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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Jerusolima est Perdita - Marsch der Kolonne

[Forgotten Wisdom, 2002]

밴드의 이름은 라틴 어로 'Jerusalem is lost' 라는 뜻이라고 한다(독일 밴드가 왜 굳이 라틴 어로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밴드 이름이 구체적으로 무슨 속내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음악은 커버만 봐도 사실 알 수 있는 스타일이다. 전형적인 NSBM인데, 원래 잘 하는 밴드와 못 하는 밴드의 수준 차이가 꽤나 심하게 나는 게 NSBM이고, 유감스럽게도 이 밴드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큰 이유는 사실 없는데, 일단 2인조다 보니 드럼머신을 쓴다는 거 자체가 내게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이런 드럼 소리에서 간혹 'mechanic' 하다는 느낌을 주어 그거 자체가 개성이 되는 밴드는 있지만 이들은 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거의 탬버린 수준으로 튀게 들리는 심벌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멤버인 C.K와 B.E는 모두 드럼을 담당하고는 있지만 다른 악기들에 비해서 드럼 실력은 특히 신통치 않은 편이었나 보다. (물론, 연주력의 부분에서는 다른 악기라고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 앨범을 심심찮게 듣는 이유는 아무래도 인트로 때문인데, 이런 류의 음악에서 예전 제 3제국 군가 풍의 인트로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Es dröhnet der Marsch der Kolonne' 같은 인트로는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짧은 독일어 덕에 제대로 가사를 들을 수가 없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아우트로인 'Hall of the Blind' 도 이런 식의 곡인데, 적어도 밴드는 앨범의 시작과 끝은 잘 하고 있는 편이다. 뭐, 이건 내가 (역시 별 근거 없이)독일 NSBM에 별 기대를 하지 않는 탓일 수도 있겠다. 오히려 이런 음악이 줄 수 있는 '위계' 라는 면에서는 독일 밴드들은 그리 별볼 일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훌륭하지 못한 밴드들' 이 다른 나라들의 밴드보다 더 못하다는 느낌이다.

음악은 조금 과장한다면 "Cleansing..." 데모 시절의 Abyssic Hate에 가까운 스타일인데, 이들이 아무래도 좀 더 펑크적인 편이다(나쁘게 말하면 훨씬 단순하다는 소리다. Abyssic Hate의 데모도 복잡한 음악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그 데모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조악한 음질을 빼 놓고 말한다면 처음 들을 때는 더 귀에 잘 붙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누가 NSBM 데모 테이프에서 음질을 크게 기대하겠는가.(그리고 Abyssic Hate의 저 데모는, 데모 치고는 음질이 생각보다는 나쁘잖은 편이다) 적당히 묵직한 느낌의 보컬도 꽤 괜찮은 편이다. 단순한 가운데서도 나름의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는 'Rivers of Blood' 나, Ewiges Reich를 조금 생각나게 하는 'Das Stuka Lied' 같은 곡이 가장 인상적인 편이다. 25분짜리 앨범이지만 이런 건 길면 피곤하다. 그러니 짧은 러닝타임이야 봐 주도록 하자.

무엇보다 나는 Forgotten Wisdom Prod의 데모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사실 그 이유 외에는 크게 와닿을 것은 없는 데모 앨범. 레이블의 12번째 발매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