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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ollution/Metal

Mortuus Infradaemoni - Daemon Qui Fecit Terram

[Cold Dimensions, 2007]

Cold Dimensions는 그리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Lunar Aurora와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앨범을 내놓고 있는 듯하다. 물론 Lunar Aurora도 그렇고(해체했다만) 밴드의 Tristan이 하는 앰비언트 프로젝트 Trist도 이곳에서 앨범을 내고 있다. 물론 이들도 Lunar Aurora의 Nathaniel과 Profanatita가 하는 프로젝트이다(웃기는 건 둘 다 Lunar Aurora에서는 드러머였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망할 가능성은 별로 없는 앨범이라는 것이다. 다만 켕기는 것은 커버이다. 사실 Lunar Aurora가 돋보이는 것은 몰아치면서 포크적인 바이브를 섞어내는 면모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커버로만 봐서는 느낌은 훨씬 투박하다.

그 인상은 꽤 정확했다. 물론 포크적인 바이브는 여전히 남아 있는데, 굳이 얘기하자면 "Eld" 시절의 Enslaved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이다. 독일이라기보다는 노르웨이 블랙메틀의 면모를 강하게 보이는데, 경력 있는 뮤지션들의 노르웨이풍 프로젝트는 덕분에 세칭 'elite-black metal' 의 인상을 풍긴다. 대신, 사실 날카로운 기타 톤을 가지고 있지만 밴드가 다른 많은 이런 류의 밴드들과 구별되는 점은 켜켜이 쌓여진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기본은 여타 블랙메틀 밴드들과 같이 불협화음을 동반하는 트레몰로 리프이지만, 스래쉬풍의 파워 코드가 동반되기도 하는 등, 단순한 노트에 기반하는 리프가 잡지 못하는 빈 자리를 두텁게 메운다. 그래서인지, 두껍다 못해 뭉개져 버릴 것 같은 모습이 간혹 비치는데, 아마도 의도된 것일 듯하다. 인더스트리얼의 느낌이 나기도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드럼 연주도 물론 사운드스케이프의 일부가 되어, 리듬을 짚어 나가는 역할보다 사운드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에 충실하다.

덕분에 밴드는 사실 상당히 굴곡 있는 전개를 보여주지만 - 첫 곡인 'Ex Ignis Orior' 이 9분을 넘어간다 - 의도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잔잔한 연주가 이어지는 부분들을 제외한다면 그 선은 아주 굵은 - 물론 뜯어 보자면 상당히 복잡하지만 - 편이다. 이런 류의 음악이 대부분 그렇지만 리프 라인 하나하나가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는 혼돈스러운 분위기를 재현하는 역할을 하는데, 위에서 적은 '인더스트리얼식 장난' 이 적당히 브레이크를 걸어 주면서 재미를 준다. 문제는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Enslaved 얘기를 하긴 했지만) raw-black에 가까운 사운드라는 것이다. 밴드는 - 포크 바이브가 많이 제거된 - 클래식한 리프들을 연주하면서 적당히 자기들 식으로 뒤틀어 놓은 것이다. 'Gods of Horror and Abysmal Grief' 한 곡에서만 보컬이 들어가 있는데, 앨범 전체에서 보컬의 역할까지 연주가 담당하고 있다 보니, 일반적인 raw-black보다는 좀 더 역동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보컬이 있는 곡에서도 역동적이다.

그래서 90년대 블랙메틀을 즐긴다면 이 앨범을 즐기는 데는 아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90년대를 재현하는 앨범을 찾기도 쉽지는 않다. (이 정도로 하는 밴드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두터운 텍스처를 가진 앨범이지만 적어도 Nathaniel의 리프 메이킹은 확실한 선을 보여준다. 텍스처를 이루는 연주들은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그 조합을 통해 '메인 리프' 를 만들어낸다. 트레몰로 연주가 이 앨범에서 그리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르의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훌륭한 음질은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어쩌면 이런 식으로 곡을 짜 나간다면 그게 더 나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렇게 이 밴드는 서사라기보다는, 매우 에너제틱한 거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아마도 매우 숙련된 블랙메틀러의 덕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