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itsa도 꽤 이젠 오래 된 밴드이지만 - Autistiartili의 나름대로 간판 밴드였던 걸로 기억하지만 - , 어쨌건 밴드에 대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아마도 "Sang Nordique" 일 것이다. 그렇지만 밴드는 사실 그와 같은 음악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었다. 밴드의 다른 앨범들은 가장 로우-파이하고 거친 블랙메틀의 예로서 들 수 있을 것이다(Ildjarn과 비슷한 의미에서 말이다. 물론 감히 정말 숲 속에서 사신다는 분을 따라가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리듬 파트나 리프 등 많은 부분은 매우 단순화되어 있는지라, Akitsa의 최근 음악을 듣고 RAC 생각이 나는 것은 아마 자연스러울 것이다. 물론 그 단순화된 부분들조차 '엄밀하게' 연주되지는 않는다. 노이즈가 자욱하게 낀 기타 리프나 (의도된 것일 수도 있어도)가끔은 박자를 놓치기도 하는 - 물론 이 앨범에서는 좀 나아진 것 같기는 한데 - , 어느 정도 삐걱거리는 드럼 등이 이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중에서도 좀 더 단순한 편이다. 사실 "La Grande Infamie" 는 거친 가운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녹여내고 있는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앰비언트('Le rite des Cavernes')에서 포크('Chthonus')까지, 블랙메틀 외의 스타일을 찾아볼 수 있는 앨범이었고(사실 그게 Akitsa의 특징이기는 하다), 그에 비하면 이 앨범은 사실 덜 화려한 편이다. 전작이 화려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이 앨범은 Akitsa의 앨범들 가운데서도 더 접근하기 어려운 앨범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예전부터 나는 이들 식의 드론 사운드는 그리 즐기는 편은 못 된다. 그런 콘트라스트가 없어진 까닭에, 앨범은 덕분에 전체적으로 더욱 미니멀해졌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여전히 보컬이 무슨 이야기로 노래를 부르는지는 들리지 않는다. (거기다 가사는 불어로 되어 있다)
'Crematorium' 같은 곡에서 - 하필 앨범 첫 곡부터 - 이들 식의 미니멀리즘은 극대화된다. Prulient와의 스플릿 앨범에서 Akitsa가 들려 준 것과도 유사한, 노이즈 많은 두터운 텍스처의 기타 리프의 반복이 나타난다. 밴드는 사실 어떤 효과음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앨범의 메틀릭하지 못한 부분들을 채워 나가는 모양새는 martial industrial 밴드들을 많이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치면 이들의 '정확하지는 못한' 드럼도 큰 문제가 되는 점이 아니다. 이런 드러밍은 연주의 뼈대로서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듬 파트는 사운드의 일부로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음향,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펑크적인 곡인(말하자면 참 우울하고 거칠게 변주된 락큰롤인 셈이다) 'Loyaute' 나 - Ash Pool의 생각을 하게 되는 - , 그나마 가장 리듬감이 강한 'Antithese' 가 앨범에서 예외적이다. 마지막 곡인 'La Voix Brutale' 가 곡이라기보다는 Albert Lozeau의 시에 붙인 음악에 가깝다는 것도 앨범의 성격을 설명해 주는 듯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스타일에서 이 앨범이 많이 빗나가는 것은 아니다. 사실 Akitsa식의 음악에 익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차이를 잡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블랙메틀 팬들도 내 생각에는 'Loyaute' 정도를 제외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이지는 못할 만한 음악이다. 엄청나게 거친 기타 연주 탓에 인더스트리얼 느낌까지 나게 되는 원시적이면서도 생경한 분위기가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계속 같다. 다만 밴드는 이 앨범에서 더욱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고, 그것은 나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듣기는 피곤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Akitsa의 음악 자체가 모르는 이에게는 거의 접근 자체를 거부하는 음악이니만큼, 이 글을 보고 관심을 가질 이에게는 충분히 호소력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만 해두자.
post script :
Hospital Prod. 에서는 CD 버전이, Tour de Garde에서 테입 버전이 발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