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Shining - Blackjazz

[Indie Recordings, 2010]

이 이름에는 당연히 "Within Deep Dark Chambers" 의 Shining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겠지만, "Black Jazz" 라는 앨범 명칭은 아무래도 그들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으니, 혼동할 것은 없을 것이다. 물론, 어찌 생각하면 재즈 자체가 록/메틀과 구별되기는 하나, 그 퓨전 형태의 경우 이를 어느 범주에 포함시킬지는 꽤 어려울 일이다. 재즈라고 불려지는 많은 음악들이, 록/메틀을 기본적으로는 비트 뮤직이라고 생각한다면 록/메틀로 얘기하는 것이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물론, 록과 메틀은 좀 맥락은 차이가 있겠지만). 블랙메틀은 물론, 괴이한 분위기의 인더스트리얼(약간은 Fear Factory 같은), 재즈 등 생각보다 많은 색채가 결합된 이들의 음악을 어쨌든 그래서, 메틀이라고 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사실 유사한 시도를 Dodheimsgard나 Fleurety의 앨범에서 접했을 것이니, 이는 거부감도 없을 일이다. 물론 이들의 에토스를 문제삼아, 이들은 헤비한 음악을 연주할 뿐 블랙메틀 밴드는 아니라는 경우도 있는 듯하나, 사운드만을 본다면 이는 지나칠 것이다. 어쨌거나 이들이 묵직하고 어두운 음악을 연주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밴드는 Fleurety(1집의 경우), Dodheimsgard 같은 경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들의 사운드는 재즈적인 요소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메틀 음악이라기보다는, 재즈/아방가르드 밴드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메틀을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만큼이나 앨범은 비메틀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 '21st Century Schzoid Man' 의 커버는(이 곡은 Enslaved의 Grutle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 가장 노골적인 예일 것이고, Dillinger Escape Plan을 생각나게 할 정도로 'math metal' 과 유사한 면모를 보여 주는 'The Madness and the Damage Done' 같은 곡 또한 이를 보여 줄 것이다. 하나 이상의 리토르넬로 또는, 복잡한 유니즌 플레이나 철저하게 짜여진 대위법적 연주와 Frank Zappa까지 생각나게 하는 임프로바이징이 앨범에서 계속 교차되어 나온다. 무조적인 악절 가운데, 그 사이의 연결점의 의도적인 느슨함에서 긴장을 이끌어내는 모양새가 매우 인상적이다. (무척이나 괴팍하다는 점에서는 Mike Patton을 떠올리게도)

기묘한 울림을 이끌어내거나, 몇몇 부분에서는 (과장 좀 섞어서)Aphex Twin까지 떠올릴 수 있을 앰비언스를 만들어내는 키보드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명백히 인더스트리얼의 모습을 보여주는 'Healter Skelter' (이거 너무 노골적으로 Manson을 의식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나, 'Exit Sun' 또한 그러하다. '의도적으로 느슨한 연결' 은 꽤 중요하게 앨범에서 작용하는데, 조밀하다기보다는 선 굵게 이어지는 부분은 사실 미국의 밴드들을 많이 닮았다. 밴드의 리더 - 이자 유일한 구성원 - 인 Jorgen Munkebey은 앨범이 꽤 많은 이들에게 많이 들려지길 바랬다고 하더라. 기묘하게 미국의 밴드들 - Nine Inch Nails나, Marilyn Manson 등 - 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Jorgen 자신이 카리스마 강한 캐릭터라는 것도 그 미국 밴드들과 닮아 있는 편이다. 보컬이 단순히 음색적 특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존재감을 갖는다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밴드는 앨범 마지막에 여유를 보여준다. (또 과장 좀 섞어서)Ennio Morricone를 생각나게도 하는 분위기를, 독특하게 드론 사운드와 앰비언스를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Omen'(말하자면, Shining 식의 포스트록인 셈이다) 부터 '21st Century Schzoid Man' 이 그러한데, 사실 후자의 곡이 그리 나긋나긋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원곡에 충실한 편이고, 'Blackjazz Deathtrance' 까지의 질주를 견뎌 냈다면 이 정도는 무난할 것이다. 앞의 곡들과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것은 Jorgen의 약간은 어울리지 않게도 느껴지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의 색소폰 연주이다. 덕분에 앨범은, 위에서 말한 Jorgen의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졌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서인지, 압도적인 사운드 외에도 청자에게 충분한 여유를 준다고 생각한다. 글쎄, 난 이들이 Trent Reznor의 물을 너무 많이 먹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뒷맛이 꼭 산뜻하지만은 않다(내게 Nine Inch Nails는 "Pretty Hate Machine" 이후 계속 내리막길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앨범은 충분히 훌륭하다. 진심으로.

post script : 앨범은 1, 5번 트랙이 'The Madness and the Damage Done', 3, 4번 트랙이 'Exit Sun' 으로 이름이 똑같다. 잘못된 것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