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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Profanatica – Disgusting Blasphemies Against God

[Hells Headbangers, 2010]

Profanatica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새 정규 앨범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면 반갑지만, 일단은 신기한 일이겠다. 1990년에, 노르웨이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이런 거친 사운드가 나온 것도 의외일진대, 그게 하필 미국이고, 이 밴드가 Incantation의 멤버들이 시작한 프로젝트인지라(뭐 해체했다 2001년에 Paul Ledney가 다시 시작하긴 했다) 앨범이 정기적으로 나온다는 걸 기대하는 것도 어렵기는 하다. (20년 가량 된 밴드가 - 물론 많은 ep를 내긴 했지만 - 정규 앨범이 두 장이라니)그리고 보면 알겠지만, 이 앨범 커버가 어디 Profanatica에게 어울리는 앨범 커버인가. (물론 컨셉트의 문제가 아니라)이 정도면 음악 만드는 데 든 돈보다 앨범 아트워크에 든 돈이 더 고액이 아닐까 싶다. 물론 Profanatica는 그 정도 대접을 받을 밴드이기는 하다만, 이 의외의 고급스러운 외양은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건 칭찬이다. 밴드 멤버들의 벌거벗은 사진보다는 이런 아트워크가 훨씬 훌륭하다.

밴드는 거친 스타일의 블랙메틀을 연주한다(난 아직도 왜 이들을 Burzum과 비교하는 글들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질 않는데). 하지만 이들을 사실 'raw-black' 이라고 하기는 사실 조심스럽다. 밴드는 1990년부터 활동해 온, 웬만한 노르웨이 밴드 뺨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밴드는 노르웨이 스타일과는 큰 연관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밴드의 음악은 노르웨이의 밴드들보다는 Venom이나 "Under the Sign of Black Mark" 시절의 Bathory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편이다. 거기다 밴드 멤버들은 Incantation(물론 현재는 Paul Ledney만이 남아 있지만) 출신이다. 이런 류의 음악에서는 곡의 명확한 경로를 따라가기보다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중요할 것이다. 그 점에서는 일반적인 raw-black과 유사하지만, 이들은 앞서 말한 부분 때문인지 좀 더 데스메틀적인 사운드이다. Inquisition 같은 근래의 미국 밴드들이 유럽과는 확실히 다른 음악을 들려 주던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던 셈이다.

하지만 밴드는 스피드로 승부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느리다고 말하기는 지나치지만 둔중한(하지만 확실히 매우 거친) 리프는 슬럿지/둠 메틀의 느낌을 강하게 준다. 리듬도 단순한 박자에서 곡의 진행에 따라 점차 고조되면서 복잡해지는 구조는 더욱 그렇다. 말하자면 데스메틀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데스메틀 밴드는 차라리 Autopsy같은 밴드를 생각하는 것이 낫다. 이들의 음악에서 조르즈 바타이유를 떠올리기도 했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사실 좀 뜬금없다는 느낌이었지만 - 내가 바타이유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 대충 이들의 음악이 은근한 양가성(ambivalence)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면 대략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밴드의 음악은 사실 생각보다 파괴적이지 않고, (첫인상에 비한다면)생각보다는 세심하게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거칠면서도 느린 템포 탓에 매우 불안한 느낌을 주는 사운드는 그러한 내부의 구조와 지속적인 대립을 일으킨다.

그래서, 사실 나는 이들의 사운드(이는 유럽의 밴드들이나, 이후의 미국의 이들의 후배들이 따르지 못하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가 보기 드물 정도로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밴드가 앨범들에서 늘어 놓는 신성모독적 이미지는 '인간' 과 육욕을 지닌 또 다른 인간(바타이유 식으로 말한다면, '돼지')의 양가성의 기묘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Profanatica가 신성에 가닿는 인간인 양 짐승처럼 발가벗은(nue comme une bete) 존재로서 자각하고 있었는지는 - 그리고 그래서 발가벗고 사진을 찍어댔는지 - 모르겠다. 확실한 건 Profanatica의 음악은 확실히 다른 밴드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음악을 즐겁게 들을 사람은 - 취향과 상관없이 - 아마도 거의 없겠지만, 나는 이들의 음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