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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Mercyful Fate - Evil EP

[Metal Blade/Massacre, 2009]

Mercyful Fate가 거의 10년 만에 싱글을 발표했는데, 그 소식을 의외로 찾아보기 어려우니 그래도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끼게 해 준다. 과연 이들이 활동을 재개할 것인지가 기대되기는 하지만, 이 곡이 게임 "Guitar Hero : Metallica" 에 Mercyful Fate에 참여함을 계기로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이들이 활동을 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덕분에 싱글은 원래 iTunes와 Amazon에서 판매될 디지털 싱글로서 발매되었는데, Mercyful Fate를 듣고 좋아할 세대라면 앨범을 사고 소장하는 것이 나름 몸에 배어 있음은 고려한 모양인지, 레이블은 이 두 곡을 한정판으로 12인치 픽쳐디스크 앨범으로 발매하였다.(그러니 EP라고 해 두자) 그러고 보면 Metal Blade도 은근히 머리 좋은 레이블이다.  곡 자체도, 새 싱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싱글이 신곡이 아니라는 정도는 Mercyful Fate나 King Diamond의 팬이었다면 바로 알아볼 것이다. "Curse of the Pharaohs" 와 "Evil" 은 밴드의 기념비적인 첫 정규 앨범 "Melissa" 의 첫 두 곡이다.

세월은 오래 지났지만 밴드는 원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실 원곡에 매우 충실한 편인데(자신들의 곡이니 하긴 굳이 바꿀 필요는 없을 게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King Diamond의 보컬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쇠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면인데 적어도 음원상으로는 아직 건재하다. Hank Shermann과 Mike Denner의 트윈 기타를 '모던해진' 사운드로 듣는 것은 곡은 익숙하지만 그 나름의 의미는 있다. 프로듀싱을 맡은 Andy LaRocque가 프로듀서로서 매우 뛰어난 인물임은 90년대의 헤비메틀 역사가 보여 주는 만큼, 개별 파트는 힘이 있으면서도 아주 명확하게 음을 짚어내고 있다. 다만 아쉽다면 드럼이 밴드의 오리지널 멤버인 Kim Ruzz가 아니라는 것인데("Melissa" 의 재현임을 생각해서), 밴드 초기에만 활동했던 이임을 고려하면 94년부터 계속 스틱을 잡아 온 Bjarne Holm 대신 Kim의 참여를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달초에 나온 싱글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싱글에 대한 평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닌데, 거의 완벽에 가깝다는 찬사를 들었던 "Melissa" 의 수록곡들이다 보니 대부분이 원곡이 너무나 훌륭했다는 평이나, 게임 수록곡으로 내놓았다는 점에 대한 소위 골수 팬들의 비아냥어린 평이지만, 어쨌든 곡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하다. 그리고 픽쳐디스크 앨범이라는 건, 원래 듣기보다는 멋지게 생긴 물건 소장하라는 의미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