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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tabat Mater - Stabat Mater

[Northern Heritage, 2009]

한 때 Northern Heritage의 릴리즈라면 무조건 사서 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물론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아마도 이건 Clandestine Blaze와 Deathspell Omega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물론 Ride for Revenge같은 거는 아직도 귀에 잘 안 들어오긴 하는데... 사실 이들이 그렇게 일률적인 스타일만 내는 레이블은 아니니까, Deathspell Omega는 다른 곳으로 갔을지언정 여전히 이 곳의 앨범은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Stabat Mater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들만큼 이 레이블에 잘 어울리는 밴드도 드문데, 왜냐 하면 이 밴드가 Mikko Aspa의 원맨 밴드이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활동했고, "Crushing the Holy Trinity" 에도 참여했던 밴드이지만(앨범에서 Deathspell Omega 다음으로 긴, 17분 넘어가는 곡을 실어 놓았던) 밴드에 대해 알려진 바는 일련의 스플릿 앨범을 제외하면 많지 않은 것 같다. 상술한 17분 넘어가는 그 곡 'Above Him' 도 하필 Deathspell Omega 뒤에 실렸던지라 솔직히 나로서는 기억이 없는데, 굳이 특별한 점이라면, 이 밴드는 둠 메틀 밴드라는 것이다. 물론 Northern Heritage는 기본적으로 둠 메틀과 별로 관련이 없는 곳이다. Incriminated를 접했을 때(이들은 좀 얘기가 틀리기는 하지만)만큼의 당혹감은 있을 수 있다.


Stabat Mater라는 이름에서 보여지듯이, 앨범의 대체적인 주제는 'Death worship'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stabat mater가 뭔지 잘 떠오르지 않는 분을 위해 되새기자면, 'stabat mater dolorosa' 정도 생각해 보자. 즉, 앨범 커버가 밴드명의 뜻이 되겠다) 여섯 곡이 수록된 앨범이지만, 세 곡은 각각 10초 정도의 노이즈 트랙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세 곡짜리 앨범이다. 물론 앨범은 30분을 훌쩍 넘어가는 수준이니 딱 둠 메틀에 어울리는 러닝타임인데, (비교적)최근에 들었던 Stumm 같은 밴드들이 드론 색깔 짙게 섞인 둠 메틀을 하는지라 잘 적응하지 못하던 나로서는, 거의 고전적인 형태의 퓨너럴 둠에 가까운 이런 음악이 사실 더 듣기 편한 편이다. 물론 Mikko Aspa의 프로젝트인지라, 메인 리프 등은 분명히 블랙메틀적이지만, 그가 했던 어떤 밴드의 음악과도 확실히 구별되는 편이다. 이들은 핀란드 밴드인지라, 그 '블랙메틀 리프' 는 노르웨이/스웨덴의 그것과도 조금 틀리다. Clandestine Blaze의 리프가 꽤 독특했던 것을 생각해 보자.

사실상의 첫 곡이라고 할 수 있는 'Triumph of Genocide' 는 상술한 블랙메틀 리프에 기타 하울링을 이용하여 분위기를 꽤 자연스럽게 이끌고 나간다. 기묘한 오르간 연주가 꽤 주술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편인데 보통의 퓨너럴 둠 메틀 밴드들이 주로 하는 '처절한' 분위기 류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Casting the First Stone' 은 이 앨범에서는 (그나마)가장 이색적인 편의 트랙이라고 생각되는데, 블랙메틀 풍의 리프인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이 곡의 리프는 슬럿지 스타일에 가깝다. 바꿔서 얘기하면 앨범에서 가장 소위 '흙 냄새 나는' 트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약간 업템포로 진행하는 부분은 낮게 그르렁거리는 보컬만 제외하면 사실 Black Sabbath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물론 많이 묵직한 편이다) 어떻게 들으면 드론 둠과 비슷한 사운드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9분이 넘어가는 'Stabat Mater' 가 앨범의 백미일진대, 반복적인 리프와 같이 나오는 강력한 퍼커션 소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조금은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오페라 성부의 샘플링은 조금 너무하지 않았나 싶지만, 이것도 바꿔 얘기하면, 앨범에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곡은 이 곡이라는 것이다. 곡의 후반부는 (앨범의 막바지라 그랬는지)앨범에서도 가장 밝은 편인데, Aspa의 클린 보컬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편. 목소리가 상당히 좋은 편인데, 앨범 시종일관 그르렁대느라 본인도 피곤했을 지도.

둠 메틀 앨범으로 가장 최근에 '정말' 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무래도 Skepticism의 "Farmakon" 이 거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은데(Saturnus의 "Veronika Decides to Die" 는... 글쎄) 간만에 시종일관 좋게 들은 둠 메틀인 것 같다. 분명 기본적으로 전형적인 퓨너럴 둠에 가깝지만, Aspa의 아이디어 자체가 느껴지는 바가 꽤 되는지라, 지겨울 일도 별로 없다. 물론 이 장르 자체에 피로함을 느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오늘 - 8월 31일 - 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특히), 사실 어느 정도는 의도된 피로함을 즐기는 것이 이 장르의 매력이기도 하겠다. 간만에 "Crushing the Holy Trinity" 도 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