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Pollution/Metal

Bak De Syv Fjell - From Haavardstun

[Edged Circle Prod., 1997/Frostscald, 2009 reissued]

Frostscald 레코드는 근래 흘러간 블랙메틀들을 열심히 재발매하고 있는 레이블이다. 뭐 덕분에 나도 이 앨범을 구할 수 있는 거지만... Bergen 출신의 블랙메틀 밴드인 이들은 97년이라는 시절이 느껴지는 블랙메틀을 들려준다. 사실 상당히 많은 노르웨이 블랙메틀 밴드들이 초기에 포크적인('pagan' 하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운드를 들려 준 것은 분명하다. Dimmu Borgir도 데뷔작은 꽤나 포크적이었고, 많은 바이킹메틀 밴드들이 포크적 면모를 가지는 점이야 당연할 것이다. 적어도 이 장르가 덜 '글로벌' 했던 90년대에는 블랙메틀이 지역적 특색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Behind the Seven Mountains'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밴드도 그러하다. 이름은 생소한 편이지만 밴드의 드럼을 맡은 Kvitrafn은 "Twilight of the Idols" 에서 Gorgoroth의 드럼을 맡은 그 친구이다. 물론 이 밴드는 Haavard가 주도하는 것이긴 하지만.

밴드의 유일작(데모 제외)인 이 앨범은 원래 97년에 Edged Circle Prod. 에서 7인치 바이닐로 나온 앨범인데, 덕분에 암만 MCD라도 두 곡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아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다. (8분 30초 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음악 자체는 인상적이다. Ulver 데뷔작과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성 보컬이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면모는 비슷하다. 퍼즈 강한 기타 리프지만 멜로디는 꽤 뚜렷한 편이고, 남성 클린 보컬이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다. 기타는 두 대의 연주가 하나는 리듬을, 하나는 예의 블랙메틀풍의 텍스처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고, 이제는 고전처럼 되어 버린 스타일이다. 키보드는 기타의 텍스처와 결합하여 예의 '노르웨이 블랙메틀' 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From Haavardstun' 이 조금 더 복잡한 구조를 취하면서 미드템포로 선 굵은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De Siste Tankar' 는 어쿠스틱한 포크 연주 뒤 (이 장르에서는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좀 더 업비트로 곡을 진행한다. 여성 보컬이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곡인데, 그래서인지 더 빠르기는 하지만, 더 메틀적이라고 생각되는 곡은 앞의 곡이다.

말하자면 90년대의 포크 블랙메틀의 전형에 가까운 사운드인데, 개인적으로는 사실 여성 보컬의 삽입은(사실 꽤 자제하면서 나온다는 인상을 주지만) 과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독특한 아이템이 아님은 분명하고, 멜로디가 분명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거친 텍스처와 결합해서 힘을 발휘하는 사운드이다 보니, 보통의 블랙메틀보다 풍요롭다고 생각되는 보컬이 그리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지만, 97년의 음악에서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고, 기본적으로 나는 이런 스타일의 팬이니, 지나치게 짧다는 것만 제외하면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앨범이다.

post script :
밴드는 2008년께에 재결성을 했다. 하기는 했는데... 밴드 홈페이지를 보면 알다시피, 뭐 하고 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