음은 변함이 없다. 아마도 후자는 기본적으로는 송라이팅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DT가 이런 정도까지 평가를 받는 것은 사실은 좀 지나칠 것이다. 최소한 그들은 "Images & Words" 와 "Awake" (적어도 이 두 장은 확실하게 평가될 것이다)에서는 확실한 송라이팅의 재능을 보여주었으니까.(하지만 나는 DT보다는 Fates Warning 같은 스타일을 훨씬 선호하는 편이기는 하다 / 그리고 난 'The Ministry of Lost Souls' 에서의 '오바' 를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DT는 그러한 반응과는 무관하게,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정도의 거물이다. 그들은 이 앨범까지 10장의 정규 앨범을 낸(그리고 수많은 기타 라이브앨범을 낸 - 모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중견 밴드이다.
"Scenes from a Memory" 앨범 이후에 상대적으로 메틀릭하지 않은 부분을 많이 보여 주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앨범은 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메틀릭하다. 기본적으로 Petrucci의 리프는 상당히 헤비한 양상을 보여주고, Portnoy의 드러밍은 (물론 난해하지만)전작들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심플해진 라인을 구사한다. 특히나 'A Nightmare to Remember' 는 기존 DT의 곡 중에 이만큼 헤비했던 곡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인데, 그런 면에서는 약간은 "Train of Thought" 의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Train of Thought" 의 사운드 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DT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만일 이러한 톤이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면 약간은 과한 작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러한 느낌을 더욱 강하게 주는 것은 Labrie의 보컬인데, 기본적으로 클린 보컬을 구사하던 보컬리스트였지만, 본작에서는 Dave Mustaine을 연상케 하는(물론 그만큼 뒤틀린 목소리는 아니지만) 래스핑 보컬도 구사하고 있는데, 이를 볼 때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은 아마도 의도적일 것이다.물론 Portnoy의 배킹 보컬도 결코 나긋나긋하지 않다. 그래서 DT가 혹시 "Rust in Peace" 의 좀 더 감성적인 버전의 스타일이라도 시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하나, "Rust in Peace" 는 최소한 어둡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더욱 비교되는 것은 Opeth이겠지만, 최소한 Labrie는 래스핑에 있어서는 아직은 초보다.
Rudess와 Petrucci의 솔로잉 및 유니즌 플레이는 여전하지만, 전술한 사운드의 변화는 비르투오시티의 곡 내에서의 위상에 영향을 주게 된다. 좀 더 헤비하고 직선적인 스타일을 Petrucci와 Portnoy가 구사하고 있다면, 멤버 개개인의 솔로잉이 곡 내에서의 개연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앨범보다는 좀 더 좁은 범위에서 구사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밴드 자신의 자기통제의 부분인데, 이는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로서는 가지기 힘든 미덕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물론 이 앨범도,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까지 하기는 어렵다. 중간 중간에 약간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존재한다. 특히나 Rudess는, 그가 참여한 이전의 앨범에서도 그랬지만, 어느 정도는 항상 Portnoy의 드러밍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The Shattered Fortress' 중반부의 키보드 솔로잉은 테크닉적으로 아주 흥미롭지만, 자연스럽다는 느낌은 주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통제' 자체의 존재인데, 이는 적어도 Jordan Rudess가 밴드의 키보드를 담당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DT에게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특징이 아니었던가 싶다.(이는 Rudess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Rudess는 이러한 컨셉트에 따라 연주하기에는 너무 트리키하고 테크니컬한 연주자라는 의미이다) 즉, 이 앨범은 이러한 점에서는 밴드의 어떤 중ㆍ후반기 앨범과도 구별된다. 차라리 송라이팅의 방법에 있어서는 이 앨범은 "Awake" 시절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근래 DT의 앨범의 특징이라고 생각되지만) 기존의 후반기 사운드를 종합하고, 앞으로의 사운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A Rite of Passage' 의 코러스는 "Octavarium" 앨범을 연상케 하고, 기본 기타 리프는 'This Dying Soul' 이나 'Glass Prison' 을 차용한 부분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내 생각에는 본 곡의 코러스는 "Octavarium" 앨범의 어느 곡보다도 훌륭하다는 것이다) 'Wither' 는 기존의 DT식 발라드를 답습하는 느낌인데, 어느 정도는 리프에서 둠-데스 느낌을 주는 바 있다(그래서, 이 앨범을 두고 '고딕' 색채가 느껴진다는 -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는 - 생각들이 나오는 것 같다) 'A Count of Tuscany' 역시 내 귀에는 어느 정도는 "Octavarium" 의 느낌을 준다. 다만 중간중간 "Falling into Infinity" 시절의 섹션과, Pink Floyd를 따라하는 듯한 몽환적인 파트 - 이것도 "Octavarium" 에서 한 것이기는 하지만 - 는 눈에 띄는 편이다(이 부분에서 나로서는 다시 본 앨범의 사운드 톤이 아쉽다. 지저분한 필터를 거친 필름을 돌리는 느낌이다) DT의 '클래식' 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곡은 아마도 'The Best of Times' 일 것이다. Rudess는 다른 곡들에 비해서 특출난 연주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Petrucci의 연주는 DT의 근래의 곡들 중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감성적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최근의 "Octavarium" 이나 "Systematic Chaos" 와는 분명히 구별되는 것이다.
덕분에, 이 앨범은 DT의 후반기 앨범 중 어떠한 앨범과도 똑같지 않다. 사실, 전술한 '기존의 사운드를 종합하고, 앞으로의 사운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는 점은, 최소한 "Six Degrees of Inner Turbulence" 부터는 동일하다고 생각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이 앨범은 그 외에도 DT의 가장 훌륭했던 시절의 송라이팅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준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요새와 같은 하이브리드의 시대, 뉴메틀 등의 조류를 섞어내는 것이 트렌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때에(물론, DT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약간은 이색적일 지경이다. 즉, 최근의 "Systematic Chaos" 등이 실망스러웠던 경우라도 이 앨범은 한 번 쯤은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 충분히 메틀릭하면서, 최근의 앨범들보다는 최소한 더 명확하게 줄기를 잡아내는 모습은 DT에게서, (내 생각에는)정말 오랫만에 발견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