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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Syrayde - Human demo 2009

[Self-financed, 2009]

작년에 들었던 앨범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들 중 하나는 Fairyland의 "Score to a New Beginning" 이었다. 원래 나는 이런 류의 '에픽 메틀' 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고(이건 이 장르의 뛰어난 밴드들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스타일을 표방하는 수 많은 함량미달의 밴드들의 탓이 크다) 밴드의 전작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던 터라, 별 기대를 하지 않은 가운데 꽤나 좋게 들었던 탓일 것이다. 앨범은 잘 알려진 바대로 많은 게스트 뮤지션들을 참여시키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이 밴드의 Klaaire라는 여성 보컬리스트가 참여한 점이었다. Pathosray의 앨범에도 참여했음을 알게 된 건 그 이후의 일인데, 나로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밴드인지라, 숨겨진 실력파이겠거니 하고 구한 것이 이 앨범이다. 2008년 말엽에나 결성된 밴드라니, 아직 그리 오래 되진 않은 편이다.


물론 이 밴드를 완전히 신인으로 보기도 어려운데, 밴드를 결성한 것은 Klaaire와 기타리스트 Valeria이지만(여성 둘이 의기투합한 셈이다), 그 뒤에 이에 가담한 것이 Pathosray의 Ivan과 Fabio이니, 이 쯤 되면 그냥 또 다른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가 나왔겠거니 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이 밴드는 좀 황당한(물론 과장 좀 섞어서) 스타일이다. Pathosray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Eldritch 생각까지 나게 하던 Pathosray와는 달리 이 밴드는 소위 '팝 고딕' 스타일의 연주를 하고 있다.(나로서는 여기서 일단 점수가 많이 깎인다)

데모 앨범인지라 4곡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은데, 굳이 말한다면 Lacuna Coil이 생각나는 스타일인데(물론 별 의미는 없는 얘기다. 여성 보컬이 있는 '팝 고딕' 밴드들의 가장 큰 문제는, 거의 일률적인 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Klaaire의 목소리는 Scabbia보다는 좀 더 힘이 있는 편이다. 곡을 주도하는 것은 선이 명확한 기타 리프에 키보드 연주이지만 보컬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문제는, 여기서 선이 명확하다고 한 것은, 거의 그 외에는 별로 돋보이는 것이 없다는 데 있다. Pathosray에서의 연주와는 많이 다르게도, 주 선율을 따라가는 외에는 별다른 텍스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실 Fabio와 Ivan이 지나치게 본래 스타일을 자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래도 'Human' 중반부 같은 부분에서는 이들이 프로그레시브 메틀의 본령에 있음을 보여주기는 하나, 테크닉적으로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Klaaire와 Valeria의 박자에 둘이 맞춰 두고 있는 모양새인 듯한데, 좋게 말하면 밴드의 음악에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지만, 덕분에 개성을 보여줄 것도 자제하는 편이어서, 유감스럽게도 이 데모만으로는 좀 심심한 편이다. 덕분에 데모만으로는 그저 그런 밴드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밴드는 너무 흔해져버린 세상이다.

post script :
1. 다만 Klaaire는 확실히 괜찮은 보컬리스트이다. 개인적으로는(옷 입고 다니는 것도 그런데) 좀 더 강하게 지르는 스타일이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2. myspace에 곡이 올라와 있지만, 데모는 그렇게 조악하지는 않다.
3. Fairyland와 Pathosray와 연관되어 있는 이들이지만, 아직 그렇게 유명하지는 못한지라, 데모 주문하니 참 좋아한다. 재미있는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좀 지나치게 잘 나왔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