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Beherit / Impaled Nazarene - Day of Darkness Festifall

[Bootleg, 1995]

아마도 이 앨범은 Cradle of Filth나 Dimmu Borgir 같은 밴드를 제외한다면 익스트림 메틀 부틀렉 앨범으로서는 가장 잘 알려진 것의 하나일 것이다. 유명한 이유는,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참여한 두 밴드의 블랙메틀 씬에서의 위상이야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Impaled Nazarene이야 그렇다 치고, Beherit의 경우는 "The Oath of Black Blood" 와 "Drawing Down the Moon" 만으로 이미 Darkthrone과 같이 추켜세워지는 밴드이다. Beherit에 비해서는 그리 높게 평가되는 것 같진 않지만, Impaled Nazarene도 "Ugra-Karma" 나 "Suomi Finland Perkele" 등으로 상당한 평가를 받았고,(nuclear-metal이라는 평은 그 의미가 어떻든, 나름 이들이 독자적으로 평가되던 밴드라는 사실 정도는 확실히 보여 줄 것이다) 아무래도 설화(舌禍)에 시달리는 거로는 Beherit보다 한 수 위다. 거기다 두 밴드 모두 정규 라이브 앨범을 발매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이 앨범이 담고 있는 공연은 1991년 8월 23일의, 핀란드 Oulu에서의 Day of Darkness Festifall(Festival의 오타가 아니다)에서의 공연이다. 두 밴드 모두 90, 91년께부터 데모를 내고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밴드의 가장 오래 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앨범이기도 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두 밴드의 관계는 생각보다는 가까운 듯하다. "Suomi Finland Perkele" 까지 Impaled Nazarene의 드러머였던 Kimmo "Sir" Luttinen은 밴드의 보컬인 Mike Luttinen의 동생인데, 그는 Beherit의 드러머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Beherit이 사실상 Nuclear Holocausto의 원맨 밴드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런데, 그가 Catamenia의 드럼이기도 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약간은 신기한 일이다.(덧붙인다면, Sentenced의 Taneli Jarva가 Impaled Nazarene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했다)

Catamenia에서도 활동하는 드러머를 둘 다 보유했던 핀란드 밴드들이지만, '깔끔한 음악' 을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은 미리 버리는 것이 좋다.(물론 이들은 그런 선입견을 받기에는 지나치게 알려진 이들이기는 하다) 사실 그건 Finland 씬의 특징이라고 하기 보다는 Tico-Tico 스튜디오, 아니면 Woodcut 레코드의 색깔이라고 하는 게 제일 알맞는 것 같다. 이를 테면 Alghazanth나 Trollheim's Grott와 같은. Impaled Nazarene만 해도 지금의 색깔과는 많이 틀릴 것이다. 사실 밴드는 "Absence of War Does Not Mean Peace" 부터 예전과는 틀렸다.(Alexi Laiho가 Impaled Nazarene의 멤버가 되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Beherit이야, Holocausto가 최소한 94년부터는 다크 앰비언트에 심취해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Beherit의 후기작은 아예 메틀 앨범도 아니다. 즉, 밴드가 한창 '강력했던' 예전의 거칠고 강력한 음악이 담겨 있다.

대부분의 곡은 각 밴드들의 데모 및 데뷔작에 수록된 곡들이다. Impaed Nazarene의 경우 "The Crucified" 나 "Damnation" 등 이들의 데뷔작에 수록된 곡이 주류이다. 다만 "The Black Vomit" 은 Sarcofago의 커버곡인데, 재미있는 건 Sarcofago의 곡을 연주하면서도 생각보다 스래쉬메틀의 느낌은 강하지 않다는 정도. 아무래도, 이 당시의 밴드는 거의 그라인드코어에 가까울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에 빠르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고, 하지만 "Tol Cormpt..." 앨범에서 그랬듯이 유사한 리프들로 구성되어 있어 그렇게 변화감은 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건 Beherit의 파트인데, 이 앨범에서 Beherit의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매우 뛰어나다. 부틀렉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세세한 리프보다 분위기 위주의 곡들을 라이브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법하나 이 정도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93년의 "Drawing Down the Moon" 의 'Sadomatic Rites' 는 이미 이 시절에 완성된 곡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Six Days with Sadistic Slayer' 는 이 앨범에서가 아니면 듣기 어려운 곡이다. 이들에 대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Six Days with Lord Diabolus' 가 같은 곡이 아니라면 말이다.(이 컴필레이션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누누히 부틀렉임을 본의 아니게 강조하게 되는데, 결코 훌륭하지 않은, 조악한 음질이나, 블랙메틀 부틀렉의 음질이 보통 어떠한 수준임을 알고 있다면, 이 앨범의 음질은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금 아쉽다면, 사람들이 공연에 별로 오지 않았는지, 거의 연주 외에 소리가 많이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밴드들의 초기 라이브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단촐한 풍경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농담 반 섞어서)저 커버. 앨범을 구한지는 꽤 됐는데, 난 아직도 커버의 오른쪽에 있는 저 남자 한 명. 다들 남녀를 불문하고 옷 벗고 있는데 혼자 옷 입고 티내는 건 뭔가 싶다. 저 외양상 공공 장소에서 꺼내 듣기는 본의 아니게 좀 난감하더라. 물론 요새 악에 받힌 듯한 커버를 가진 앨범은 널리고 널렸지만.(참고로, Cold Cave의 금년 7인치,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