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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Ningizzia - The Dark Path

[Self-financed, 1998]

이 앨범을 간만에 꺼내 들어 보게 된 이유는 다른 거 없고, 조금 잘못 알려져 있는 듯한 사실을 하나 바로 잡기 위해서라면 너무 거창하고... 어쨌든 하나 지적할 것은 있다.

원래는 테이프로 발매된 데모 앨범이지만, metal-archives에 따르면 Impaler of Trendies라는 레이블에서 1999년에 CD로 재발매했다고 하지만, 워낙에 급격하게 망해버려서 그 앨범은 넷상에서도 본 적이 없다. 2002년 초엽에였나, Stephan Peudupin에게 앨범을 직접 받았었으니 판권의 문제는 없었던가 보다. 그리고 그 때(내가 처음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 CD가 없다고 해서 꽤나 기다려 다시 제작해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 곡을 추가해 줬었는데, 그게 밴드의 'Freezing Moon' 커버였다. 원래 이 커버곡은 Christcrusher Prod.에서 나온 Mayhem 트리뷰트 앨범인 "De Tributo Dom Sathanas" 에 수록된 곡이었다. 물론 이 레이블이 꽤 오래 전에 망했기 때문에(2004년 께였던가...) 그 곡도 가치는 있겠다마는. 즉, 이 앨범은 그 곡을 제외한 4곡이 수록된 앨범이다.

Forest of Shadows와 거의 멤버가 같지만, FoS에 참여하지 않는 Stephane과 Niclas가 주가 되는 프로젝트이니 음악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2명의 멤버가 다양한 악기들을 이용해서(뭐, 특별할 건 없다. 오르간이나 피아노 정도인데, 2명이 한다는 게 눈에 띄는 것이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역시 주가 되는 것은 기타이다. 일반적인 둠 메틀에 비해서는 좀 더 빠른 템포를 가져간다는 게 특징적인데,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나 템포 체인지가 급격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주는 편이다. 사실 'The Point of No Return' 곡은 매우 블랙메틀적이기도 하니, 느린 템포에 그리 천착하지 않고 사운드스케이프를 통한 분위기 만들어가기에 집중하는 밴드인 셈이다. 사실 Stephan이 담당하는 기타는 Emperor의 스타일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덕분에 블랙 메틀 밴드라고 소개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Freezing Moon' 을 괜히 커버하는 건 아니다/물론 이들을 블랙메틀밴드라 부르는 건 얼척없는 일이다)

'다양한' 악기의 사용은 그리고 그 분위기를 다양한 양상으로 만들어 가기도 하는데, 'An Ode to the Realms of Ancient Wisdoms' 같은 곡의 포크적인 모양새가 아마도 그러할 것이다. 4분이 넘어간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하지만, 앨범에서 가장 짧은 곡이기도 하고, 메틀 트랙 자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거의 소품 격의 곡이지만, 그래도 앨범의 유기성은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리고, 앨범의 주된 서사일 'The Dark Path' 의 초반 피아노 솔로까지 분위기를 끌고 나간다는 데서 이러한 곡의 배치는 의도적일 것이다. 'The Dark Path' 가 앨범에서 가장 길고(15분이 훨씬 넘어간다), (그나마)가장 퓨너럴 둠 스타일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하면 듣기 전에 좀 쉬어 가라는 뜻일지도.

국적도 틀린 두 멤버가 만난 것은 인터넷이었는데, 앨범의 작업도 실제로 멤버들이 만나 보지도 못하고 넷상으로 연주의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하니, 전형적인 방식에서 매우 벗어나 있으면서도 꽤나 인상적인 결과물임은 분명한데, 곡의 스타일 자체가 매우 의욕적으로 풍부한 사운드를 지향하다 보니, 인디펜던트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 주기는 한다.(당연히, 이런 스타일에서는 조악한 음질은 전혀 미덕이 아니다) 블랙메틀 색채가 꽤 보인다는 점에서는 사실 Paradise Lost처럼 좀 더 빠르게 가는 것은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이는 물론 "Draconian Times" 를 의미한다/그렇다고 Paradise Lost가 블랙메틀적인 건 아니지만), 간혹 지나친 콘트라스트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있다. 아마도 데모 앨범 다운 과욕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데모 앨범이었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멤버들이(메일상으로는) 매우 친절했다. 다행히 저 Mayhem 트리뷰트를 구하긴 했지만, 구하지 못했다면 앨범은 훨씬 소중했을 것이다. 이후 밴드가 보여주는 좀 더 부드러운(그리고 상대적으로 화려한) 사운드 전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었는지를 알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